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좀 비켜봐! - 스케일이 남다른 디지털 고양이

집사는 일 좀 해야 하는데 하루종일 징징대며 따라다니는 고양이 형제 때문에 얼마 전 생각해 낸 것이 유튜브로 고양이용 동영상 틀어주기였다 - 사람 엄마들이 육아에 지치고 힘들 때 궁여지책으로 죄책감과 함께 스마트폰을 쥐어주거나 동영상 등을 틀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여기서 집사가 느끼는 죄책감이란 동영상은 레이저포인터와 마찬가지로 사냥에의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놀이여서 빠져 들었다가 오히려 좌절감만 느끼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인데...

동영상을 틀어주면 주로 멀리서만 구경하던 철수 고양이가 메뚜기의 등장에 사냥욕구가 자극 됐는지 훌쩍 사냥자세로 뛰어올랐다

동영상을 틀어주면 주로 멀리서만 구경하던 철수 고양이가 메뚜기의 등장에 사냥욕구가 자극 됐는지 훌쩍 사냥자세로 뛰어올랐다

고양이 삼신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메뚜기가 화면 아래로 사라지자 티비 아래의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거기서 메뚜기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양이 삼신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메뚜기가 화면 아래로 사라지자 티비 아래의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거기서 메뚜기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린데, 아랫쪽을 보니 어느 새 경철 고양이가 뙇! - 사실 들리지 않는 아이라 동영상의 소리를 높여줘도 의자 위에서 잠만 자고 있던 터였다

평소에 레이저포인터나 동영상 등에 철수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고양이

평소에 레이저포인터나 동영상 등에 철수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라 어쩌면 자다 깨서 이러고 앉았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철수 고양이는 화면 아래로 사라진 메뚜기를 사냥하러 나섰다,

그 동안 철수 고양이는 화면 아래로 사라진 메뚜기를 사냥하러 나섰다, "필시 저 쪽 바닥에 떨어져 있을 거"라며

이럴 때 고양이는 자신이 잠시 딴 데 보는 사이 메뚜기가 다시 화면 속으로 날아들었다 생각할까?

바닥을 바각바각 스크래칭 해봐도 메뚜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으니 다시 화면을 올려다 본다 - 이럴 때 고양이는 자신이 잠시 딴 데 보는 사이 메뚜기가 다시 화면 속으로 날아들었다 생각할까?

디지털 사냥이라면 일가견 있는 경철 고양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던지 훌쩍 뛰어오른다

디지털 사냥이라면 일가견 있는 경철 고양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던지 저까지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것 알면서도 훌쩍 뛰어오른다

일단 기득권을 가진 고양이에게 허락을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일단 기득권을 가진 고양이에게 허락을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 상대의 냄새를 맡는 것, 그것도 주로 똥꼬에서 최대한 가까운 쪽의 냄새를 맡는 것이 이 고양이들의 "나 이거 해도 돼?" 또는 "이거 내게 양보 좀 할래?"라는 바디랭귀지다

그러나 철수 고양이, 메뚜기에 푹 빠져 돌아도 안 본다

그러나 철수 고양이, 메뚜기에 푹 빠져 돌아도 안 본다 - 그 사이 역시 화면에 시선을 빼앗겨 버린 경철 고양이

메뚜기가 화면 왼쪽으로 떨어지니 동시에 샤샥!

경철 고양아, 니 머 하노~?

"경철 고양아, 니 머 하노~?" 철수는 이미 메뚜기가 화면 속으로 돌아갔다는 걸 알고 시선을 돌렸는데 이 녀석은 바구니 속을 골똘히 시선으로 뒤지고 있다

고양이 형제

메뚜기가 화면으로 돌아간 것을 인지하고 돌아보는 순간, 떡 버티고 앉은 형아의 뒷모습에서 비켜줄 마음이 1도 없다는 걸 인지했을까

사냥을 깨끗이 포기하고 그만 다시 훌쩍 뛰어내리는 하얀 고양이

제 형의 성질을 잘 알기에 사냥을 깨끗이 포기하고 그만 다시 훌쩍 뛰어내리는 하얀 고양이 - 딱하지~ 자리를 다시 배치해 두 녀석 나란히 놀 수 있게 해주어야 하나 집사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이번에는 빨간 노끈이 사냥감으로 등장했다

이번에는 입장이 180도 바껴 철수 고양이가 제 동생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바디랭귀지를 건네고 있다

이번에는 입장이 180도 바껴 철수 고양이가 제 동생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바디랭귀지를 건네고 있다

와중에 집사는 철수가 입 댔던 부위의 경철 몸, 털이 뒤집어져 있는 꼴이 귀여워 킬킬 웃는다

그러나 경철 고양이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 비켜 줄 생각이 없는 것인지 너무 집중해 제 형의 부탁을 인지 하지 못한 것인지 역시나 반응이 없다. (와중에 집사는 철수가 입 댔던 부위의 경철 몸, 털이 뒤집어져 있는 꼴이 귀여워 킬킬 웃는다)

