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쉬고 사람도 쉬자~

이번 가을은 이상하다. 해마다 이맘 때가 내게는 일 년 중 가장 기운이 넘치는 시기인데, 그래서 일 년 내내 안 하던 청소며 정리 등을 며칠 새 순식간에 해치우는 괴력을 발휘하는 시기인데 올 해는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머리 속을 떠다니는 맥락없이 복잡하던 단어와 감정들도 다 지우고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은 것이다. 희한타... 

고양이도 쉬고 사람도 쉬자 1

그래, 정그러면 쉬어줘야지(맨날 쉬면서... - 속으로 하는 생각)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쪽글 하나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락한다


나는 우리집 하얀 고양이가 이렇게 게으름 부리고 있는 걸 보기만 해도 휴식이 되는데 이 고양이는 그러는 인간이 못마땅한 것일까 도끼눈을 뜬다 - 두 손을 깡총 그리고 요염하게 꼬은 두 다리, 마치 스크래처 밖으로 두 발이 닿으면 벌금이라도 내야 하는 것처럼 어렵게 꼬아 들고 있다. 

고양이도 쉬고 사람도 쉬자 2

고양이 삼신, 이 자세에서 도끼눈 떠봤자 하나도 안 무섭다. 금새 이렇게 스르르 두 눈이 감길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고양이도 쉬고 사람도 쉬자 3

그런데 참 희한도 하지, 푹 잠이 들어 고개는 뒤로 젖혀지는데 두 손은 더 깡총 그러나 벌금 안 물려고 들고 있던 다리는 스르르, 이 쪽이 내려가면 저쪽이 올라오는 시소의 원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휴식의 기운, 마치 구름 같다

고양이도 쉬고 사람도 쉬자 4

얼룩 고양이도 쉰다, 차가워진 날씨 탓인지 점점 더 어리광이 느는 것인지 사람 아기처럼 집사 무릎을 베고 잔다. 주먹 만한 머리에서 전해지는 살아있는 것이 건네는 신뢰와 숨결의 따뜻함에 가슴 뭉클해지는 평화로운 휴식이 집사에게도 전염 된다. 그래, 오늘은 집사도 쉬고 고양이도 쉬자 - 무엇이 어떻게 되어갈지 묻지도 말고 알고 싶어하지도 말고 그냥 쉬자


루틴이라 의식 않고 있었는데 글을 발행하려니 주제 선택을 하라 한다 - 오늘은 주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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