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동물들은 귀신 또는 영혼을 본다는 소문과 신화들이 많아 집사들은 고양이나 댕댕이들의 특정한 행동을 목격하면 문득 그런 그런 의심에 빠지게 되는데 지금까지 이에 관해 한 번도 과학적인 연구가 없다가 최근에 런던 City University 의 생물학자 론 더글러스의 연구에 의해 개, 고양이 등의 몇몇 포유동물들 그리고 몇몇 물고기들이 사람 눈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인간은 강한 색감이나 세부사항 등 이미지를 고화질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반면 야행성 동물들은 상을 사람처럼 세밀하게 볼 수는 없지만 빛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어 사람은 전혀 볼 수 없는 자외선까지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나 고양이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엇을 향해 특별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아마 들림없이 다른 집 고양이들도 그럴 것이다 즉, 사람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고양이가 특정한 장소를 의심스럽다는 듯 자꾸만 들여다보면 살피거나 특정 위치를 두려운 눈빛으로 보고 또 보고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이런 행동을 보게 되면 사람은 우습기 이 전에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기 마련, 혹시 우리집에 귀신이 있나... 나는 그렇다 아니다 딱히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건 아닌데 우리집 고양이 형제도 가끔 '귀신을 보는구나' 짐작케 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요즘에는 예사로 또 저러시는군, 정도로 지나가지만 초보집사 시절에 이 고양이 형제가 가끔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곳에 시선을 주면서 등허리와 꼬리를 낮추고 기웃거리거나 숨어들면 저절로 걱정과 함께(기가 약할 때, 건강이 좋지 않을 때 헛것이 잘 보인다니까) 등골이 오싹해지는걸 어쩔 수가 없었는데 경철이가 아깽이(청소년) 시절에 귀신을 보는 것 같은 장면을 두 번 기록해 둔 것이 있었다 그 중 센 것은 아래 링크 글이었고(정작 장면은 그리 세지 않지만)
오늘은 나머지 하나, 때는 2013년 7월 19일이었다
유난히 처리할 일이 많았던 날이라 아이들이 정확하게 무얼 하는지 인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어? 경철이 오데 갔노???" 한참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게 문득 인식이 돼 넓지도 않은 집구석 구석구석 다 뒤져도 없고 혹 문이 열려 있어 가출이라도 했나 문마다 살펴봐도 물 샐 틈이 없는데...
그래도 혹시나... 다시 들여다 본 침대 밑, 이렇게 낡은 옷 모아둔 상자 속에 들어가 있었으니 아까 급하게 찾을 때 못보고 지나쳤던 것이다. 그런데 가슴이 철렁한다, 이 표정은 작년 어느 날 귀신을 봤다! 했던 그 때를 딱 닮아 있었기 때문에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급기야 곁눈질로 내 눈치까지 살핀다
"야, 니 더운데 여어서 머 해, 나와~"
"아니, 나 저거 저거 때매 못 나간다..."
집에 있는 오만 간식을 다 갖다 코 앞에 대고 흔들어도 꿈쩍을 않는다. 끌어낼 수도 없고... 방법이 없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더위 때문인지 심심함 때문인지 슬그머니 침대 뒷꽁무니로 돌아나와 겁에 질린 얼굴로 살피는 걸 철수가 와락와락 공격해 다시 침대 밑으로 몰려 들어갔다 - 상대에게서 약점이 보이면 그걸 빌미로 공격을 퍼붓고 우위에 서려는 것이 동물들의 본능이라 들었는데 이 아이들도 매번 그렇다
침대 밑에서 한참을 후다닥투다닥 하더니 철수가 빠져 나오고 곧바로 카메라를 밀어넣으니 된통 당했는지 이러고 계신다.
그러고는 또! 아깽이 때 이런 비슷한 행동을 하고는 아팠는데... 다 좋지만 네가 아프면 내가 속 끓어 죽는다아...
다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돌이켜 생각하니 아이는 거의 오전부터 사라지고 없었고 일련의 장면이 찍힌 사진의 시각을 확인하니 마지막 사진이 5시 45분, 그러니까 저 콩 만한 것이 거의 온종일을 저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윽고 작년과 똑 같은 모습으로
이렇게 기다시피 두리번거리며 밖으로 나와
에어컨 바람 가장 빵빵한 자리에 희한한 모습으로 자고 있지만 온종일 캔 반 개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지난 밤 꿈에 지금은 세상을 떠난 걸로 짐작 되는 남자친구가 다정한 모습으로 나타났던데 그 귀신이 네 눈에 보이는 것이냐? 그런 거라면 그 친구가 너를 아프게 하지는 않겠지, 애 써 헛소리를 하며 아무 일 아니라 하는 집사다. 귀신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저런 행동을 하고 나면 아이가 앓는다는 게 문제인 것이라 달랑 세 목숨 함께 사는데 이리도 바람 잘 날이 없누, 속이 상한다
지금 기억으로 저 날은 특별히 아프지는 않고 지나갔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