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 건 내 고양이가 아픈 것

경철 고양이가 어릴 때 귀신을 보는 듯한 행동을 하면 잇따라 꼭 아팠다는 이야기 - 그냥 그렇게 진술하고 지나간 줄 알았는데 요즘 기록을 하나하나 들추는 작업을 하다보니 경철의 컨디션이 꽤 오래 안 좋기도 했거니와 집사의 노심초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쿨하게 그 시절을 비웃으면 '별 것 아닌데 왜 그리 호들갑을 떨었을까'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고양이들이, 그러니까 내 아이들이 아픈 것에는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조금도 무뎌지거나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지금은 물론 며칠 그렇게 컨디션 난조를 겪다가 스스로 회복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당할 때마다 견딜 수 없이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엄마 노릇을 해 본 적이 없어 그럴까...

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 건 내 고양이가 아픈 것

2013년 7월 22일의 기록이다

어제 경철 고양이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여전히 입맛은 없는 모양으로 여기저기 그릇마다 기웃거리고 다니는데 (밥그릇이 이곳 저곳7, 8개 널부러져 있음, 혹 지나가다 입이라도 다실까 해서) 딱 두 혀씩 할짝거리면 끝이다. 저 작은 몸이 이틀을 굶다시피 하니 억지로 먹일 수도 없고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집사의 마음이란... 

꼬랑지까지 수직으로 번쩍! 치켜들고 사냥하는 재미에 푹 빠진 철수 고양이

18일 금 또는 목요일, (이 날이 내게는 먼 옛날만 같을만치 마음 고생이 심했던 주말이다) 이 날 밤만 해도 아이들은 이렇게 놀았었다. 우리 철수 "만쉐이~~~" 꼬랑지까지 수직으로 번쩍! 치켜들고 사냥하는 재미에 푹 빠진 철수 고양이 - 철수는 북어채를 주면 대개는 외면 하거나 이렇게 날아서 받아내야 하는 사냥감 쯤으로 여긴다.

십수 번을 뛰어오르고 날으며 사냥에 열중하는 고양이

십수 번을 뛰어오르고 날으며 사냥에 열중하다가 어쿠, 놓쳐버렸네~ 

트위스트를 추는 철수 뒤로 빼꼼

트위스트를 추는 철수 뒤로 빼꼼 "느들 도대체 머 하는거야?" 하듯 내다보는 경철 고양이 - 이 때만 해도 아프지 않았다고!!!

피아노 위에서 내다보던 경철 고양이,

철수 고양이, 이제 시들해져 북어채를 사방에 흩어놓고 퍼드러지니 피아노 위에서 내다보던 경철 고양이, "아이구야, 이기이 머꼬? 먹는 걸 누가 이래 놨노, 벌 받을라꼬!" 처묵처묵!

황태채를 워낙 좋아하는 경철 고양이는 '햩햩 샽샽' 소리를 내며 맛 있게도 드시는데

황태채를 워낙 좋아하는 경철 고양이는 '햩햩 샽샽' 소리를 내며 맛 있게도 드시는데 그런 동생의 먹성이 참으로 비위 상하는 듯 외면 해버리는 철수 고양이

배 부르니 이제 물고 뜯고 던지고 받고 한 바탕 사냥놀이를 해야~

배 부르니 이제 물고 뜯고 던지고 받고 한 바탕 사냥놀이를 해야~  

고양이, 그러다 밤이 깊어 이렇게 평화롭게 졸다 깨다

그러다 밤이 깊어 이렇게 평화롭게 졸다 깨다 했던, 그 금요일 밤이었는데..

천조각만 깔려 있으면 어디든 둥실둥실 구름 탄 기분이 되는 고양이

일요일, 경철이가 자꾸만 경계하는 피아노를 아예 통째로 씌워 버리니 역시 신이 난 것은 철수, 천조각만 깔려 있으면 어디든 둥실둥실 구름 탄 기분이 되는 모양이다. 경철이는 더 이상 무엇을 보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쪽에는 관심이 없다

11시가 가까워 오는 밤에서야 겨우 제 발로 가서 사료에 입을 댄 경철 고양이

11시가 가까워 오는 밤에서야 겨우 제 발로 가서 사료에 입을 댄 경철 고양이 - 평소에 사료라고는 한 알도 안 먹는 아인데 도저히 캔이나 생고기는 당기지 않는지 어제는 10알, 오늘은 30알 정도 드셔 주셨다.

 

무얼 주면 그나마 입을 좀이라도 댈지 알고 있지만 그마저도 하필이면 며칠 전에 다 떨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시덥잖아 해서 떨어지는 거 알면서도 욘석들! 하는 마음에 채워놓지 않았던 것인데  인간 주제에 고양이들 상대로 꼬장을 부리다니 벌 받는 게야... 토요일에 급하게 주문한 물건은 아직 출발도 안 했고 속은 타들어가고... 집사 마음에는 일각이 여삼추라 내일은(월요일) 금지식품 "마데 인 키나" 간식이라도 구하러 나서지 싶다.

인간 주제에 고양이들 상대로 꼬장을 부리다니 벌 받는 게야.

이런 일이 벌써 세 번째지만 - 철수는 한 번도 안 그랬다, 경철이의 난청이 역시 볼 필요 없는 것들도 보게하는 예민함 또는 과민함을 주는 모양이라 그것이 또 얼마나 딱하고 또 딱한지...  - 곡기(?)마저 끊어가며 심히 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서서히 회복하는 기미가 보이긴 하지만 마데 인 키나 간식이라도 당장 덤벼들어 처묵처묵 해주지 않으면 되려 내 숨이 멎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 건 내 고양이가 아픈 것이다

당시에 달았던 태그에서 내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진다 -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 건 내 고양이가 아픈 것이다. 엄마들에게 자식 아픈 것이 익숙해지지 않듯이. 그래서 건강한 오늘이 더욱 고맙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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