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바구니 놔 드렸어요~

정작 생선가게 집 아이들은 제대로 된 생선을 하나도 못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지끈 타래 속의 고양이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우리집 철수 고양이가 지끈 타래 속에 이 꼴을 하고 태연히 앉았길래 바구니집 고양이에게 바구니가 하나도 없는 꼴인가 하는 생각이 퍼떡 들어 우리 고양이 형제에게 놔드릴 바구니를 짜기 시작했다 - 사실 야아들 바구니 엄청 많다, 짜 준 지가 오래 돼 그렇지 10개는 될걸~

침대 밑 바구니 속 얼룩 고양이

하지만 30kg의 지끈을 모두 소진하도록 거의 쉼 없이 바구니를 짜댔으니 손이 아파 지지부진, 하루이틀 쉴 생각으로 짜던 것을 침대 밑에 넣어놨더니 또 다른 날 아침, 눈을 뜨니 철수가 없어 찾아보니 바구니 따라 들어간 것인지 침대 밑에 들어가보니 마침 그것이 있어 들어간 것인지 아무튼 이러고 계신 것을 발견, 한 편 흐뭇~ 아, 그런데 액정을 보니 아이 왼쪽 눈이 이상하다

고양이들은 눈에 털이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어 잠시 이럴 때가 있다

가슴이 철렁~ 바구니를 질질끌어 아이를 밖으로 데려나오니 정말로 뭔가 불편한 듯한 눈이다 - 고양이들은 눈에 털이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어 잠시 이럴 때가 있는데 눈을 벌려봐도 털 따위가 들어간 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자꾸만 눈을 깜박거리거나 혹 뜬다고 해도 뭔가 이상한 빛 같은 것이 느껴져 아, 눈이 불편해서 침대 밑에 숨어 있었나는 의심까지 들었다 (인터넷 기사 아저씨가 다녀간 다음날이라 스트레스성 장애일까 싶기도 했고)

철수 고양이는 침대 밑에서 끌어냄을 당하고도 미완성인 바구니에서 나올 생각이 눈꿉만치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마침 토요일이라 일요일까지 지켜보고 월요일에도 시원찮으면 병원에 가야겠다 마음을 먹으니 병원 갈 스트레스에 지레 마음이 지친다. 철수 고양이는 침대 밑에서 끌어냄을 당하고도 미완성인 바구니에서 나올 생각이 눈꿉만치도 없어 보인다

"하, 그 시키 별지롤을 다 하시네!" 경철 고양이의 표정이 말 한다 - 다행히 철수 눈은 다른 때보다 좀 오래 갔지만 역시 이물질 탓이었는지 두 시간 정도 지나니 정상으로 돌아왔고 혹시나 해서 일부러 더 놀아주고 더 먹여 보니 활동성이나 식욕이 정상이라 안심했다. 여여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이 새삼 폭발한 경험이어서 요 며칠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거나 밥을 먹거나 물만 마셔도 감사한 마음이 절로절로 우러난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 (나이 들어 그럼 --;;) 아무튼 이 모습을 보니 이미 높이가 적당해진 것 같아 그만 짜올리고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두 개의 고양이용 지끈 바구니

짜잔~ 왼쪽 것이 새로 마무리한 것이고 오른쪽 것은 이웃에게 선물로 보내려 짰다가 울통불퉁 삐뚤빼뚤, 보냈다가는 욕만 먹을 것 같아 못 보내고 남겨둔 것이다(결국 그 댁에는 두 개를 다시 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상하게 나와 어쩔 수 없이 이상한 그대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고양이 바구니니까 좀 다른 모양으로 마무리 했다

