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엌일 하는 동안 옆에서 알짱거리던 철수 고양이, 슬그머니 테이블 아래로 기어 들어가 뭔가 수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흠흠, 여기 틀림없이 뭔가 사냥할 만한 게 있어" 하는 표정 인간은 물 묻은 손 다 닦을 새도 없이 잽싸게 카메라 장전
"나는 포식 동물! 내 사냥은 내가 한다!" 의지가 드러나는 결연한 옆모습. 죽은 거 잡아 가는 건 포식이 아니라 도둑질이여 이 눔아. 긍까 넌 도둑 고양이여~
저 도둑넘에 표정 좀 봐라, 아니 "포식자"! 바깥 아이들이 캔보다 더 좋아하는 닭가슴살 햄, 이 번에는 다른 브랜드로 사서 상자만 열어봤는데 어찌 알았을까나...
내가 뭐랬냐? 제 풀에 내 눈치 슬쩍 보더니 설마 빼앗길 거라 생각했는지(지난 번 쓰레기 통 사건을 잊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놓고 이리저리 뛴다, 하긴 사진 찍는다고 자꾸만 따라다니니 제 깐에는 뺏으려고 그런다고 느끼기도 했겠다.
"내 꺼야, 이번에는 절대로 안 뺏길 거니까 따라다니지 말라규!" 나를 따돌리려고 온 집안을 다 헤집고 다닌다.
하도 마음이 급하니 야무지게 물지도 못하고 후다닥거리다 제 팔에 걸려 포획물을 저 짝으로 휙 던져 놓고는 "어쭈, 도망을 가?" 한다. 마치 햄이 살아서 도망이라도 간 듯 노려보면서리
"너 안 되겠다, 저 짝으로 좀 가자!"
"내 오늘 네 주리를 틀고 말리~" 곱사등이가 돼 두 손으로 공중으로 던졌다 받았다 하는 저 꼴이 어찌나 예쁜지 푸히힛! 방정 맞는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다.
"어허~ 또 반항이냣?! 무엄하도닷!" 저 엄한 눈빛 좀 보소. 이쯤 되면 닭고기햄도 항복 좀 하지럴~
"안 되겠다, 저 쪽에서 좀 보자. 따라 왓!"
"여그 드가서 얌전히 있엇!"
터널 속에 햄을 감금시키고는 "거기 꼼짝이노 말고 있어!" 꼼짝 하는지 마는지 지키고 엎드렸기까지 한다.
안 들리니 무슨 소동이 났는지도 모르고 침대 밑에서 코가 비뚤어지게 자고 나온 경철 고양이,
엉아가 두 번째로 약탈해 놀다 지겨워 던져 놓은 것을 엉아처럼 실속없이 뛰어다니지도 않고 앉은 자리에서 뽕뽕 구멍을 내 국물을 "냠~" 해놓고
손 안 대고 코 푼 고양이, 뒤늦게 인간이 의식 됐는지 공연히 놀란 토끼눈을 만들어 눈치를 살핀다.
두 번씩이나 사냥 - 사실은 도둑질 -에 성공해 동생 고양이까지 배 불리 먹인 대장 고양이의 느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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