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저금통에서 땡큐! 하며 나오는 하얀 고양이를 사냥하면 놀던 경철 고양이,
지루해졌는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이리저리 몸을 뒤채면서 딩굴딩굴을 시작한다
경철 고양이가 이러기 시작하면 - 이것은 발라당과는 좀 다르다 - 나는 거의 '환장'을하고 콧구멍을 벌렁대며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경철이의 딩굴딩굴은 철수의 그 귀여움과는 좀 다른 특별한 힐링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이게 뭐지 뭐지, 2년이 넘도록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이웃께서 "경철에게는 백치미가 있다"고 하셔서 아하! 이 녀석의 알 수 없는 평화로움은 백치미에서 나오는 것이었구나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심심해 심심해 제 머리를 두 손으로 가리고 여우목도리도 만들어보고 딩굴딩굴 엎치락뒤치락~ 그러다 문득 사진 찍느라 코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집사 발을 발견,
"와아~ 무쟈게 큰 짚신벌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뜸 몸을 뒤집어 사냥에 나섰는데
네 손과 발톱 모두 쭈악 펴서 발에 박고 뒷발 연타를 시작하는 순간 "아아~ 아푸다 경철아~~~" 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석연찮음이 느껴졌는지 "머라노?" 눈이 똥그래져 잠시 올려다보지만 난청이라는 핑계로 이내 개무시 하더니
이번에는 입까지 동원해 물고 늘어져 양말이 벗겨질 지경으로 뒷발 연타, "아아, 진짜 아프다~ 니 와 카노!!!" 집사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지니
"이 무슨 웃기는 시츄에이션?" 저 쪽에서 무심히 혼자 놀고 있던 철수 고양이, 눈이 동그래져 이쪽 상황을 살핀 후 벌떡 일어나
"엄니가 아프다잖아 시캬, 그 만 못 둬?!" "냅둬, 모처럼 사냥 했는데!" 한 손과 얼굴은 이미 철수고양이를 방어하는 자세로 전환 됐음에도 두 발과 나머지 한 손은 여전히 내 발을 파고든 채...으허억~
"그래도 이 시키가? 콱~" "아띠, 왜 맨날 내가 사냥만 하면 지롤여...?" 그러면서도 아주 찌끔 정신이 드는지 몸을 벌떡 뒤집었지만 발톱은 여전히 내 발등에 콕! - 이 짚신벌레 만큼은 놓치지 않을 꼬예요?
"엄닌 저리 비키시오, 내 오늘 이 시키 버릇을 단단히 가르쳐 놓고 말팅게" 철수 고양이가 나를 비키게 하고 집사 있던 자리에 서서 노려보자 그제서야 무슨 일인지 감이 왔던가 "아,알써~ 안 하믄 되자너..." 며 전면 후퇴,
늙은 엄니를 구사일생 구해내고야 마음이 놓인 장남괭이, "내 두고 볼끼다, 잘 해라잉~" 엄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엉아 등 뒤에 기가 죽어 앉아있는 경철 고양이 "우씨, 모처럼 크~은 짚신벌레 하나 잡았는데..."
"엄니, 지 잘했쥬~~~" 고양이 두 마리 중 하나는 참말이지 될성부른, 스마트하면서도 애교만점인 괭이 또 한 놈은 무심하면서도 인간을 흐물흐물 녹여내는 힐링 괭이, 발등은 양말을 신었음에도 상당히 까져버렸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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