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장난감 -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일

오늘 이야기는 그나마 웃음을 보태 전하려 무척 애를 썼던 지난 날의 기억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지금도 그 때 당황하고 불안 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되살아날 정도로 위험했던, 결론부터 말 하자면 천신만고 마음고생 끝에 무사히 넘어갔던, 그러나 고양이 집사라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는 일화다

 

때는 마따따비 인형에 홀릭 된 경철 고양이가 개헤엄을 치던  그 날,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2018/01/11 - [철수와 경철이/옛생각] - 고양이 마따따비 헤엄치기>

 

그 날  철수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도 같이 도착해 있었으니 ...포장을 뜯자마자 철수 고양이가 다리에 기어오르고 쥐어뜯고 눈을 까뒤집고 설치며 거의  난동을 부려 그 물건을 획득하더니

고양이 장난감 -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일

"건들지 마,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마!" - 개는 입에 무엇을 물고 하악질을 할 수 없지만 고양이는 무엇을 입에 물고도 하악질을 할 수 있다

어쩌다 사냥에 성공 했지만 느닷없이 어른 호랑이들에게 둘러쌓인 청소년 호랑이 꼴이랄까

어쩌다 사냥에 성공 했지만 느닷없이 어른 호랑이들에게 둘러쌓인 청소년 호랑이 꼴이랄까, 줄이 팽팽하도록 꽉 부여물고는 경철이와 나를 번갈아 돌아보며 크르르 흐르르 후아악!을 무한 반복. 고양이가 크르르와 하악질을 동시에, 그것도 입에 뭘 물고 할 수 있다는 걸 이 날 처음 알았다. 내 이 녀석이 이럴 줄 알고 이 물건을 주문했지! - 이 때만 해도 집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악질이며 다른 협박질 소리가 들릴 리 없건만 경철 고양이는 이럴 때 아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기 죽은 얼굴로 주변만 얼쩡거린다

하악질이며 다른 협박질 소리가 들릴 리 없건만 경철 고양이는 이럴 때 아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기 죽은 얼굴로 주변만 얼쩡거린다. 뒤에 보이는 저 녀석의 가여운 표정...

장난감이 궁금한 하얀 고양이

하지만 지도 괭이 삼신인데 얼마나 궁금할까, 슬쩍 엉아 똥꼬 쪽에 코만 갖다 댔는데도

외면하는 하얀 고양이

즉시 홱! 돌아보며 하악질 작렬하니 불쌍한 작은 놈, "내, 내가 머..."하듯 고개를 떨구고 외면

두 손에 꼬리까지 모으고 조신히 앉아 자세를 가다듬은 하얀 고양이

엉아의 불같은 열기가 식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로 작정한 듯 두 손에 꼬리까지 모으고 조신히 앉아 자세를 가다듬었지만 주먹만한 괭이눔 인내심이 어디까지 가겠는가,

고양이 형제의 장난감 다툼

더 참지를 못하고 다시 조심조심 접근 시도 

장난감을 뺏기지 않으려는 고양이

그러나 불벼락 같은 크르르와 동시에 줄이 끊어져라 귀까지 뒤로 옆으로 능력껏, 있는대로 다 갖다붙이고 몸을 뒤로 빼며 지롤을 해대니 다시 움찔 그 꼴 보는 집사 마음이 하 아파 철수 고양이 입엣것을 사투 끝에 빼앗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

경철 고양이 쪽에 흔들어 줘도 "어어, 오지 마 오지 마, 무쩌버 무쩌버"

장난감으로 춤 추듯 노는 고양이

오만 지롤발광의 결과로

지쳐 누운 고양이

급지쳐 널부러진 엉아 (이 장면이 나오기 까지 사진의 일련 번호가 300개 이상 넘어갈 만큼 오래 걸렸다) 

장난감을 입에 문 고양이

이 기회에 잠시 궁금하던 장난감을 탐색할 기회를 얻은 경철 고양이, 그러나 아직도 두려움과 망설임이 가득한 눈빛이다

눈 작은 고양이

에구구, 울 못난이~~(이것은 개인적인 취향으로 나는 눈 작은 고양이가 진짜로 몸서리 나게 예뻐서 어쩌다 경철 고양이 사진이 이렇게 눈 작게 찍힐 때가 있는데 이런 건 반드시 올려서 자랑질을 하고야 만다, 아무도 예쁘다 안 할지라도 --;;) 드디어 소심하기 짝이 없게 궁금하던 물건을 손에 넣었지만 아직도 만만한 느낌은 아닌듯 - 이런 것이 우리 경철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소심해지는 것이 어릴 때는 천방지축 아무 것도 모르다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엇이 세상에 소통되고 있다는 걸 눈치 채는가 싶기도 하다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자 1

이 문자 내용을 설명 하자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위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달려있던 두 개의 털꼬리 중 회색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어 기절을 하고 살펴 보니 이빨로 사각사각 썰어놓은 흔적이 분명히 보이는데 잔해는 어디에도 없음... 패닉패닉...설마 먹었을까 청소하면 나오겠지, 나오겠지... 


