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꼭지를 쓰면서 같이 등장 시킬 만한 사진이 있나 찾아보다가 '하아~ 이 녀석들 밥 먹는 버릇 때문에 이렇게 애 먹은 적도 있었지' 새삼스레 또렷하게 기억나게 만드는 일련의 장면들이 앨범 속에 있어 오늘의 꼭지로 만들었다. 해마다 여름이 시작 되면 입맛이 없어지는 건 고양이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이 때의 기록으로 다시 한 번 증명이 됐다
다행히 이번 여름은 별 트러블 없이 우리들이 보낸 여름 중 가장 쉽게 넘겼다고 할 수 있다. 첫 해 여름은 물론 금새 태어난 햇것들이라 뭐든 주는대로 환장을 하고 먹어줬기 때문에 가장 보내기가 쉬운 데다 재미 있기까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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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난다, 우리집 식사시간 그림이 이렇게 바뀌기 시작한 것이... 다른 집 아이들은 집사가 때를 잊거나 놓치면 밥상머리에 앉아 하염없이 해바라기를 하거나 밥그릇을 엎어버리는 행패를 부리는 등 식사예절이랄지 질서랄지 나름의 체계가 다 있는 듯 보이던데 우리집은,
고양이가 누워 있는 곳으로 밥을 갖다 준다.
"고양느님~ 진지 드시옵소서~~~"
"......"
밥냄새가 퍼지고 사진 찍는다고 불이 번쩍이는데도 꼼짝을 않는다
"철수야 밥 먹어~"
"끄으응~"
주무시는데 밥을 들이밀으니 그렇지, 하시겠지만 천만에! 안 주무신다는 거 눈으로 확인하고 드린 것으로 밥그릇 놓인 쪽을 보고 계시다가 갖다 놓으니 외면하고 눈을 감으신 것이다. 카메라 불빛에 겨우 고개를 든 고양이, 바구니를 툭! 치며 "야! 밥 먹어!" 집사가 세게 나가니 비로소 "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콧구멍만 벌렁거리면서 일어나지 않는 고양이, "밥 먹으라규우!!!" 언성을 높여도 눈도 깜짝 않는다. 콧구멍만 계속 벌름벌름, 절대 일어나실 생각이 없는 채로 십 수 초가 흐른다. 째깍째깍...
그래도 끝내는 일어나셨네! 라고라? 천만에 만만에 콩떡!!! 인간이 낑낑 바구니를 돌려 고양느님 코가 밥그릇을 향하게 만든 다음 그릇을 코 밑에 들이밀어 냄새를 맡게 하고 등을 밀어 일으켜 세운 것이다.
윗눈꺼풀을 일자로 길게 뜨고 -세모 눈- 있는 건 못마땅하심을 시사하는 것이다. 안 드실 것도 아님서 이렇게나 늙은 집사를 애면글면하게 만드시는 이유가 뭣일까...
이것은 또 다른 풍경으로 식탁에 밥을 차려놔도 두 녀석 모두 본 체 만 체, 의자 위에 한 쪽 다리 들고 척 누워 계시는 걸 다시 다른 의자 동원해 코 앞에 들이밀어 일어나신 것.
이런 현상은 우리집 식신이라고 다르지 않다. 더워서인지 비교적 차가운 방바닥에 널부러져 계시기를 즐기는 이 분, 아무리 손짓을 하고 방바닥을 두드려도( 안 들리시니 이렇게 신호를 한다) 꿈쩍도 않으시길래 누워 계신 바로 곁에다 밥상을 차려드려 벌떡 일어나시기에 "시장 하셨지요? 진지 드셔요" 했더니
밥그릇은 일별도 않고 저벅저벅... 제대로 무시해 주신다. 밥 시간도 따로 있고 즈들 번듯한 식탁도 따로 있는데 도대체 이런 풍경은 언제 어떤 이유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일까...
여름마다 철수가 입맛을 잃는다는 것과 얼마 전 경철이 아팠던 이 후로 이 분들 뜻이 아니라 인간의 노심초사 또는 노파심으로 극심해진 것은 알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이런 현상은 지속적으로 있어왔으니 늙은 집사 끼니 때마다 밥그릇 들고 녀석들 따라다니기가 너무나 고달프다.
흥, 이 여름만 지나 봐라, 요 떡을 할 누무 시키들!!! 고양이의 교황이라 불리우는 유럽의 저명한 박사께서 "고양이에게도 시장이 반찬이다, 배 고파할 기회를 주라.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이 고양이에게도 가장 행복하고 맛있다" 했는데 그 수칙을 어겨 댓가를 치르는 중인지 또는, 젊었을 때 울 큰 온냐가 밥그릇 들고 새끼 뒷꽁무니 따라다닌다고 지롤지롤 욕을 해댔더니 지금 그 벌을 단단히 받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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