대구, 진눈깨비 그리고 e-book

아침에 일어나니- 사실 아침도 아닌 오전 10시 경, 밖을 내다보니 대구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구에는 눈이 왔다

댕댕이들처럼 밝은 성격이라면 뛰어나가 여기저기 좋은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으리만 나는 천상 고양이 집사,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그나마 묘종마다 눈조차도 다른 모양으로 쌓이는구나 정도를 눈도장 찍는 것으로 끝.

고즈넉하니 책 읽기 좋은 날이라는 느낌에 지난 연말 네이버 e리더가 깔리지 않아 지금껏 읽지 못하고 '버린 돈'이라 생각했던 그 e-book을 기어이 핸드폰으로 읽기 시작했다.

고즈넉하니 책 읽기 좋은 날이라는 느낌에 지난 연말 네이버 e리더가 깔리지 않아 지금껏 읽지 못하고 '버린 돈'이라 생각했던 그 e-book을 기어이 핸드폰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전에도 기술 했지만 나는 e-book 읽는 걸 전혀 즐기지 않는다. 그냥 요즘 젊은 사람들 표현대로 아날로그에 더 익숙한 "옛날 사람"이라 그런 줄로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분위기까지 타면서 내려받아 읽기 시작한 책은 내용 또는 취향과 관계없이 e리더로는 도무지 내용 파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왜?

1. 전화기로 읽기에는 내 눈이 너무 늙었다 - 그래서 좀 크게 볼 수 있는 컴터에 리더를 깔아보려 한 것인데 네이버가 나를 e리더 하나 못 까는 바보라고 원격지원 해준다 해서 '내 돈 만 원으로 느들 부자 되고 나는 걍 바보 할게' 했었다.

2. 그래서 전화기에 다운 받아 폰트를 키웠더니 한 페이지에 세 문장!

3. 도무지 앞뒤 맥락이 마음에 와 닿지를 않는다 - 나도 몰랐던 내 책 읽는 습성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나는 내용이 한 눈에 쏘옥~ 이해가 되지 않으면 앞뒤 문장 다시 더듬으면서 맥락을 맞춰가는 스타일이었다는 것. 그런데 전화기 속의 e북은 한 페이지에 겨우 세 문장(글자를 볼 수 있도록 키웠기 때문)이니 앞뒤 다시 맥락을 맞춰보려면 페이지를 몇 번씩이나 이리저리 넘겨야만 하는 불편이 있었다.

그리운 옛집

내가 e북을 싫어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유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오늘의 시도를 계기로 '아, 취향이 별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구나'며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된,


별 일 아닌 에피소드에서 기록으로 남길 만큼 크게 느낀 것은 나 조차도 나를 잘 모르고 살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

자신을 모르는 것은 물론 아니라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이래서 네가 그렇구나"라는 이해까지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다는 것. 이 번 일만 해도 'e북은 싫어' 하면 스스로에게도 단순히 '까탈스러운 인간이군!' 할 줄만 알았지 내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어(글 읽는 습성)그런 것인지는 전혀 이해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마치 엄마들이 자기 자식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 것처럼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조차도 제대로 파악, 이해 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

내 귀여운 고양이 형제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하게 될 때가 점점 더 자주 생겨오고는 있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내게 꽃선물을 주면 화가 나는데 그냥 화가 나는 것만 알 뿐 내가 공주병에 알레르기가 있고 절화의 짧고 약한 생명력에서 실감하는 허무함과 시든 꽃의 똥냄새 나는 뒷처리가 끔찍해서 싫어한다는 것까지는 모르고 있는 그런 것.


세상에 누가 자신을 그리도 모르고 살아? 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어느 부분 그리 살아왔네그랴...


결론적으로 스스로에게 새기는 것은, 스스로를 좀만 더 이해하고 깊게 들여다보자는 것. 그러니까, 이건 나니까 특별히 관찰하고 돌보지 않아도  잘 알고 잘 하고 있어! 이런 것이 아니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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