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마지막 숫자가 6에서 9로 바뀐 순간

우리집 경철 고양이는 외모가 말해 주듯이 난청 고양이다 - 100% 하얀 털에 파란 눈을 가진 고양이는 유전적으로 90% 이상 난청이 된다. 오드아이는 파란눈 쪽 귀만 난청이 되고 두 눈이 모두 파랗다 해도 검은 털이 단 한 올이라도 또는 단 한 점의 주근깨라도 피부에 있다면 난청을 면할 수 있다. 이것은 색소를 담당하는 어떤 염색체가 청신경을 함께 담당하기 때문인데 아직 이 염색체가 어떻게 이런 현상을 만드는지 아직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웬 뜬금 없는 공부? 공부 하자는 얘기가 아니고 난청 고양이에게 검은 털이란 한 마디로 로또 마지막 숫자와 같은 것인데...

 난청 고양이에게 검은 털이란 한 마디로 로또 마지막 숫자와 같은 것인데

보일러를 돌려 바닥이 따뜻해지면 바닥 아무 곳에나 철푸덕 널부러져 노숙자 포스로 뒹굴거리다 졸다를 즐기는 경철 고양이, 이렇게 움직임이 적으면서 실눈을 뜨고 있을 때가 편안히 이 모습 저 모습, 사진 찍어 보기에 가장 좋은 기회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보일러를 돌려 바닥이 따뜻해지면 바닥 아무 곳에나 철푸덕 널부러져 노숙자 포스로 뒹굴거리다 졸다를 즐기는 경철 고양이

한 컷을 누르고 액정을 확인해 보니 엇???!!! 까만 털이다!? 마침 안경도 끼고 있었기에 육안으로도 확인해 본다, 맞다, 까만 털 있다!

이렇게 까만털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면 청신경도 같이 생기는 거야

혹시나 하고 신중하게 초점을 맞춰 접사수준으로 다시 여러 번 셔터를 누른다, 그러면서 머리 속이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이렇게 까만털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면 청신경도 같이 생기는 거야? 그러면 들리게 되는 거야? @@"

생각들은 이미 겉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고 손은 쉼 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잠시라도 셔터질을 멈추면 이 검은 털이 신기루처럼 사라질까봐

얼룩 고양이 표정

저 할매가 왜 저래? 하는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철수에게 "철수야, 경철이 얼굴에 까만 수염 있다?"고 보고까지 해가며 부산을 떠니 철수도 덩달아 "진짜?!" 묻는 듯한 표정을 보여준다

잠 자는 하얀 고양이

방향을 바꿔 찍어보니 그 앞쪽에 하나 더 있다. "언제부터,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왜 나는 못 봤지? 그런데 나이 들어서 검은 털 생겨도 청신경이 같이 생기는 거야? 털이 둘 밖에 없으니 딱 그 만큼만 들리는 거? 무슨 소리 하노, 그게 어데고 그 만큼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내 머릿속 난리법석이 아이에게 전달이 된 것일까, 아, 요 넘이 눈을 반짝 뜬다?

내 머릿속 난리법석이 아이에게 전달이 된 것일까, 아, 요 넘이 눈을 반짝 뜬다? 엄습하는 이 불안감은 뭘까... 눈을 뜨고 머리를 흐드드~ 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은 이 불안감!

잠에서 깬 고양이

아니나다를까,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흐드드드~"

"그래, 저리 털어도 피부에서 뚫고 올라 온 수염이니까 안 없어질거야, 봤잖아, 우연히 붙은 거라면 길이나 방향이 그리도 정교하게 맞아 떨어질 수가 없어!!!"

영문 모르는 난청 고양이, 우연인지 유난히 처연해 보이는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본다

까만 털 있어, 있을 거야!!! 수 없이 되뇌이며 흐드드~ 후의 첫 컷을 확인하니 ... 영문 모르는 난청 고양이, 우연인지 유난히 처연해 보이는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본다

통곡하는 사람

로또의 마지막 숫자 6이 9로 뒤집어지면 이런 마음일까... 진짜로 뒹굴며 통곡을 하고 싶어지데라...

앉아서 자는 고양이

설마... 아까 그건 그럼 뭐였지? 내가 헛 것을 본 게야? 사진에는 분명히 있는데!? 진짜로 없다! 그래, 없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선명하게(?) 보이는 저 검게 보이는 것은 그럼 도대체 무엇이지? - 사진은 빛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더니 우연한 각도와 빛에 의해서 검은 털 같아 보이는 무엇인가가 찍혔던 것인가보다... 

집사를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는 철수 고양이

"에이그~~ 할망구, 헛것이 보이는구마이..." 집사를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는 철수 고양이

경철이나 집사나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지 않는듯 살지만 이 소동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새삼 이해하게 된 것은 경철의 난청이 내게는 적지 않은 트라우마였구나, 하는 것이다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뭘 봐, 시캬! 내 반 백 년 넘어 살아도 너처럼 못 생긴 괭이는 본 적이 없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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