고양이 바구니니까 좀 다른 모양으로 마무리 했다 - 대개는 씨실을 서로 꼬아 4줄 땋기 매듭으로 완성하는데 이번에는 세 줄  땋기 후 네 번째를 땋지 않고 그대로 풀어헤쳐 너덜너덜, 좋게  이름 붙이자면 러플을 만들었다. 왜냐하면 고양이들은 이렇게 바스락거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냥놀이 때 이 러플들 사이로 살째기 보일듯 말듯하게 놀아주면 눈동자가 진짜로 이따시 만하게 커질 만큼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두 녀석이 한꺼번에 스크래칭 중이다 - 그 동안 바구니에는 반드시 깔개를 깔아주어 몰랐는데 요즘 다시 바구니를 짜면서 아이들 행동을 관찰하니 깔개 따위 없이 맨바구니만 던져주면 바닥을 스크래처로도 사용하는 창의력을 보여주셔서 한 수 배운 집사, 이번 바구니는 그냥 맨 걸로 쓰게 놓아주었다 

고양이용 바구니에는 아무 것도 칠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냥 두면 내구성은 아무래도 좀 떨어지겠지만 바구니야 또 짜면 되지만 건강은 또 짤 수 없는 거니까!

맨 것이라 하니, 또 하나 맨 것인 것 - 마감재도 목공풀도 사용하지 않았다. 5, 6년 전에 만들어 준 것들은 모두  마감재 처리가 돼 있는데 그 때는 마감재 자체에서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기에 화학물질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지 않았었고 이 번에 구입한 마감재는 브랜드가 달라도 하나같이 묘하게 찌르는 듯한 화학냄새가 나 고양이용 바구니에는 아무 것도 칠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냥 두면 내구성은 아무래도 좀 떨어지겠지만 바구니야 또 짜면 되지만 건강은 또 짤 수 없는 거니까!

고양이용 지끈 바구니

"철수야, 사진 찍에 바구니에 함 드가봐~"

바구니 앞에서 집사을 돌아보는 고양이

"또 사진 찍나? 귀찮구만은..." 

바구니 속에 들어간 고양이

"됐재? 나간다이~?'

집사에게 걸어오는 고양이

아따 그 자슥, 여기저기 이리저리 찍어보게 좀 들어앉아 있지는...

"흥, 집사야 내가 대신 들어갈께" 정말로 일부러인듯 카메라와 시선을 맞추고 포즈까지 잡아주시는 기특한 하얀 고양이

바구니 속 하얀 고양이

해가 동쪽으로 지겠다, 알아서 척척 다른 바구니에 앉아주시는 센스까지!

바구니 속 얼룩 고양이

"나도 포즈 잡을 줄 안다묘~"

못마땅한 눈빛의 얼룩 고양이

"꼴랑 지끈 바구니 하나 짜주고는 모델 시켜서 본전을 뽑네 뽑아!" 틀림없이 이렇게 중얼거리는듯 못마땅한 눈빛이다

바구니 속에 엎드린 얼룩 고양이

"세상 귀찮다, 잠이나 잘란다~" 머리가 얼마나 작고 가벼운지 종이로 만든 러플에 턱을 괴고 엎드려도 찌그러지지가 않는다 - 작고 연약하고 소중한 생명...

고양이 머리가 얼마나 작고 가벼운지 종이로 만든 러플에 턱을 괴고 엎드려도 찌그러지지가 않는다

엎드린 참에 위에서도 찍어보고

지끈 바구니 속에 들어간 고양이

턷받이까지 완벽하게 높이도 넓이도 길이도 적당하게 잘 만들었다 - 잘 했다 집사, 쓰담쓰담~

드디어 우리집 고양이들에게 바구니 놓아드렸어요

이것은 고양이 형제가 한 프레임 속에 들어오기만 하면 무조건하고 셔터부터 누르는 버릇 덕에 그나마 간신히 건진 어설픈 투샷으로 세상없이 늘어져 있으면서도 집사가 움직이는 방향 따라 눈길을 주는 철수 고양이의 모습이 가관이다.


어쨌거나 드디어 우리집 고양이들에게 바구니 놓아드렸어요~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