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난감, 특히 토끼털 장난감이 오면 철수 성깔이 지대로 발현 된다는 건 아마 여런 번 포스팅해 야아들을 아시는 분들은 잘 알고 계시지 싶으다
그러나 이것도 나날이 발전하여 이렇게 사나운 표정을 보이면서 동시에 하악질까지 날리기는 처음인데
하악질에도 불구하고 동생이 물러서지 않자 그흐~ 그흐으~하면서도 (입에 가득 장난감을 물고 있으니 그르르도 잘 안 돼 그흐으~) "어어, 이것 봐라?" 하는 표정이더니
왼손이 앞으로 뻗어 있는 건 기어이 경철에게 주먹을 한 방 제대로 날려버린 후의 장면(이런 일로 철수가 즈 동생을 때린 건 처음이다) 그 바람에 경철이는 프레임 밖으로 튕겨나가고 손 위치는 구타 직후 내린 그곳. 그런데...
다음 날 오전, 부엌일을 끝내고 둘만 있는 방으로 들어오니 이 장면 바로 전이라 찍지는 못했지만 말로 묘사하면 철수가 경철이 앉아있는 자리 쪽에서 물러나오고 경철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찰나였다. 그래서?
내게는 이 장면이 처음이 아니어서 앞장면을 미루어보건데 철수가 먼저 밥을 먹기 시작했고 뒤이어 경철이 철수가 먹는 밥그릇에 머리를 디밀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밥그릇을 경철에게 뺏기고 철수가 물러나오는 장면부터 내가 목격했을 것이고 뭔지 모르게 서글픈 표정으로 앉은 철수가 첫사진으로 포착된 것이다
이럴 때 경철이는 많이 먹지도 않고 금새 물러나기 마련인데 사진을 찍고 있자니 슬슬 나오다가 무슨 생각인지 다시 들어가 먹기 시작한다. 엉아가 다른 데로 가지 않고 지가 먹다 흘린 사료알을 줏어먹고 있어서였을까...
그리고 눈물겨운 이 장면, 경철 고양이는 뭐든 먹으면 반은 밖으로 던져가며 먹는데 이렇게 밖으로 떨어진 것들을 천하의 철수 고양이가 줏어 먹음...
미끄러워 사료가 입에 잘 안 들어오니 고개를 빼가며... (야아들 이러기 바로 직전에 청소를 했으니 망정이지...)
경철이 이미 자리를 떠서 밥그릇에서 먹을 수 있음에도 계속 그 자리에서 얌냠~ 어느 새 줏어먹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 놀이처럼 그러고 있다는 게 짚어졌지만 경철이 먹는 걸로 엉아에게 그럴 때마다 왜 이리 속이 상할까...(이 짓은 지금까지도 반복 되고 있고 이제는 두 녀석 모두 눈치가 늘어 한 녀석은 불쌍한 눈 빛으로 나를 돌아보고 다른 한 녀석은 저 할미가 못 먹게 할까봐 눈치 보는 장면이 끼니 때마다 계속 된다 - 나는 이 장면은 잊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이 샤꾸들 태생적으로 그래 왔구나 이제서야 알아져 뺏아먹건 뺏기건 개입 안 해야겠다 마음이 먹어진다 - 집사, 참 일찍도 철 든다)
어떤 때는 밥그릇 두 개 나란히 있는데도 자리를 서너번도 넘게 바꿔가며, 경철, 먹다가 -철수밥 -철수, 경철이 버린 밥 - 경철 다시 철수밥 - 철수 다시 경철이 버린 밥, 이런 식인데 한 번도 철수가 이 일로 짜증을 부리거나 안 비켜주겠다고 버티거나 한 일이 없으니
더러 철수가 경철을 사정없이 물어 뜯거나 줘패는 등의 장면이 연출돼도 저절로 철수가 용서되는 이유가 된다. 세상 사납게 하악질을 하며 욕심을 부리는 데도 더없이 맑고 예뻐 보이는 건 고양이들만의 마법. 먹을 것과 장난감... 정말이지 봐도봐도알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 뭐든 "안다"고 함부로 말 하지 않기! (스스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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