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산다

아기 고양이가 사는 집의 풍경

내가 별난 인간일까 이 아이들이 정말 별난 아기 고양이들이었을까. 고양이들도 사람의 성장과 곡 같은 과정을 거친다는 걸 이제서야 정확한 문장으로 이해한다. 참으로 엄청난 새끼 고양이들이었다.

 

고양이두마리 2013.07.08 03:30

고양이가 망가뜨린 시계

아이들을 한 방에 가두고 청소를 하고 들어오니 어느 놈이 내가 만든 시계를  - 촌스럽지만 이 방에 하나 밖에 없어 매우 유용한 -요따구로 만들어 놨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벌써 4, 5번 째  --;;.

장난끼가 발동한 하얀 고양이

경철이, 툭하면 요런 만화 같은 표정을 지으니 쉬이 범묘일 것 같지만 아니다, 경철군 전공은 따로 있거든~경철이는 씹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딱딱한 음식도 웬만하면 그냥 삼키는 아이라 이럴 경우 범묘는 95% 철수. 철수는 무엇이든 씹는다, 장난감에 달린 방울도 씹고 경철이 좋아하는 링 장난감도 씹고 또 씹고, 시계바늘 씹는 장면 두 번 목격까지 포함.

고양이는 오렌지 냄새를 싫어한다

오렌지 에센셜오일을 솜에 듬뿍 묻혀 시계 아래에 깔고 철수를 번쩍 안고 갔다. "여기 이런 데야, 냄새 함 맡아 부아~, 또 올래? 또 올거야?"  앞다리로 버티기 한 판, 뒷다리로 버티기 또 한 판!


이런 일이 생길 때, 어느 날엔가는 시계바늘이 싹둑 잘린 채로 대가리만 남아있어 혼비백산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물론, 사고가 생길 만한 물건을 아이들 손에 닿게 둔 인간이 일차적으로 잘못한 것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상태대로 살아야 할 때는 이렇게 가혹한(?) 벌을 어쩔 수 없이 주게된다. 만약 저 바늘을 씹어 삼켰더라면...

사고 치고 혼나서 삐친 고양이

그리고 눈치 보며 억지 시치미 떼기! (지금 보니 눈치 보는 게 아니 삐친 것이여) 그런데 후에 읽은 글로는 아이들에게 싫은 냄새 맡게 해 방묘책을 세우는 것도 대단한 스트레스가 된다 해서 방법을 바꿔 비누바구니를 시계 아래에 갔다 놨지만 그것조차 슬슬 빈 자리 봐가며 밟고 올라서기 시작. 참으로 대책없는 전쟁이었다.

 

그리고 경철군,

고양이 방지용 테이프2

고양이 안전 테이프

이건 뭐? 창문, 이 무렵에 살던 곳은 오래 된 집이라 창틀이 목재로 돼 있고 손잡이용 홈, 끼워 돌리는 잠금장치 등이 있었는데 경철군이 이 것들을 사냥한다,

고양이 창문 손잡이 가지고 논다

이렇게... 서로 이가 꽉 맞는 샷시 문이 아니어서 바이브레이션까지 보태 어찌나 시끄러운지 누가 들으면 싸움 난 줄 알 것 같아 미봉책. 철수는 소음이 무서워서 소리 나는 장난은 전혀 치지 않는 반면 경철이는 난청인 아이라 눈에만 흥미로우면 뭐든 사냥하는 아이라 이렇게 가려 놓은 후 아직까지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데 장담은 못한다.(2017년, 이 걸 다시 들여다보는 지금의 기억로는 그 후로도 한 동안 없어진 사냥감을 찾아 타닥타닥! 창문에 대고 헛손질을 했었다.)


내가 사람인데, 이 곳은 원래 내 집이었는데 말이다....

고양이가 전화를 건다

고양이 습격 방지 바구니

유선전화기마다 이렇게 뚜껑을 쓰고 있다. (그 때만 해도 유선 전화기를 쓰던 시절이었구나) 온후크 버튼을 누르고 재다이얼, 전화를 걸 줄 아는 신동 고양이들이 사는 집이라 한 두번은, 철수가 또는 경철이가 그랬어, 변명을 하고 끊지만 그런 일이 잦아지자 나중에 혹, 119 또는 112라도 누르게 되면... 특히 경철이는 들리지가 않으니 온후크 눌러놓고 예사로 계속 버튼을 늘러댄다.

고양이 방어용 바구니 뚜껑

쏟으면 위험한 것들이 들어있는 바구니, 경철이 한 번 해 먹었다. 뚜껑이 있는 것에는 저렇게 오렌지 에센셜 오일 적신 휴지를 올려놓고(오줌 아님) 아이들을 일부러 안아다가 냄새를 맡게 해줬더니 다시는 가지 않았다. 요즘은 아예 그쪽에다 호기심도 보이지 않아 에센셜오일 휴지는 치웠다. - 경철이는 감귤류의 향을 맡으면 구역질까지 해서 ...-


저 잡동사니 바구니는 원래, 비교적 단정하게 정리되어 책상 위에 있던 것인데 피하다 피하다 휙휙 꺼내고 넣기 바빠 저쪽 소속이 아닌 물건들까지 어느 새 합류해 저 꼴을 하고 있는데 (이 후 저 바구니는 너무 얕다는 결론을 내리고 퇴출)

씽크대 위 고양이 막이 과자통

씽크대 위, 아이들이 배수구에 (화장실 등, 배수구가 있는 장소에는 절대 접근금지)배수 구멍에 입이나 발을 들이거나 가스렌지에 접근 한다면? 밥을 해먹지는 않는 집이라 해도 불이라는 것은 절대로 알 수가 없는 법이라 프링글스를 사 모았다. (이곳 저곳 족히 30통은 되지 싶으다.) 이 과자의 힘은 위대해서, 피아노의 높이에도 그냥 뛰어오르는 아이들이 더 낮은 씽크대에는 아직 발
한 번 붙여보지 못했다.


게다가 다 먹고 난 빈 통을 비상 시에 탕탕! 치면 효과 100%. 씽크대 쪽은 아무래도 아직 안심이 안 돼요, 가스불을 켜면 경철이 눈이 반짝반짝 하기 때문. (이 후 결국 이사하면서 가스렌지 퇴출 전기렌지가 자리를 채움)

고양이가 자빠뜨린 의자

의자 사진은 길지도 않은데 왜 눕혔는가... 눕힌 게 아니고, 쟤는 늘 저렇게 누워 있다. 역시 들리지 않는 경철이가 등받이 위에 올라서서 탕탕! 자빠뜨리는 걸 재미있어 해서 아예 자빠뜨려 놓고 산다. (경철군 따당,따당 의자 자빠뜨리던 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하다)

고양이가 깨트린 도자기

모든 대부분의 초록이들은 밖으로 쫓겨난 지 오래고, 언니가 만들어 준 도자기들을 내동댕이 치거나, 

고양이가 스크래처로 사용한 직접 짠 바구니

어깨 빠지게 엮어 놓은 대형 바구니를 스크래처 삼거나...뿐이랴 더 고발 할 일은 많고도 많으나 ... (경철군, 도자기 내동댕이 치는 버릇은 점점 더 발전하여 요즘도 심심하면 내가 하필 제일 아끼는 것 고른 듯이 내동댕이질!)


그렇다, 이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인간은 제 방도 따로 없는 싸구려 집사일 뿐! 

장난이 치고 싶어 기회를 엿보는 고양이

그런데 경철군, 또 뭔가 할 일이 있나보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