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사냥

경철고양이의 사냥 감은 닭가슴살 육포와 황태채

철수, 경철씨는 하루라도 훈제 가다랑어라는 걸 먹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모양. 양냥거릴 때 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우울모드다. 애초에 구충제 먹일 때 섞어 줬던 게 이 인간의 실수였던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들이 구충제 복용하고도 설사를 하는지 철수도 설사를 했지만 경철이는 큰 병인 줄 알 만큼 심각 했다. 병원서 주는 한 알이 4개월 아이들에게는 너무 많았던 건지 아니면 구충제가 유효균까지 죽이는 건지... (이 때 기억이 아직도 반복해서 나는데 착각 했던 것은 구충제를 먹여서가 아니라 내가 질 나쁜 캔을 먹여 그랬다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 아니면 정말 질 나쁜 캔이 원인이었는데 당시의 내가 착각하고 구줓에 핑계를 댔거나) 그리고 설사 후에는 지사제를 먹이느라 또 가다랑어에 섞을 수 밖에 없었고 본격적인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고양이를 위한 닭가슴살 육포

그래서 가다랑어를 덜 먹여보려고 한 동안 하지 않았던 육포 만들기를 다시 시작했는데 사실 나는 밥도 안 끓여먹는 게으른 사람이라 나의 최선은 도마 한 번 안 쓰고 가슴살을 덩어리 그대로 손에 들고 칼로 슥슥 저며 건조기에 투하하는 것. 다른 분들은 예쁘게 다듬고 우유와 식초와 등등, 감탄이 나오도록 정갈하고 윤기나게 그야말로 정성 가득 보기도 좋게 만들어 내던데 말이다...
건조기에 슬슬 열이 올라 냄새가 퍼질라 치면

달가슴살로 육포를 만드는데 냄새가 나자 고양이들이 환장을 한다

경철씨, 대그빡으로 뚜껑 열기 신공을 선보이신다. 인간이 다시 닫고 지키고 있으면 경철군, 상황 파악이 됐는지 그냥 주저앉아 껍닥이라도 핥아보는 열성을!

얌전히 있던 철수 고양이도 육포 냄새를 맡는다

잘 말라가고 있나, 철수군도 고양이인데 검열을 피할 수 없지, 마르기도 전  벌써 침 다 발라놨쓰!

고양이 방지용 생수 병

그러나 인간도 할 일이 많은데 마냥 지키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일이라...

육포를 보고 덤벼드는 고양이들

함 묵아보까? (배경에 '나도, 나도'하듯 달려오는 경철눔, 진짜로 귀엽~)

육포를 맛있게 먹는 고양이 형제

요렇게 한 두 점 일단 맛을 보고(맛만 보고) 경철씨는 드리블 삼매에 빠진다.

육포로 축구하는 고양이

어느 한 구석 빠짐없이 100% 그대로 고.양.이. 인 경철씨는 먹기좋게 찢어주는 건 시큰둥하고 언제나 커다란 덩어리째로 물고 다니며 드리블도 하고 자치기 훨씬 더 즐긴다. 사냥, 포식 후에 오는 기쁨을 만끽하는 건가. 먹을 걸 가지고 저리 장난질만 하니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모다 인간 술안주가 될 것이다... (카메라 셔터가 느렸던 것이 파바박! 하는 아이의 드리블 실력을 잘 담아냈군, 굳이 무식함을 변명 중이다.)


그런데 며칠 후...

육포를 훔져가는 도둑 고양이

정말 술안주를 하려고 꺼내와서 뚜껑을 여는 순간~ 틀림없는 고.양.이.인 경철씨, 뚜껑이 잠기지 않았다는 걸 눈치 챘는지 한 걸음에 책상 위로 뛰어오르시더니 건조기 열어제끼던 그 대그빡 신공을 다시 선보이신다.

육포를 물고 달아나는 고양이

바람처럼 달아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진도 무식함 때문에 '바람처럼'이 잘 표현되지 않았는가? ㅍㅎㅎ)

육포가 지겨워진 고양이

바람을 일으키며 달아날 때는 언제고 몇 번 드리블 한 후엔 지루해졌는지 입맛 다시며 딴 짓하러 간다.

누워서 동생을 궁금한 듯 바라보는 고양이

탈취 따위 상스러운 짓은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 듯한 철수씨,

육포를 먹어보는 고양이

이 모든 쇼를 보고 있다가 경철이 여기저기 뱉아놓은 걸 슬그머니 맛 보기 시작.

닭가슴살 육포를 먹는 고양이

엉아가 먹으니 새삼 맛있게 보였나 (사실 고양이는 따라쟁이 동물이다) 갖고 놀다 툭 버려뒀던 것을 다시 물어다 엉덩이를 보이며 돌아앉아 샤악~샥 바람소리를 내가며 계속 드신다. 이런, 어찌보면 고양이가 있는 집에는 일상일 것 같은 과정인 약탈, 도주, 시식, 놀이가 이 후 10여 분 안에 2, 3번 더 반복됐었다.


