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감자튀김과 맥주!
나보다 2살 많은 내 큰언니 (꼴랑 두 살 많은데 큰 언니라고? 하시는 분들 꽤 있다 - 서양식으로 계산하면 2살하고 8개월 많다. 작은 언니는 1살 6개월 차인데 내가 연말에 태어나는 바람에 한 살씩 그냥 먹고 들어갔다) 살림밑천 맏딸답게 엄니 밑에서 조신하게 살림 잘 배우고 책임감 강해 동생들 (지나칠 정도로)잘 보살피고 그런 사람인데,
어제 이런 걸 조카 통해 보내왔다 - 감자 10kg! 혼자 먹는 입에 이 많은 걸 우짜라고? 맏딸답게 엄니한테 살림 잘 배웠지만 배우다 보면 좋지 않은 것도 저절로 배우게 되는 법, 그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무조건 넉넉하게 사기.
텃밭에 간 참에 동네에서 직접 농사지은 걸 좋은 값에 주길래 샀다고는 하지만 나 같으면 즈들 세 식구 그리고 내 입까지 계산하면 10kg 한 상자를 사서 적당히 나눴지 싶은데 즈들 한 상자, 혼자 먹는 동생 한 상자! 손 맛이나 좀 배우지 손 큰 것만 배웠어~~~
사 왔으니 우짜노, 뭐라도 해 먹어야재... - 튀김이라면 신발도 맛있다고 했던가, 나도 튀김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인데다 아마도 이 10kg을 모두 튀김으로 소진할 것 같은 예감이라 오만 젊은 주부들도 다 알고 있을 만한 걸 아직도 모르는 나는 인터넷 정보 뒤져가며 바삭한 감자튀김을 배워 보기로 한다
[아삭바삭한 감자튀김 만들기]
먼저 감자를 깎는다 - 감자 깎는데 숟가락이 엎어져서 등장한 이유는 50대 나름의 향수 때문. 요즘에야 감자칼이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그냥 슥슥 깎으면 되지만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감자로 무엇인가를 해 먹을라 치면 꼭 이렇게 숟가락을 뒤집어 껍질을 곱게 긁어내야만 했었다. 칼로 깎을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칼로 깎으면 껍질이 두껍게 벗겨져 아까우니까! - 감자칼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내 기억으로는 80년대 초중반 쯤이었던 듯하다
[찬 물에 담근 감자]
튀기기 좋게 썬 감자를 2시간 정도 물에 담궈 녹말을 빼라는 정보가 있다 - 예전에 이걸 한 번 따라 해 봤는데 내가 잘못 한 건지 모르지만 이건 별로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아 패스, 무엇보다 2시간을 언제 기다려? - 나는 그냥 자르면서 생기는 하얀 분 정도를 제거하는 느낌으로 물에 몇 번 헹궈내고 감자 데칠 물을 끓일 동안 찬 물에 담궈 둔다, 대략 3~ 5분
[끓는 물에 데치는 중]
감자를 왜 데치라고 하는지 과학적인 근거는 댈 수 없지만 전문가들이 데치라고 하니까 따라한다 - 확실히 코스트코 등에서 파는 튀김용 감자를 보면 뭔가 선조리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거였나? 싶으다 - 완전히 삶지 않고 겉만 살짝 익도록 데쳐 냉동실로 보내라는 다음 지시, 냉동실로 가는 이유는 온도를 급낮춰 데쳐낸 여열에 감자가 완전히 익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그렇다면 냉동실에 굳이 가지 않고 삶은 면발 씻듯이 감자를 찬물에 씻어도 되지 않을까?
나는 맏딸이 아니어서 누가 시키는 대로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 찬 물에 씻어보자! 면발보다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냉동실에 넣는 것보담은 훨씬 빠르게 골고루 식었다
씻은 감자의 물이 완전히 빠지게 체에 잘 받쳐 놓고 튀김 기름을 준비한다 - 나는 코코넛오일을 쓴다, 비누쟁이이기 때문에 늘 코코넛 오일이 준비 돼 있는 것이 첫째 이유고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코코넛 오일이 발연점이 높아서 겉은 타고 속은 잘 익지 않는 두꺼운 재료를 태우지 않고 잘 익히기 때문이다, 나는 두꺼운 감자튀김을 좋아하므로~
1차 튀기는 중 - 이 정도 색감이면 아직 심지 쪽은 살짝 덜익은 상태, 이 때 꺼내서 기름을 잘 털고 다시 냉동실 행. 이유는 앞과 같이 튀겨낸 것의 온도를 급속하게 낮추기 위함인데 이건 아마 튀김 반죽할 때 얼음물에 하면 더 바삭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인 듯하다. 이렇게 먼젓번 것이 냉동실에서 식는 동안 대기 중이던 감자 마저 입유!
전문가는 5분 정도 냉동실에 두라는데 나는 그냥 남았던 것들 초벌튀김이 끝날 때까지 둔다. 그렇게 하면 얼추 지시한 시간도 맞아 떨어지고 기름이 저 혼자 끓거나 식는 공백이 없어지므로
2차 튀기기까지 마치고 아직 뜨거울 때 허브솔트를 솔솔 뿌리고, 그걸로 얼추 간은 됐지만 역시 감자튀김에는 케첩이 있어야 해!
맥주 한 잔도 빠지면 안 되지 암만! - 그런데 냉동실과 데치기가 확실히 비법이긴 한듯 '아삭'하고 씹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바삭하게 잘 튀겨진 것이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면서 완전히 식어 자빠지기 전까지는 식감을 유지해 주었다
▷아삭바삭한 감자튀김 만들기 정리◁
1. 감자를 원하는 양 만큼 깎아 원하는 크기로 썰어준다 - 두 판 튀겨낼 만큼 준비하면 냉동실에 넣어 식히는 동안 진행에 공백이 안 생긴다
2. 감자를 찬물에 헹구고 잠시 담궈둔다 - 5분 정도 (그 동안 냄비에 물을 끓인다)
3. 끓는 물에 감자를 데친다 - 30초 정도라고 하지만 감자의 양과 크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눈으로 조절한다 즉, 감자가 겉은 불투명해지고 가운데 부분이 투명한 상태일 때 재빨리 꺼낸다
4. 데친 감자를 냉동실에 넣어 식힌다 - 5분 정도. 하지만 나는 이 단계에서 찬물에 담궈 식혔다, 냉동실보다 빠르게 식힐 수 있으므로
5. 식힌 감자를 초벌로 튀긴다 - 아직은 바짝 익히지 않아야 한다
6. 이렇게 튀긴 것을 다시 냉동실로 고고! - 이 번에는 물에 헹굴 수 없다 ^^ 냉동실에서 식히는 동안 남은 감자를 또 초벌튀김 한다 (남은 것이 없으면 기름을 어떻게 할지 애매해진다)
7. 냉동실에서 충분히 식은 초벌튀김한 감자를 다시 한 번 완전히 익을 때까지 튀긴다 - 두벌 튀김 대신 오븐에 넣어 구워도 좋다
8. 뜨거울 때 소금이나 허브 등 원하는 양념을 한다
9. 맛있게 먹는다
결국 비법은 데치기와 식히기!
됐다! 이렇게 가이드 안 보고 정리할 줄 알면 완전히 내 레시피가 된 것이다. 나도 이제 바삭바삭한 감자튀김 할 줄 안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