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가 내게 주는 영향을 실감함

지난 해 였던가 사람을 직접 상대해서 밥벌이 하는 일을 완전히 끝내고 집에만 들어앉아 있으면서 유일한 외부와 통하는 것이라곤 몇 년 동안 하지 않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것이 내게는 유일한 도구인데 어쩐 일일까, 요 며칠 갑자기 내 일상이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사소한 계기가 있어 아날로그인 만큼 너무나 바빠져 컴퓨터는 커녕 전화기로 블로그를 들여다 보는 일조차 대단히 번거롭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지끈으로 짠 연필꽂이 2

반나절 정도 엎드려 있으면 이런 연필꽂이를 하나 만들어 낸다. 아날로그다 - 희한도 하지, 불과 몇 주 사이에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히고 지문이 없어져 반들반들할 만큼 몸이 시달리고 있는데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답은 금새 나온다, 아날로그로 시간을 보내는 만큼 디지털로부터 멀어져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지끈으로 짠 연필꽂이

연필꽂이를 짜고 정리하기 전에 남은 씨실들을 시간 오래 들여 모두 펴서 해바라기 꽃놀이도 했다 -  '이건 아무도 안 훔쳐 가잖아' 라는 말이 방금 갑툭튀! 


아아~ 그런 것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 블로그 글 하나 생산하는 시간과 연필꽂이 하나 생산하는 시간이 비슷한데 블로그의 생산물은 언제 누구에 의해서 어디로 흘러나갈지, 내 생산품임에도 불구하고 내 것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전혀 컨트롤이 안 되는 반면 연필꽂이라는 생산물은 언제 어디로 누구에게 보내질지 순전히 내가, 나만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이 고양이, 어릴 때는 정말 못 생겼었는데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외모가 빛을 발한다[이 고양이, 어릴 때는 정말 못 생겼었는데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외모가 빛을 발한다]

이것은 곧 내 일상, 내 생산품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의 증명이니 뭔가 주권을 되찾은 기분, 그런 것인 모양이다 - 요즘 들어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느낌이 자주 들었던 것이 바로 디지털 생활에서 오는 부작용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집사의 뜬금없는 아날로그 생활에 더 심심해진 고양이 형제[집사의 뜬금없는 아날로그 생활에 더 심심해진 고양이 형제]

더불어 디지털 생산품에는 전후 사정 1도 모르는 낯선 이들이 지나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고 심지어는 험한 소리를 예사로 던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니 아날로그에 빠져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뜬금없이 멘토스 두 상자,

멘토스 화이트 초코와 카라멜 2

멘토스라면 이십여년 전 과일맛 그리고 박하맛 이 두 가지만 있는 걸로 알았는데 며칠 전 오픈마켓에 접속했다가 우연히 발견한 멘토스 화이트초코와 카라멜 맛 - 우오오~ 멘토스가 언젠가부터 수입 되고 있다는 건 오다가다 알았지만 이런 맛들도 있었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언제 나온게냐? 쇼핑이라면 인터넷으로 밖에 하지 않으니 좀 많지만 썩는 것 아니니 박스로 샀다, 800원짜리 두어 개 사고 배송료 3000원 낼 수는 없는 일이니

멘토스 화이트 초코와 카라멜

그런데 멘토스, 언제부터 이런 모양이 된 것이냐? 더 작아지고 더 두꺼워졌다. 배반감! -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기운 떨어질 때마다 쩝쩝 온통 치아에 붙여가며 씹어 먹었던 기억과 공항에서 짐검사를 하던 세관원(?)이 멘토스를 집어들고 "이건 뭐?" 하셔서 한 줄 선물로 드렸던 작은 추억 때문에 홀린 듯 산 것인데 내가 아는 그 멘토스의 모양이 아니어서 어쩐지 사기를 당한 기분... 


하긴 사기가 맞긴 한 것이 원래는 훨씬 더 넓고 얇아서 갯수가 더 많았는데 아마도 소비자 모르게 원가를 낮추는 수단으로 과자를 찌그러뜨려 겉으로 볼 때 길이만 유지해 실재 내용물이 줄어들었다는 걸 눈치 못 채게 하려는 사기술인 것이다. 차라리 직진해서 가격을 올리지 이게 뭐람... 진짜로 기분 나쁘다. 돈이라면 '오리지널'에 대한 자부심마저 쓰레기처럼 버리는 세상이긴 하지만

제 손으로 간식 찾아먹는 똑똑한 고양이[제 손으로 간식 찾아먹는 똑똑한 고양이]

또 다시 대단히 뜬금 없는 쪽글이었지만 우리는 이렇게 주말의 하루를 보냈다. 이러다가 디지털 생활에 완전히 염증을 느껴 블로그질 마저 그만 두면 어쩌지, 라는 염려도 살짝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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