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초식냥

철수 고양이는 집사가 먹는 것은 무엇이든, 심지어는 빵이나 과일, 채소 따위에도 일단 무조건 입을 대보려 하는 초식냥이다. 그런데 식물 중에서도 철수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강아지풀이라 우리집에는 기회가 닿는대로 강아지풀이 재배되고 있는데 

초식남 고양이 철수

며칠 전 오전, 화분에 있던 강아지풀 중 마지막 대궁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입에 덥썩, 줄기는 가늘어 제 이齒에 씹히지도 않을 것 같은데 잇사이로 흘려가며 그걸 또 끝까지 줏어가며 다 먹어치우셨다. 이제 대궁이를 다 먹어 치우셨으니 다시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초점 못 잡는 소니 dsc rx 100

그런데 어제 저녁에는 어쩐 일인지 무엇을 들이대도 아이들이 잘 놀아주지를 않아 궁여지책으로 다시 대궁이가 모두 뽑혀나간 채로 이파리만 잔뜩 달고 있던 강아지풀을 뽑아와 경철에게 흔들어주니 초점 안 맞는 사진 만큼이나 경철이 마음에도 안 맞는 풀!

강아지풀을 보고 달려온 고양이

방문턱에 늘어져 턱을 괴고 있던 철수고양이, 내가 등을 돌리고 있어 무엇 하는지 보이지도 않았을텐데 어떻게 이 광경을 캐치한 것인지딱 한 컷 누르고 나니 어느 새 화면에 등장해 계신다, 배경으로 잡힌 경철군은 갑자기 형이 튀어오르자 깜짝 놀라 사태 파악 중인 모습이다.

강아지풀 먹으려 눈을 까뒤집은 고양이

신기하다, 이 풀이 철수에게는 다른 고양이들이 느끼는 캣닢 같은 것일까, 요즘은 꽤 많이 먹었는데도 줄 때마다 여전히 환장 수준으로 덤벼드는데 오늘 이것은 대궁이가 없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설쳐대는 엉아의 서슬에 놀라 돌아앉은 하얀 고양이

솜방망이를 모두 모아 아무리 단단히 그러쥐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자꾸만 빠져나가니 입과 수염이 사정없이 툭! 불거져서 마구 허우적거리고 거의 미친 듯이 설쳐대는 엉아의 서슬에 경철고양이는 지금 움직이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고개를 떨구고 돌아앉아 어서 이 난리법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엄한 표정으로 강아지풀을 노려보는 고양이

아무리 허우적대도 풀이란 놈이 잡힐락말락 손끝을 스치며 자꾸만 빠져나가니 점잖게 상대해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두 발로 서서 "네 이놈!"하는 표정을 짓는다 (도저히 이 소동을 더 견딜 수 없었던 경철 고양이는 어느 새 프레임에서 퇴장)

화난 표정으로 풀을 씹는 고양이

저 표정을 보니 너무 오래 약 올리면 아이 성격 버리려나, 입에 얌전히 넣어주니 아, 진짜로 화가 났었나보다... --;;

맛있어 하는 표정으로 풀을 씹는 고양이

그러다 풀이 씹혀 향기와 즙이 입 안에 느껴지니 저절로 마음이 풀리는가 눈을 지그시 감고 옅은 미소까지 띄며 풀맛을 느끼는 중이시다

흘린 풀을 줍고 있는 고양이

그러나 털장갑 낀 손, 집사가 잡아 주지 않아 씹다가 떨어트리니 지체없이 달려내려가 두 손으로 고이~ 모아 다시 입 안으로 

풀 먹는 고양이

이 장면은 얼핏 풀이 목에 걸려 고전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꽤 거친 줄기를 어금니로 야무지게 씹고 계시는 중이다. 그렇게 꽤 거친 줄기까지 씹어먹고 주변에 흘러있던 이파리들마저 모두 싹쓸이 하니  흐미~~~ 이 고양이는 틀림없이 초식남인 게야!

고양이 먹일 강아지풀 구함!

"경철아~ 니도 강아지풀 한 입 하자~"

"아, 데쓰요!" 저 표정 보니 한 번만 더 권했다가는 따귀를 맞을지도 몰러~ 그나저나 이제 곧 엄동설한이 올텐데 집사는 어디가서 강아지풀을 구해 올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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