동영상 보는 고양이 형제

철수도 오전의 경철과 마찬가지로 부탁하던 것은 잠시 잊고 노끈의 움직임에 잠시 넋이 나간다, 그랬다가

고양이의

무엇 때문에 올라왔는지 문득 기억이 났는지 다시 한 번 동생 엉덩이에 주둥이를 파묻어 보아도

노끈을 보느라 고개를 외로 꺾은 철수 고양이의 뒷모습에서 부럽다 못해 처량함까지 느껴지는 것은 단지 집사의 관점일 뿐일까

동생은 여전히 타닥타닥 사냥에 빠져 형아의 바디랭귀지 따위는 안 중에 없다. 노끈을 보느라 고개를 외로 꺾은 철수 고양이의 뒷모습에서 부럽다 못해 처량함까지 느껴지는 것은 단지 집사의 관점일 뿐일까...

이 아이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나 경철 고양이보다는 더 적극적이다

그래, 이 아이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나 경철 고양이보다는 더 적극적이다 - 사냥에 빠져 트위스트 춤을 추는 하얀 고양이를 툭툭 "어이, 나 좀 봐봐~" 그래도 동생이 저 하던 짓에만 열중하고 있자

한 자리에서 무려 세 번을 굽히고 들어가다니 철수 고양이로서는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셈이다

다시 한 번 "부탁" - 한 자리에서 무려 세 번을 굽히고 들어가다니 철수 고양이로서는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셈이다. 그제서야 경철 고양이의 귀가 마징가로 변한다. 그리고 집사는 이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싸움 직전, 서로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그리고 다시 한 번 "어이, 어이~~"

동생 고양이를 붙잡은 형고양이와 달아나는 동생 고양이

"야, 너 일루 좀 와 봐!" - 솜방망이를 날리는 것도 아니고 저 잘 난 손으로 제 동생을 움켜잡아서 아조 "조져불라!"하는 의지가 들어있는 동작이다

제 형이 이렇게 몸을 움켜잡고 늘어질 때 버텼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하루이틀 겪은 것도 아니니 경철 고양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비켜준다

제 형이 이렇게 몸을 움켜잡고 늘어질 때 버텼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하루이틀 겪은 것도 아니니 경철 고양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비켜준다 

동생을 쫓아내는 형 고양이

"아조 썩 내려가구랏!"

"알따!!!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나, 더러바서 피하지!"

바구니 위에서 동생을 노려보는 고양이

"거어 걍 딱 붙어 있거라" - 적반하장이라 해야하나, 기득권이 있는 아이를 쫓아낸 주제에 눈에 불을 켜고 다짐까지 놓는다

철수 고양이의 서슬에 밀려나 서러우면서도 화면에서 유혹의 몸짓으로 꿈틀대는 빨간 노끈에서 도무지 시선을 뗄 수 없는 하얀 고양이

철수 고양이의 서슬에 밀려나 서러우면서도 화면에서 유혹의 몸짓으로 꿈틀대는 빨간 노끈에서 도무지 시선을 뗄 수 없는 하얀 고양이

이 고양이는 뭐 하는 거?

그런데 이 고양이는 뭐 하는 거? 설마 동생 쫓아낸 죄책감에 반성 모드에 들어갔나 아니면 집사가 속으로 "별로 놀지도 않을 거면서 기어이 저러는 못 된 넘"이라고 욕 하는 걸 들었나, 아무튼 몇 컷을 계속 같은 자세로 앉았길래 육성으로 "철수야, 놀지도 않을 거면서 왜 뺏았어?" 하니

바구니 위에 앉아 티비 보는 고양이

화면을 스윽~ 한 번 돌아보더니

티비 화면에 점프하는 고양이

"논다, 봐라! 보이나?!"

엄마야, 순식간에 벌떡 일어서더니 "화다닥 파다닥" 화면에 대고 이따시 만큼 높이(티비 꼭대기에 손이 닿았다) 점프를! - 집사는 미처 거리 조절 할 사이도 없었고 착지 장면만 겨우 잡은 터라 '저 정도 흥분 했으면 한 번 더 뛰겠지' 기대 했으나

역시 대장 고양이는 스케일이 남달랐다

믿을 수가 없다, 이것이 저 점프의 바로 다음 장면이라는 것이!


철수 고양이, 경철 고양이와는 달리 성격이 훨씬 더 화끈하고 마초스럽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디지털 사냥조차도 한 방에 화끈하게, 그리고 끝! 역시 대장 고양이는 스케일이 남달랐다 - 그나저나 저 요란한 한 방 후의 깔끔한 퇴장은 집사의 염려대로 디지털에 속았다는 배반감 또는 좌절감의 표현이었을까 놀지도 않을 거 뺏았다는 집사의 나무람 때문에 민망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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