결론 : 청소를 아무리 골똘히 샅샅이 해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 빤한 집구석이라 어디 숨길 곳도 없고... 마침 언니와 통화하게 된 참에 그 얘기를 했더니 "생각지도 못 한 데서 나오니라, 걱정 마라. 그런 걸 우째 먹었겠노" 고양이에 대해서는 나보다 아는 게 많은 언니니 억지로라도 그 말을 믿고 싶어하며 그 날을 보낸 다음날 아침, 이 번에는 남아있던 나머지 꼬리의 반이 또 사라져 있는 걸 발견하고 지롤지롤 펄쩍펄쩍 뛰다가 언니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었고 아래는 이어진 대화

문자 2

문자 3

문자 4

여기서 수술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고양이가 이물질을 삼켰을 때 구토나 배변을 통해 배설하지 않으면 장의 어딘가에 쌓여 고양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장폐색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예상한 대화였고 이 포스트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문자에는 수술비용 정도로 가볍게 말 했지만 수술로까지 이어지면 고양이와 집사가 견뎌야 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문자 5

이 저주스런 장난감을 내가 다시 철수 손에 주겠는가, 증거샷을 남기려고 감춰뒀던 장난감을 꺼내니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 장난감의 두 꼬리 중 남은 것이 겨우 이것

<장난감의 두 꼬리 중 남은 것이 겨우 이것>

하도 설쳐대서 자리에 반듯이 놓고 꼼꼼히 찍을 방법이 도저히 없어 높이 들고 서서 찍기를 시도 했더니 캣타워며 피아노며 책상 위며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이 물건을 손에 넣으려 난리법석이었다

장난감에 덤비는 고양이

사고 쳤다고 안 놀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남은 것 싹둑 잘라버리고 다른 쥐돌이를 묶어줬더니 그것에는 일별도 없이 피아노 위에 널부러뜨려 놓고 내 손에 들린 남은 꼬랑지에 덤벼들지 못해 안달이다

보시는 분들 역겨울까 흐림 처리를 한 고양이 대변

<보시는 분들 역겨울까 흐림 처리를 한 철수 끙아>

흐림처리를 했어도 더 허옇게 보이는 것들이 장난감 터래기뭉치다. 쇠젓가락 한쌍 아예 욕실에 구비해놓고 나오는 끙아마다 모두 해부 하는 중인데  다행히 일부가 배출 된 첫 사진.

 

그 날도 역시 조금 배출이 됐지만 내 짐작으로는 적게 잡아도 아직 저런 덩어리가 8 ~ 10개는 더 나와야 한다. 만일 큰 덩어리채 씹지 않고 삼켰다면 배출하기 어려울 것이고 변을 계속 해부하는 동시에 아이를 일주일쯤 관찰하며 컨디션이 나빠 보이거나 그 사이 배출이 진행 되지 않으면 병원에 가야한다... (관찰 기간을 두는 것은 털뭉치 같은 경우, 헤어볼처럼 자연스레 변으로 배출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뾰족한 것을 먹은 아이는 발견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경철이가 먹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음, 왜냐하면 경철이는 내 팔을 베고 자고 철수는 거실에 혼자 자는데 장난감이 발견 된 곳이 철수가 잠 자는 자리, 게다가 평소의 습관을 생각하면...

집중하는 고양이 표정

관찰이 이틀째 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 고양이는 여전히 프린터와 해맑해맑 - 이후 철수 고양이의 변에는 이틀 정도 더 작은 털뭉치들이 섞여 나왔고 또 다음 날에 껌 크기의 2/3 만한 털조각을 똥꼬스키를 타며 억지로 빼내려다 안 되니 결국 제 입으로 직접 뽑아내는 걸로 일단락 됐다 - 집사가 도와주려 했으나 본묘가 결사적으로 반대했고 사람의 힘으로 뽑는 것이 직장에 상처를 낼 수 있다는 느낌 또한 들어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내내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철수는 꼬리쥐 장난감도 유난히 좋아하는데 가죽꼬리가 달린 쥐라면 열이면 열 꼬리를 다 잘라 먹는 특이식성을 가진 아이라 이 후로 장난감은 놀아 준 후에는 모두 고양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치워두는 원칙이 생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것을 즐겨 먹는 철수가 집사 간 떨어지게 하는 일은 지금까지도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 고양이 집사는 아무나 하나... --;;


사고에 대한 집사의 변명 :그 날 밤, 이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문득 아무래도 저걸 치우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그 밤에 하필 생전 안 하던 꽤 중요한 폴더에 "파일 몽땅 지우기"란 실수를 해버려 부랴부랴 프로그램 구해다 복구하고 어쩌고 하다 지쳐서 장난감은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 두 번째로 먹어치우게 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또 그럴 거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으니--;; 


교훈 정리 

1. 고양이 장난감은 놀이 후에 반드시 치워 둘 것 : 주변에 늘 흩어져 있는 것에는 고양이가 흥미를 덜 느끼기도 하거니와 철수 고양이처럼  씹어 삼키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먹고 먹고 또 먹는다! - 절대로 당신 고양이 괜찮았으니 내 고양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 마시라, 철수 고양이의 경우에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전문가들 또한 장난감은 치워두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2. 고양이의 항문으로 실이나 이물질 등이 통과하다 걸렸을 때 절대로 사람의 힘으로 끌어내서는 안 된다. 특히 긴 실 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통과하는 동안 장 어디에 어떤 상처를 낼지 알 수 없으므로 병원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3. 개체에 따라 무엇이든 씹고 뜯기 맛보기를 즐겨하는 성향을 가진 고양이가 있다 - 이런 경우라면 집사가 일상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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