저 일련의 행동들을 보다가 갑자기 짠!하고 들어오는 불,  여태 나는먹기좋게, 소화 잘 되게 찢어 입에 쏙쏙 넣어주면 더 좋아할 줄 알고  그렇게만 먹여 왔는데, 이 아이들은 사냥이 즐겁고 그 포획물을 제 이빨로 야금야금 뜯어먹는 게 훨씬 더 즐겁고 맛있다는 진리...


제 사냥을 해 가더니 제 손으로는 이 전에 한 번도 먹여보지 못했던 양을 스스로 야금야금 먹어치우더라는~ 생각해 보니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어져 왔는데 내 기준과 생각에만 빠져 그야말로 "현상"을 못 보고 있었던 듯.

술안주로 좋은 황태채

어느 날, 낯술 한 잔 하려는데 딱히 안주가 없어 마침 있었던 황태채와 고추장을 안주 하겠다고 차려 놓았다. 꼴랑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황태채, 고추장 그리고 막걸리... 그런데!

황태채를 약탈 하려는 고양이

축구나 하고 놀라고 황태채 하나 던져주고 들어온 것이 화근이었을까, 득달같이 책상으로 따온 경철군 "머야, 머야, 이걸 왜 인간이 혼자 먹어?"

황태채를 약탈 하려는 고양이 2

오른손으로 꺼내고, 왼손으로 꺼내고 영 뜻대로 안 되니

황태채를 약탈 하려는 고양이3


주댕이로..

사냥에 성공한 고양이

일단 한 놈 물어 키보드 위로 휙!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열성적으로 잡아채서...

황태채를 드리블 하는 고양이

일루 와, 일루 와~

황태채를 갖고 노는 고양이

예, 경철 선수, 드디어 찬스를 잡았습니다. 아아~ 여기서 조심해야 합니다, 빨리 치고나가야 해요~ 뺏기면 역전패 당합니다아~
네, 경철 선수! 단독 드리블, 한 사람 제치고 달려갑니다!!! 슈웃!!! -중계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

놀이에 지친 고양이

 아아~ 예,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경철 선수, 경기를 포기하나요, 그런가요???

다시 놀이를 시작한 고양이

천만에요, 캐스터님! 경철 선수 사전에 포기란 없어요! 다시 한 번 시도 합니다!

황태채를 가지고 봉춤 추는 고양이

봉춤 추며 먹고요

황태채를 가지고 덤블링 하는 고양이

포획물이 도망가면 덤블링이라도 해서 꼭 잡지요~

사냥한 황태채를 먹는 고양이

결국 완전한 포획에 성공한 경철 고양이, 원래 사냥이 시작됐던 그 자리로 돌아와 맛있게 냠~ 먹다가...

졸고있는 아기 고양이

냐아.....???

 

놀다가 잠 든 아기 고양이

인간이 "고양이 끄기" 한 거 절대 아님! 진짜로 저절로 꺼진 것! 저 시키 저러다 나처럼 납작코 되겠다~  2012.03.31

이런 시절이 있었다. 있는 힘껏 장난질하고 있는 힘껏 설쳐대고 있는 힘껏 먹어대고... 아, 어제도 경철군 황태채를 먹었구나.

황태채를 사냥한 고양이 1

아직도 황태채는 경철군의 베스트 간식 중 하나여서 한 줄기 던져주면 득달같이 물고 구석진 곳으로 가

황태채를 좋아하는 고양이

고개를 이쪽저쪽 돌려가면 샤샤샥~ 여전히 바람 소리와 함께 열심히 드신다.

황태채를 먹는 고양이

사진 좀 찍어 보겠다고 가까이 다가가면 뺏는 줄 알고 물고 달아나 급히 먹어 치우기 때문에 (두어달 전에 그런 일이 있어 기어이 구토까지) 줌인으로 몰래 촬영. 이제 어른이 됐다고 포스가!2017.08.17

 

흔히 황태채는 짜기 때문에 물에 불려 염분을 빼고 주라 하지만 내 고양이들은 그렇게 주는 것 절대 안 먹는다. 아무리 좋은 냉동건조 사료도 바삭바삭 그냥 먹기를 좋아하고 불려주면 냄새도 안 맡는다. 그래서 황태채는 경철군 컨디션이 안 좋을 때만 간간이 주는 흔치 않은 간식이 됐다.

 

늙어 그런가 혼자 옛생각에 도취돼 도무지 빠져 나오질 못하고 이틀간을 편집하며 낄낄대고 있었다.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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