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전해지는 신뢰의 온도

우리집 두 고양이 형제는 아깽이 때부터 단일 집사와 24시간을 같이 지내 버릇해서인지 잠 자는 시간만 빼고는 늘 집사를 (귀찮도록) 졸졸 따라다니는 편인데다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듯이 컴퓨터질을 방해하는 것은 마치 타고난 사명인 양 내내 밀려나면서도 끄떡없는 행동력을 보여주시는데

집사 팔을 베고 누운 고양이

그저께는 결국 집사 팔뚝을 베고 눕는 새로운 스킬까지 시전하시기에 이르렀다. 아, 그런데 이거 왜 이리도 포근포근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이냐~ 평소에 새치름 비밀스럽기 짝이 없는 완벽하게 100% 고양이인 경철군이 이러니 "내가 그렇게도 좋으냐?" 새삼스레 내 고양이의 나를 향한 사랑이 더더욱 진하고 짠하게 느껴져 도무지 "나 일 좀 하자"고 밀어낼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 하얀 고양이 완승!!!

집사, 이 노트북은 내가 접수한다![집사, 이 노트북은 내가 접수한다!]

평소에는 이렇게 도끼눈을 뜨고 컴퓨터를 아예 못열게 사수 하거나

노트북 옆에서 잠 자는 하얀 고양이

털옷이 습기라도 찼는지 아니면 노트북 온도를 올려 아예 망가뜨려 버릴 작정인지 등허리를 노트북 환기구에 딱 붙이고 드러누워 아무리 밀어내도 꿈쩍도 않는 것이 기본 자세인데 (글 쓰는 지금도 이러고 있다 - 꿈 꾸는 모양이다, 손발이 까딱까딱한다. 저 분홍 젤리, 므으음~~ 깨물어주고 싶은데 --;; 손 하나를 심하게 흔들어 살짝 눌러주니 아기처럼 또 잘 잔다)

언제는 안 그랬겠는가만은 밀당의 고수가 오랜만에 보여주는 이런 애정표현에 굽신굽신, 혹시라도 잠 깨서 달아날까 키보드질도 멈추고 안 움직이려고 주먹까지 꽉! 쥔 채 충실히 베개 노릇을 해주는데 아무리 살금살금이라 해도 사진을 찍는다고 나머지 팔을 움직여 대니 덩달아 베개가 흔들렸던 모양인지 "집사 가만 좀 있지?"하듯 한 손을 들어 집사를 꾹 누른다, 심쿵!

아무리 조심해 움직여도 진동에 유난히 민감한 난청 고양이에게는 방해가 됐다

심쿵이 너무 강했나... 아무리 조심해 움직여도 진동에 유난히 민감한 난청 고양이에게는 방해가 됐던지 슬금슬금 일어나 집사 뒷쪽으로 위치한 프린터 위로 자리를 옮겨버리고 말았다 (저 멀리 캣타워 위, 바구니 속에 널부러져 있는 철수 고양이 - 저런 그림자 같은 모습 하나까지 내게는 소중하고 아깝다)

철수 고양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경철군과는 다르게 집사가 침대에 눕거나 길게 앉으면 당연한 듯 그 몸의 일부를 베개 삼아 고로롱 대며 칙칙한 코로 사람 손바닥에 박치기를 하다가 이렇게 잠이 든다

철수 고양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경철군과는 다르게 집사가 침대에 눕거나 길게 앉으면 당연한 듯 그 몸의 일부를 베개 삼아 고로롱 대며 칙칙한 코로 사람 손바닥에 박치기를 하다가 이렇게 잠이 든다  - 집사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고양이가 나를 베고 누울 때 유난히 묘한 행복과 사랑이 전해진다. 옆에, 가까이에 눕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나를 신뢰하는 고양이 형제

스킨십의 방법이 전혀 달라 마음껏 안아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나를 베고 눕는다는 것은 단 한점의 의심도 없는 무한신뢰를 보여주시는 것일터,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보다 믿어준다는 느낌에 노골노골 녹아내리는 마음, 그 따뜻함이 이리도 차갑고 어지러운 세상을 견디게 하는 보약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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