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가을이 왔다

아직도 낮 시간에는 후덥지근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아침마다 창으로 한 줌 들어오는 햇빛에 노란색이 섞인 걸 보니 가을이 이미 제법 깊어진 느낌이다

스크래처 위에서 자는 고양이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계절의 움직임을 알리는 것은 이 고양이 형제인데 그저께 새벽에 눈을 뜨니 더울 때는 생전 거들떠도 안 볼 것 같더 스크래처 위에서 경철 고양이가 이렇게 자고 있더니

스크래처 위에 앉은 고양이

오늘 아침에는 눈을 뜨니 철수 고양이가 이렇게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 그러니까 나는 공기가 차가운 것을 좋아해 어제 경철 고양이가 시트에 똥 묻힌 참에 가을 이불로 바꾸고도 창을 모두 열어놓고 잤는데 여름내내 밤이면 한 창문씩 차지하고 자던 고양이들에게는 새벽 바람이 차가웠는지 슬슬 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 걸 보고 계절을 느낀다는 뜻이다. 더불어 애써 짠 스크래처는 가을 한 계절 이 고양이 형제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 틀림 없으니 집사 마음은 개뿌듯!

캣닢 쿠션과 고양이 형제

가을과 더불어 집사 뒹굴뒹굴 잠 편히 자던 좋은 세월은 다시 내년 여름을 기약하게 생겼다, 왜냐하면 이 녀석들 이러다가 좀 더 기온이 내려가면 한 놈씩 슬슬 침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고 경철이는 내 겨드랑이에 머리를 콕 처박고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될 것이니 말이다

고양이와 캣닢쿠션

옆집 이모가 보내주신 캣닢쿠션은 아직도 철수 징징거림에는 특효를 보이고 경철군은 여전히 멀뚱멀뚱 "이기이 미쳤나~"며 제 형 뒷발질을 구경한다 

탈모를 겪은 내 고양이

2년 전, 피부가 반질반질 드러나도록 급격히 진행 됐던 철수의 복부 탈모는 이제서야 서서히 회복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젖꼭지 주변과 생식기 주변에는 빈자리가 보이는 상태다 - 탈모는 왜 왔는지, 아마도 생활비 줄여보겠다고 싸구려 모래로 급 바꿨던 탓인가 그리고 어쩌면 몸에 맞지 않는 사료 탓이었던가 짐작만 할 뿐이다. 병원에 가지 않았던 것은 우선 피부가 깨끗했고 경철은 전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생충 등의 질병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2년 동안 겨울에 차가운 배 때문에 집사가 여간 노심초사한 것이 아니었는데 올 겨울은 그 걱정을 덜게 돼 다행이다

직사각형 지끈 바구니

나를 눈 뜨자마자 웃게 했던 중간 정도 크기의 바구니, 일 차 마감재를 바른 상태로 한 컷 - 지금은 뚜껑을 제작 중인데 유투브로 찾아낸 등나무 바구니 마무리 방식을 적용해 볼 생각에 오랜만에 기분이 살짝 들떠 있다. 이리저리 풀었다 엮었다 하다가 지끈이 다 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첫 솜씨는 언제나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고 비는 구석이 있는데 정 눈에 안 차면 다시 짜면 되니까


끝날 줄 모르던 폭염도 어느 새 지나고 다시 날 것 같지 않았던 철수의 털도 다시 나고 - 고통도 즐거움도 머물러 있지않고 변해가기 마련이라 그나마 삶은 이어지는 것이려니, 이렇게 순식간에 깊어진 가을 햇빛을 즐기며 건네는 한담(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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