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기간인 것과 관계없이 EMS 보낼 일이 몇 번 있어 있는 것조차도 잊고 지냈던 체중계를 꺼내 쓰게 됐는데,
EMS 말이 나온 참에 배송료 할인 받는 법 - epost로 접속해 미리 접수 하면 5% 할인이 된다. 이렇게 하면 우체국에 가서 따로 운송장을 작성할 일도 없고 접수번호나, 스마트폰으로 잡수한 경우에는 맨 마지막에 나오는 QR코드를 보여주고 결재만 하면 끝
고양이 형제의 몸무게 재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구입했던 내 체중계는 이렇게 엄마와 아기 모드가 있어 엄마가 먼저 올라가 체중을 재고 신호에 따라 내려오면 0.00으로 변하는데 이 때 아기나 고양이 또는 무게를 알고 싶은 물건을 들고 다시 재면 아기, 고양이 그리고 물건의 무게만 따로 표시가 된다 - 그래서 EMS 때문에 체중계를 꺼낸 참에 그렇잖아도 계속 신경이 쓰였던 고양이 형제의 몸무게도 함께 재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랬더니
왼쪽 고양이 7.7kg, 오른쪽 고양이 6.8kg! - 두 말 할 것 없이 두 녀석 모두 고양이 중 가장 거대품종인 메인쿤의 몸무게다, 그것도 중간 사이즈 이상의 메인 쿤!
사실 철수고양이는 아기 때부터 대단히 골격이 큰 편이었기 때문에 몸무게가 좀 나가도 고양이의 비만도를 측정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 위에서 내려다 봐서 허리가 잘록한가 아닌가를 살피는 방법을 썼을 때 늘 잘록함이 뚜렷이 보였기 때문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이 하얀 고양이 허리는 언제 본 적이 있기나 한지 기억도 안 난다
사실 경철이 비만해진 것은 내 탓으로 한 배에서 첫째와 다섯째로 태어난 녀석들의 덩치가 이렇게나 극명하게 차이가 났기 때문에, 더구나 경철이는 배가 발갛게 드러날 만큼 털조차도 적었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할까 하는 노파심에 자는 놈 깨워가면서까지 뱃구레를 키우려고 먹여대는 실수를 한 것이다
거의 8kg의 거대 고양이, 불안한 눈빛으로 "그래서 뭐?!"한다
"다이어트 해야지 뭐!"
"웃기고 있네, 살은 지가 찌워 놓고!" 원망스런 눈빛이다
"미안한데 그래도 니는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
아닌게 아니라 경철이는 요즘 뭔지 뛰는 걸 좀 버거워 하는듯 보이기도 해서 놀이에도 소극적이고 철수가 저를 사냥할 때도 뛰어 달아나는 대신에 하악질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집사도 심각성을 인지하는 중이었다
"엉아! 집사가 우리 다이어트 시킨대~"
"헉! 머라카노?"
"이 녀석아 너도 3년 사이에 900g이 늘었어, 청소년도 아닌데 몸무게가 늘면 곤란하지"
"나는 안 할란다~" 물고 있던 장난감까지 뱉아놓고 좌절모드에 들어간 고양이
"엄니,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보시오~"
"알써~ 그렇게까지 비는데 뭐 먹고 죽자!" 할 줄 알았지? - 다이어트는 추석 선물이닷!
내가 실천할 고양이 다이어트 법
1. 고단백으로 먹인다 - 먹는 양을 줄이더라도 양질의 단백질은 고양이의 생명유지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다
2. 건사료를 줄인다 - 고양이가 즉각적인 만복감을 느끼는 데는 건사료보다는 습사료가 더 효과적이며 수분함량도 월등히 높아 중량대비 열량이 낮은 반면 단백가는 더 높다
3. 식사 횟수를 늘린다 -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 동물이므로 조금씩 자주 식사를 제공하면 공복에 거의 시달리지 않는다 (고양이는 간손상이 쉽게 오므로 절대로 허기지게 하면 안 된다)
4. 여타 간식을 삼가한다 - 100% 살코기로 제조 된 동결건조 간식이나 간식상자에서 스스로의 노동으로 꺼내 먹는 건사료 외의 곡류와 기타성분을 함유한 간식을 일체 끊는다. 사람의 간식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의 간식도 열량만 높고 영양성분은 쓰레기에 가까워 고양이를 비만으로 이끄는 주범이 될 수 있다
5. 놀이로 움직임을 유도한다 - 비만이 아니더라도 댕댕들의 산책 만큼 고양이에게는 사냥놀이가 중요하다
다이어트 법을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 사실 나는 위에 서술한 모든 것을 거의 실천하고 있는데 왜 저리 됐을까 - 동결건조간식을 한 두끼 식사 만큼 먹는데도 불구하고 영양 불균형을 우려해 주식으로 먹는 파우치의 양을 줄이지 않았던 것. 그리고 요 1, 2년 사이에 놀아주는 일에 대단히 소흘했던 것. 그래서 일단 모든 패턴은 유지하면서 파우치를 하나씩 줄이고 아무리 동결건조 간식이라지만 그것도 좀 줄이고 놀이에 좀 더 신경을 쓰기로 마음 먹고 실천 2일째, 철수는 천방지축 아무 것도 모르고 경철이는 좀 힘들어하고 있다 ㅜ.ㅜ
남들은 먹을 것이 넘쳐나 배가 터져 죽겠다는 명절시즌에 다이어트라니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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