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 고양이에게 햇빛 한 조각의 마법이 시작 된 건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잠 자는 나를 감시하듯 침대 옆 바구니에서 내려다 보고 있던 경철 고양이가 갑자기 휙 돌아앉더니 벽을 타닥타닥 두드린다, 뭐지?
경철 고양이 손을 따라 시선을 주니 아하~ 내가 잠에서 깨 시간을 확인 하느라 손에 쥔 핸드폰에서 햇빛이 반사 된 것이다. 이렇게 반사 된 한 조각 햇빛이 이 고양이의 아침 사냥감으로 점지된 것
집사, 이제 막 눈 떠서 제 정신도 아닌데 바쁘다 바빠! 언제 찍어야 할 장면이 생길지 몰라 24시간 머리맡에 두는 카메라를 찾아들고 경철 고양이와 햇빛 한 조각 모두 프레임 안에 넣어보려는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그 동안 햇빛 사냥꾼이 된 하얀 고양이 - 왼 손으로 때리고
오른손으로 때리고
한 손에는 카메라 또 다른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반사 지점, 방향까지 정확하게 맞추려니 둔탱이 집사에게는 아무래도 무리였는지 빛이 한 순간에 방향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니 경철 고양이도 같이 후다닥! "어디갔지? 방금까지 저기 있었는데?"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진 빛은 마침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철수고양이에게 우연인듯 정확하게 조준이 되었으니 - 역시 잡아보려 팍신팍신한 솜방망이로 타닥타닥 해보다 보이기는 하는데 손에 잡히지 않으니 '이거이 무엇인가~' 냄새를 맡아보고는
절대로 사냥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움직이는 빛 만큼이나 빠르게 알아차린다
그러나 아직은 한참 더 순진무구하신 경철 고양이, '우이씨~ 내 햇빛!'하며 쫓아 내려와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먼저 때리고
왼손으로도 때리고
고작 반사 된 햇빛 한 조각이 나이 들고 더워서 좀처럼 엉덩이를 들지 않는 경철 고양이를 한참이나 춤 추게 한다
겨우 햇빛 한 조각인데 (꺄악! 주악~ 펴진 저 손바닥, 손가락, 손톱!!!)
이리도 온 몸과 마음을 다 해 골똘하다
이렇기 때문에 인간은 또 다시 부끄러워지며 동시에 "그래, 이대로도 괜찮아" 위안을 얻는다 - 이렇게 햇빛 한 조각이면 충분한 것을 이래도 저래도 전혀 달라질 것 없는 일로 아등바등, 내 맘대로 안 된다고, 내 것이 안 된다고 아등바등... (이것이 요즘의 내 화두다)
[오동통한 내 고양이 일상이 화보로다!]
그때그때 주어지는 것에 마음을 쏟고 최선을 다 해 그것을 즐기면 되는 것을 왜 그래야 하는지도 사실은 모르면서 내 일상은 아등바등으로 점철 돼 있는 건 아닐까. 한 조각 햇빛만 있어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데
이것은 철수 고양이가 찾은 소확행 - 그저께 시디장 치운 자리에 인디언 텐트를 나란히 놓아두고 방을 비웠다 오니 철수 고양이가 안 보여 "철수야~" 하니
텐트 속에서 "왜애~" 한다 - 지난 겨울에 이 인디언 텐트 살 때부터 작정이 시디장 치우고 그 자리에 놓아주는 것이었는데 그것 하나 실천하는데 반 년이 훌쩍 넘어 걸렸다. 그 넘의 게으름과 남는 것 없는 아등바등에 치여서 말이다
늘 잘 지내고만 싶어하는 것도 일종의 강박일 수 있다는 생각, 불안도 결핍도 행복, 즐거움 만큼이나 당여한 일상의 한 조각인데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 -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는 이렇게 손바닥 만한 동굴 하나와 빛나는 햇빛 한 조각만 있으면 충분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