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 고양이는 어릴 때부터 독립심이 뛰어나다고나 할까 , 혼자 별 것 아닌 걸 가지고 사냥감 삼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놀기를 잘 했다.
이 날도 플라스틱으로 된 링이나
날개 달린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보채지 않고 혼자서도 잘 노는 경철 고양이를 잘한다 잘 한다며 사진 찍어대기를 멈추지 않는 집사를 눈꼴 시려하며 조용히 지켜보던 철수 고양이,
요따구 치사한 방법으로 살금살금 경철 고양이를 덮쳐
쫓고
쫓기고
물고 물리고
뒹굴고 구르고,
하얀 터래기가 바닥에 난무할 지경에서야
구사일생 빠져 나온 경철 고양이 "엄니, 난 가만 있는데 저 시키가 자꾸 때려..." 싸움만 하면 힘으로는 밀리기 일쑤이니 그 때마다 생각나는 건 무지막지 힘 센 집사 뿐인지 매 번 내게로 뛰어와 말갛고 순진한 얼굴로 일러바친다. 경철 고양이는 실제로 싸움이 붙으면 내게로 곧장 달려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아 버릇을 하는데 이럴 때는 이거 강아지 아니야? 착각이 들 정도다
"철수야, 동생한테 왜 자꾸 그래?" "우씨! 나 빼고 즈들끼리만 놀아 심심해서 그러지! 맨날 나만 갖고 그래!" 억울 열매 삼킨 표정이다
뒤끝 없는 한 판 승부, 그리고 금새 돌아서서 이렇게 말간 얼굴로 함께 놀이에 열중하는 모습 - 한 점 티 없고 죄 없는 아름다움은 특히 집사가 어쩔 수 없이 꽁기꽁기 짜증스런 기분일 때 즉효를 발휘하는 힐링 폭탄이 되어준다 - 쌈박질 하는 즈들은 정작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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