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도 몰래 먹으면 더 맛있고 연애도 몰래 하면 더 달콤하다 했던가, 이런 심리는 고양이라고 다르지 않았던 것인지,
두어달 전 블로그 이모 중 한 분이 만들어 주신 캣닢 쿠션을 철수 고양이는 볼 때마다 이렇게 뒷발질 대작렬로 자신의 스트레스는 물론 집사의 스트레스까지 시원하게 날려 주는데
경철 고양이는 매 번 제 형이 하는 짓을 "이거이 미쳤나..."하는 눈 빛으로 이윽히 내려다 보거나
냄새라도 좀 맡아보라고 코 앞에 갖다놔도 화 난 눈빛으로 외면 하기를 거듭해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철수가 한바탕 뒷발차기를 끝내고 만족한듯 자리를 비키자
멀찌감치 있던 경철 고양이, 슬금슬금 다가와 캣닢쿠션 앞에서서 등허리를 잔뜩 낮추고(이건 고양이가 긴장하고 있다는 바디랭귀지) 제 형 쪽을 흘끔 건너다 본다 - 저 눈동자 봐라, 진짜로 "흘끔" 크히힛!
바로 다음 장면 - 이 가필드 같은 심술 고양이 좀 보소, 제 동생이 눈치를 보며 쿠션에 접근하다는 걸 알아채고는 득달같이 달려와 "내거야!" 하고는 지키고 앉는다. 이 녀석, 아마도 경철 고양이가 당당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쿠션을 차지하고 앉았더라면 이런 심술 부릴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 나 먹자니 배 부르고 남 주자니 아까운 심보!
그러나 고양이 삼신이 지키면 얼마나 끈질기게 지키고 있겠는가, 어느 새 가만히 쿠션만 끌어안고 있으려니 지겨워진 가필드가 밖으로 다른 짓하러 나간 사이에 이 하얀 고양이 또 다시 슬그머니 다가와 "저 시키 확실히 멀리갔지?" 단단히 확인하는 눈빛을 보내더니
어라라? 뭐 하는 것이냐 이 포즈는?
마따따비 막대기를 만났을 때와 똑같은 짓을 캣닢쿠션에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었는가 "이게 뭔데 내가 이러고 있지?"
"에라 모르겠다, 즐길 건 일단 즐기고 보자!" 사내 녀석이 요염하기도 하지~
열정적인 뒷발질 한 번 보면 좋겠구만은 이 하얀 고양이는 꼴값 하느라 그러는지
이렇게 마징가 귀를 하고 이것이 정녕 무엇인지 한 번씩 확인까지 해가면서 요염하게 꿈틀꿈틀, 요리조리 뒤채면서 하염없이 제 볼을 쿠션에 비벼대기만 한다
냄새라도 좀 맡아 보라고 빌 때는 매 번 화만 내더니 캣닢질도 눈치 봐가며 몰래 하면 더 황홀한 것이냥? 눈마저 게슴츠레 풀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은 몰래 황홀함을 만끽하시던 고양이의 급작스레 연출 된 뒷태,
이것은 후다닥 돌아온 캣닢쿠션 지키미의 뒷태 되시겠다 - 확실히 고양이에게도 몰래 먹는 간식이 더 맛있고 몰래하는 연애가 더 달콤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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