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메이커, 누가 내게 좋은 사람이고 해로운 사람인가?

나는 십수 년 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부정보다는 긍정 평가를 하는 내 어머니의 자매 중 한 사람과(그러니까 내 이모)길고 심한 갈등을 겪은 일을 계기로 한 마디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린 적이 있었다 - 내게 해로운 사람은 곧 "나를 나쁘게 대하는 사람"이다. 

울 엄니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잖아, 네가 그러려니 해라" 하셨고 그 자리에서 별 숙고없이 튀어나온 대답이 이것이었다. 

"엄니한테 좋은 사람이라고 내게도 좋은 사람일 수는 없자너요? 그 사람은 내게 못 할 짓 했으니까 내게는 나쁜 사람이어요. 온 세상이 침이 마르게 칭찬해도 내게 나쁜 짓하면 나쁜 사람이어요!"

감히 멀리 하거나 떼어낼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할 만큼 가까운 사람이 내 삶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나는 그제서야 깨닫고 인정했고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한 정의

이렇게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조금이라도 눈을 뜨고 나면 아주 가까운 주변에 그런 사람들(toxic person)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가깝더라도 상처가 거듭 쌓여 내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라면 그런 사람은 과감히 잘라낼 수 있는 결단력도 필요한 듯하다 - 너무 가까워 감히 그 사람이 내게 유독하다는 상상을 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 함정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한 사람의 일생에 가장 확실한 트라우마 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내게 유독 했던 인간유형과 전문가 그룹이 경고하는 유독한 인간유형 중 일치하는 것 몇 가지를 추린 것이다.

내 삶에 독이 된 인간유형 

1. 나를 조종(군림)하려는 사람

내 경험으로는 특히 여성들이 이런 시도를 많이 하는데 흔히 말 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자신의 생각과 방법이 더 타당하다며 끊임없이 간섭을 하고 의지가 관철되지 않으면 화를 낸다. '네가 뭔데 감히 나처럼 현명한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당연한듯 늘 나를 비난한다. 어린시절부터 이런 사람과 가까이 지내다보면 그 사람은 무결점의 인간이며 나는 하는 짓마다 바보스러운, 가치 없는 존재라는 느낌에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내가 겪지 않았지만 이런 유형들 중에 더 들어가면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 사람을 만나고 그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듯 행동하면서 그것을 무기로 심리적이든 물질적이든 우위에 서려하며 상대의 동정심도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알아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얻어내며 그를 위해서는 터무니 없는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다

내 삶에 독이 된 인간유형

2. 늘 무대 위에 서고 싶은 사람

이 또한 나르시시즘(Narcissism)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유형으로 애정결핍이 늘 자신만이 화제나 장면의 중심에 있어야만 속이 풀리는 증상으로 드러난다 - 내가 겪은 사람은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에게 그 사람과는 아무 상관 없는 내 약점을 일부러 들춰내 과장을 섞어 이야기 한다, 이럴 때 이 사람의 태도는 누구를 헐뜯는 것 같은 것이 아니라 그런 약점을 가진 나를 지극히 동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사람에게는 나중에 왜 쓸 데 없는 소리를 하느냐 따져도 아무 소용 없다 "나는 거짓말 못한다"라는 지극히 비논리적인 답변이 돌아오기 때문에 이성적인 대화는 그 쯤에서 포기해야 한다 - 아무 상관 없는 사람에게 아무 상관 없는 개인의 사정을 아무 상관 없는 자리에서 꺼내는 것이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이라 하니 어쩌겠는가


이런 사람은 사실 내가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되거나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언제나,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최고'여야만 하는 사람이다 -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당신이 만일 '라이벌'로 의식되면 뒤에서 뭐라고 당신 험담을 하고 다닐지 절대 상상불가일 것이다.


이런 성격적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가까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삶의 방향을 자신에게 맞춘다고 착각하는데 예를 들면 "내가 이 대학 가니까 따라 오더라" "내가 결혼하니 따라 하더라" 등 과대망상적 증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게 온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가아간다고 착각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내 삶은 저절로 이 환자의 위성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3. 희생양을 연기하는 사람

한국형 어머니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너 때문에 내가 속이 썩어서 병이 났다"  좀 더 나아가면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살지 않았을거야" 등 -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당연히 죄책감을 느끼고 소중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비난하고 미워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유형은 주변의 동정심을 얻기위해 끊임없이 가까운 누구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괴로우며 어떤 희생을 감당하는지 떠벌리고 다닌다

그 사람은 내게 못 할 짓 했으니까 내게는 나쁜 사람이어요. 온 세상이 침이 마르게 칭찬해도 내게 나쁜 짓하면 나쁜 사람이어요!

4. 자기연민이 강한 사람

이런 사람은 얼핏 대단히 감성적인 것 같아 동정심을 유발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정서가 자신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늘 징징대며 주변에 부정 바이러스를 퍼뜨리지만 정작 공감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불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연민하느라 바빠 자신의 이런 면 때문에 주변이 어떤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지 또한 전혀 눈치 채지 못하며 '그만 좀 하지'라는 사인이라도 주게 되면 즉시 이 쪽은 "천하에 동정심 없는 냉혈한"이 되고 만다

5. 교활한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

위에서 언급한 내 이모라는 사람의 가족에게는 독특한 유머감각이 있는데 교묘하게 사람을 놀리는 말로 당사자만 제외하고 모두를 웃게 만드는 개인기가 바로 그것이다. 당하는 사람은 아무리 기분이 상해도 모두가 웃기 때문에 그 유머는 적절치 못하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내 말 한 마디로 갑분싸!를 불러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고 보니 대개가 나르시시즘(Narcissism)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상, 정리하고 보니 대개가 나르시시즘(Narcissism)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나르시스트들을 경계하라고 강조하는 것이구나, 그 위험성이 인정 된다.(그러나 나르시시즘적 성격장애의 특징은 서술한 것보다 훨씬 더 많고 복잡하다) 어쨌든 인간관계야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 늘 배워 왔지만 내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며 갈수록 흉터가 커지는 상처를 끊임없이 주는 상대라면 과감히 그 관계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물론 그것이 매우 가까운 가족일 경우에는 몹시 어려운 일이지만 상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는 두는 것이 최소한 자신의 삶을 정상적으로 이어나가는 방법일 것이다.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온 세상이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떠받들어도 내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그러므로 상처가 반복 된다면 다른 사람 의견에 연연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그런 관계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결코 '내가 당할 만하니 당하겠지' 생각하고 포기 하지 마시길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