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둘도 없을 것 같이 예쁘거나 잘 생긴 연예인 커플도 드물지 않게 전격적인 이혼발표를 하거나 바람을 피거나 등의 이슈가 생기는 걸 보면 외적인 아름다움에 반하는 까짓거 얼마 안 간다는 진리를 일찌감치 깨달은 집사, 그러나!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생물이 있으니 바로 고.양.이!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하며 생각없이 왔다갔다 하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고양이 형제의 장면. 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은 이쪽에서 사진 찍고 있으니 저 쪽에는 딱히 볼 것도 없는데 마치 두 녀석 공히 무엇인가를 발견한 것처럼 골똘히 같은 곳을 보고 있다 - 순간적으로 아따, 뭐 저리 예쁜 것들이 다 있노! 심쿵! 들고있던 청소기 팽개치고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아래 위 똑 같은 장면 아니냐고요? 아니지요~ 위 그림에는 두 녀석이 같은 곳을 보고 있고 아래 그림에는 경철이 집사를 보고 있쥬~~
이렇게 집사라는 이름을 가진 불출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맨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고 하는 짓이나 장면도 맨 그게 그 것인데 날마다 새로운 애인을 만난듯 혼자 들떠서 비슷한 사진으로 블로그에 도배를 한다
철수 고양이는 카메라를 의식하는지 아니면 귀신이라도 보는 건지 끈질기게 한 곳에 시선을 주고 있고 경철 고양이는 이미 철수의 시선에 속아서 괜스레 그곳에 시선이 갔다는 걸 인식했는지 시큰둥해서 고개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하다가
다시 먼~ 산을 본다 - 사진 찍는 집사는 우스바 죽겠다, 볼 거 없어 실망 했으면 자리를 뜨면 되지 왜 앉아서 저리 애매해 하고 있을까나~
철수 고양이, 집사의 생각이 통했는가 아니면 옆에서 뽀시락 대니 집중에 방해를 받아 짜증이 났는가 "야, 니 가만히 좀 못 있어?" 하듯이 제 동생을 내려다 보다가
슬그머니 솜방망이를 들어올리니 - 사람에게는 폭력까지 오가는 일련의 이 상황이 오히려 너무도 평화로워 모두 슬로우 비디오로 이어지는 듯했다 - 스르륵~ 물 흐르듯 빠져 나가는 경철 고양이,
괜히 암 것도 없는 곳에 눈길 뺏긴 것도 분한데 한 대 줘 박히기까지 하니 눈딱지에 불만이 가득하다
경철 고양이 : "집사, 뭐 봐? 니는 이게 재밌나, 재밌냐고?"
"철수야 왜 또 동생 때리고 그래?" 나무라도 눈도 꿈쩍 않는다. 오히려 콧잔등을 치켜들고 "뭐 내가 언제?" 한다
그러다 또 금새 짜기라도 한듯이 같은 방향으로 눈길을 준다. 새가 온 것도 아니고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 내 느낌은 그렇다, 이 녀석들 인간이 즈들에게서 순간순간 놀라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순간순간 새로이 반한다는 것을, 그래서 카메라를 찾아들면 "오냐, 여깄다 포즈~" 하는 것 같다는. 그게 아니라면 서로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렇게 동시에 여기 봤다 저기 봤다 중간에 솜망방이 슬쩍 한 번 휘두르는 변화까지 구사하면서 이 장면을 만끽하게 해줄까 싶으다
이제 지루해진 것일까, 철수 고양이가 창가로 자리를 옮기니
경철 고양이는 이제 집사에게 치대러 올 참인데 공연히 저렇게 동선을 길게 잡아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저것도 아마 집사를 환장하게 만들려고 만들어 낸 포즈 중의 하나일 것이다. 훌쩍 뛰어오르며 쭉 내뻗는 저 꼬랑지며 통통한 허벅지, 하루에 백 번을 봐도 천 번을 봐도 새롭게 반하게 만드는 저 아름다움, 사람이 이렇게 순간순간 새로이 반하도록 아름다우면 외모만 뜯어먹고 살아도 이혼 따위는 안 할텐데 말이다 - 결국 여태 봄꽃 한 송이 못 본 집사는 꽃보다 아름다운 고양이 형제로 봄날을 만끽하며 "난 네게 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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