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남은 두부는 얼렸다가 강정 해 먹어~

우리는 도합 세 식구지만 사람 음식을 먹는 입은 하나 밖에 없어서 무엇이든 한 팩을 사면 늘 처치곤란으로 조금씩 남기 마련이다. 그 중 하나가 두부인데,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 안 먹을 수도 없고 먹고 남은 것 상하기 전에 두 끼 연속 먹기는 싫고... 그러다 어느 날 여기저기 티비 채널을 돌리다 얼핏 지나가는 화면에 "두부를 얼리면 식감이 독특해"를 용케 줏어 듣게 되고 머리 속에 잘 저장해 놨다가 한 끼 먹고 40% 정도 남은 두부를 밀폐용기에 얼리기 시작 했는데 문제는 딱 "식감이 독특하다"까지만 듣고 지나가버린 것

먹고 남은 두부는 얼렸다가 강정 해 먹어~

그러나 얼린 두부가 2개가 되고 시간이 서너 주 흐르자 이 넘을 뭘 해도 해먹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냉장실에서 해동 시키기 시작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이틀, 그리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하루 -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내 머리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청소 하다가 깜짝 "맞다, 두부!" 생각 났을 때 처리해야 한다, 안 그럼 또상해서 버릴 때까지 안녕~일 테니까. 하던 일 팽개치고 무작정 두부를 꺼내 물기를 꼬옥! 짰다

냉동한 두부를 냉장실에서 해동 시키기 시작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이틀, 그리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하루

아직 뭘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두부를 썰었다, 큼지막하게 - 물기 꼭 짠 얼린 두부를 썰어놓으니 결이 마치 식빵 같다. 썰면서 간장, 고추장, 케첩? 알고 있는 오만 양념이 다 떠오르고 좀 상큼한 게 좋지 않아?라는 스스로의 의견에 O.K! 케첩, 너로 정했어!

재료의 물기도 흡수 시킬겸 마른 밀가루를 솔솔 묻히고 허브솔트로 간도 약간 하고 버물버물 해서 기름솥으로~

어쩐지 케첩에다 조림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그런 요리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두부를 튀겨서 강정을 만들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들었다. 그렇다면 튀김을 해야 하는데... 튀김옷 만드는 거 무지하게 귀찮다 - 이럴 때 툭하면 내가 하는 짓이 있다, 재료의 물기도 흡수 시킬겸 마른 밀가루를 솔솔 묻히고 허브솔트로 간도 약간 하고 버물버물 해서 기름솥으로~

초벌 튀김을 하는 동안 양념장을 만든다

초벌 튀김을 하는 동안 양념장을 만든다 - 마늘1, 케첩1, 설탕1, 매실액1 그리고 약간의 무게와 악센트를 주기 위해 고추장 0.5 - 섞어서 먹어보니 뭔가 약간 싱겁다. 마늘을 좀 더 넣고 설탕도 더 넣는다. 그러면서도 이거 도대체 먹을 수나 있을까 의심이 한 가득이다

한 번 튀겨낸 위에다 다시 생반죽을 둘러 튀겨내던 장면

초벌 튀김을 하는 동안 생각난 것 - 옛날에 핫도그 아저씨가 튀기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반죽 둘러 한 번 튀겨낸 위에다 다시 생반죽을 둘러 튀겨내던 장면. 그래, 어차피 정식 튀김옷을 안 입혀 밀가루도 적게 묻었을테니 핫도그 아저씨 방법 한 번 따라해보자! 그래서 초벌 튀김을 다시 날 밀가루에 버물버물. 두부에 묻어 있던 기름이 밀가루를 흡착시켜 제법 두께가 있는 튀김올을 묻힌 듯한 상태가 되네? - 초벌 튀김은 완전히 식혀서 다시 튀기라 했으니 이 상태로 냉동실에 모셔두고 하다 만 청소를 마저 한다

냉동실에서 알맞게 꼬들꼬들 식어있는 두부를 재벌 튀겨 준비해 둔 양념에 버물버물

청소를 마치고 냉동실에서 알맞게 꼬들꼬들 식어있는 두부를 재벌 튀겨 준비해 둔 양념에 버물버물 - 평소대로라면 이 상태로 그냥 먹어 버리는데

오늘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가 요리를 했드아!

오늘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가 요리를 했드아!"며 포스팅을 할 생각이었으니 다른 그릇에 옮겨 데코로 풋고추도(가진 채소라고는 이게 전부니까)살살 썰어 얹고 일단 사진! (사진을 편집하며 든 생각 - 잘 하는 사람들은 포크도 미리 반짝반짝 닦고 플레이팅도 양념이 그릇 벽 따위에 묻지 않게 깔끔하게 잘 하던데 너는 뭐니?)

바삭하고 씹히는 식감이며 오히려 원상태 그대로의 두부보다 훨씬 더 고소한 것이 닭강정님 하나도 부럽지 않는 맛이 막 나네?

먹어 봐야지? 아침 시간이라 짠 것이 당기지 않기도 하고 스스로의 솜씨를 믿지 않는 편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이 요리가 성공이다, 실패다 말은 해야하니까 두 눈 질끈 감고 한 입! 어머나 그런데@@ !! 뜻밖에도 맛있다. 바삭하고 씹히는 식감이며 오히려 원상태 그대로의 두부보다 훨씬 더 고소한 것이 닭강정님 하나도 부럽지 않는 맛이 막 나네? 하도 바삭해 양념 묻힌 이대로 숨이 좀 죽게 뒀다가 먹어도 괜찮겠다는 느낌까지 대성공이닷, 크하핫!!! - 하필 오늘이 또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는 불금이라!

고양이와 비누바구니의 얼린 두부강정

이 비슷한 레시피가 시중에 이미 돌아다니는지 어쩌는지 몰라도 이것 만큼은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즉석에서 슥슥 떠오르는대로 했으니 나만의 레시피닷! - 또 웃고 싶은데 너무 헤프면 안 되니까  🙌

[고양이와 비누바구니의 얼린 두부강정 ]

1. 얼린 두부를 해동해 물기를 꼭 짠 다음 뭔하는 크기로 자른다

2. 약간의 소금 간을 하며 마른 밀가루 옷을 입힌다

3. 초벌 튀김을 한다

4. 양념장을 만든다 - 마늘1, 케첩1, 설탕1, 매실액1 (식초나 레몬즙 등 취향에 따라 대체) 고추장 0.5 - 모든 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가감해도 된다

5. 초벌 튀긴 것이 식기 전에 다시 한 번 마른 밀가루 옷을 입힌 다음 (냉동실에서)차갑게 식힌다

6. 재벌 튀김을 한다

7. 만들어 둔 양념장에 버무리면 '얼린 두부 강정'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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