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가 침해한 고양이 형제의 사생활

내 고양이 형제는 다른 설명할 것 없다, 그냥 "인간 껌딱지"들이다. 마치 자석의 플러스 마이너스 극처럼 자동으로 졸졸 따라다니는데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내가 어느 자리에 있든 내 다리 사이에, 그것도 두 넘이 한꺼번에!

 

때는 어제 오후, 애미 품이라고 맘 놓고 편히 자는 녀석들 깨우지 않으려 다리가 저려도 자세 한 번 못 바꾸고 매여 있는 사람 심정을  집사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를 리 없을 듯,

나란히 낮잠 자는 고양이 형제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졌을 때 살금살금 최대한 이 샤꾸들이 눈치 못 채게 빠져 나온 장면, 야아들이 테이블 아래, 내 다리 사이에 있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내 다리와 발 사진에 안 박히려 저린 다리 끌어 모으느라 무진 애를 먹으며 나름 애 쓴 것인데 두 녀석 다 내 움직임에 반응은 없었지만 무엇인가 변화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는 있었던 듯

형고양이에게 그루밍을 해주는 동생 고양이

한 컷 누르자 마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이어지기 시작해  요 며칠 사진에 목숨 건 인간 "횡재다!" 외치며 거의 연사 수준으로 셔터를 누르기 시작함

그루밍 하다가 사진 찍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 고양이

철수도 아닌 경철이 먼저 엉아를 그루밍 해주다니 암만, 이건 기록할 만한 장면이고 말고~

눈을 감고 동생 고양이가 해주는 그루밍을 즐기는 형 고양이

반면 철수고양이, 동생의 서비스에 감동은 커녕 미동도 않고 몇 분을 저 자세 저 표정 그대로

그루밍 하다 메롱 하는 하얀 고양이

"엄니 이거이 뭐라고 또 글케 찍어대심?" 뭔가 좀 민망 했던가 시비 거는 듯한 삐딱한 눈빛이다. 시비 걸거나 말거나 이런 훈훈한 장면에 인간 마음은 만족스럽기 짝이 없다

입맛 다시는 하얀 고양이

"쩝..." 경철 고양이의 행동에 공연히 또 눈치가 보이는 인간 "플래시를 번쩍이는 것도 아닌데 이거이 글케나 불편하냐, 좀 찍자... ㅜ.ㅜ"

제 손을 물어뜯는 하얀 고양이

가만히 눈 감고 미동도 않는 철수가 뭔가 잘못 했을 리는 없고 짜증스럽게 제 손을 꽉꽉!하는 걸 보니 틀림 없이 인간이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었던가 싶은데

동생 고양이의 품으로 파고드는 형 고양이

그래도 착한 것, 즈 형이 왜 그루밍 그만 하는겨? 하는 듯 잠결에 "꾸우응~"하며 제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엉아에게 그루밍을 서비스 하신다

형 고양이의 가려운 곳을 꽉꽉 씹어주는 하얀 고양이

고양이들의 그루밍을 관찰하고 있으면 마치 즈들 털 사이에 이라도 있는듯, 혹은 제 형제의 몸 어디가 가려운지 다 알고나 있는듯 한 번씩 긁어주듯 꽉꽉 씹어주기도 하신다

사이좋은 고양이 형제의 장면

철수가 잠에서 깬 듯도 보이고 너무 일방적으로 좋은 것 선물 받는 것 아닌가 싶었던 인간 "철수야, 니도 동생 그루밍 좀 해 좌라~"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철수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동생 고양이를 그루밍 해주려는 형 고양이

동생을 향해 혀를 내밀자 마자 야속한 동생이란 넘 벌떡!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이라 내밀었던 철수의 혀는 미처 수습도 안 된 상태 - 아이고 민망 하겠다...그런데 철수야, 너는 눈 감고 있느라 못 봤지만 나는 아까 벌써 저 샤꾸 귀 보고 뭔가 심상찮다 싶디라~

동생 고양이에게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형 고양이

아니나 다를까, 중간 과정 찍을 겨를도 없이 상황은 이렇게 돌변해 버렸다. 철수가 저렇게 경철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심술이 아니라 아쉬우니 가지 말라고 그야말로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것인데... 평소 같았으면 철수의 그루밍을 시전 받다가 오히려 철수 쪽에서 돌변해서 목덜미를 꽉! 물고 심술을 보이는 통에 경철이 "갸악!"하고 일어나 달아나는 것이 순서인데 오늘은 경철 털이 철수 입에 닫기도 전에

형 고양이의 손길을 뿌리치는 동생 고양이

"놔라 놔!" 엉아의 손길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달아나

형 고양이를 노려보는 동생 고양이

쐐기 눈을 만들어 즈 엉아를 쏘아본다. 철수 고양이, 저로서는 아닌 밤 중에 홍두깨 같은 이 상황이 정말로 민망해 머언~산! 그러다 무언가 오해가 있어 저러려니 생각했던지

동생 고양이를 달래보려는 형 고양이

"어이 동생~ 그게 아니고오~"며 손을 뻗어 동생을 달래 보려 하지만 거두어지지 않는 쐐기 같은 눈빛

토라져서 돌아앉은 하얀 고양이

"흥! 시끄럽다 마!"며 고개를 홱! 아~ 그런데 저 경철 샤꾸,  인간 때문에 짜증이 돋았으면 인간을 째려 보실 일이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기듯 엉아를 어찌 그리 매서운 눈으로 째려보냐, 독한 것 못 된 것!

초코렛과 고양이의 장면

엄니 이거 무슨 일이요? 다 보고 계셨응게 말해 보시오, 묻는 얼굴이다. 그런데 철수야, 과정을 되짚어 보니 네가 뭔가를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인간이 눈치없이 사생활을 지나치게 엿본 탓에 짜증이 났던 가 싶네그랴. 네가 눈도 뜨기 전부터 짜증의 마징가 귀가 만들어져 있었거등. 미안태이, 이 번에는 절대 네 탓이 아니고 순전히 주책맞은 이 인간 탓이네라. 그래도 다시는 안 그라께, 소리는 안 나오네그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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