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의 느닷없는 전쟁

세상에 쌈박질 하는 모습 조차도 예쁜 생물은 고양이 밖에 없지 싶으다 : 거어~했던 한 밤의 한 판!   철수가 어제 종일 깨깨대며 다니더니 결국은 스트레스가 폭발 했는지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하얀 고양이

이렇게 얌전히 앉아있던 작은 눔을... 예고도 없이 뛰어올라가 패고 짓이기고, 결국 침대 위에 터래기 한 뭉치 뽑아 놓더니 

느닷없이 하얀 고양이를 공격하는 얼룩 고양이 1

싫다고, 하지 말라고 달아난 놈을 끝까지 따라가 등을 붙잡고 지롤을 떠니 경철고양이 "그아아악~" 하악질에 비명 작렬!, 그리고 다시 흰터래기 여러 뭉치. 얼룩 터레기는 거의 뽑히는 일이 없다. 싸우며 엉길 때 보면 발톱을 세우는 듯 보이는 쪽은 오히려 경철 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하얀 고양이를 공격하는 얼룩 고양이 2

경철이가 조금도 더 작지 않고 밥도 더 많이 먹는데도- 세월이 흘러 지금은 경철이 눈에 띄게 더 크다 - 힘으로는 절대로 철수를 이길 수 없는 모양이다. 

하얀 고양이를 공격하는 얼룩 고양이 3

책상 밑에까지 숨어들었는데 좀 봐주지 그예 따라붙어 철수의 왼손, 자세히 보면 "이 시키, 죽을래?" 하듯 들어 흔들고 있어 경철이 눈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끔쩍껌쩍, 검실검실~ 

겁에 질린 하얀 고양이

기운이 달려서가 아니라 책상 밑이라 머리가 자꾸 부딪히는 바람에 공격할 공간이 모자라 철수는 한 걸음 물러났지만 숨었던 그 자리에서 한 동안 꼼짝도 못하는 딱해 죽겠는 작은 시키. 그런데 나는 이 시키 이런 표정이나 그아악 대며 뒹굴며 쌈박질 하는 모습이 환장하도록 예쁘니 이 일을 우짜면 좋을꼬, 보호자가 돼서 뜯어 말리지는 못할 망정 좋다고 따라다니며 사진이나 찍어대고 말여... --;;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이 좁은 곳에 둘이 올라가 또 한 바탕 하려는 걸 - 경철 고양이도 희한치, 그 만큼 당하고 금새 거기는 왜 따라 올라갔을까나 -

박스 위에 나란히 올라간 고양이

하지만 싸우는 모습이 아무리 예뻐도 경철이 너무 수세에 몰리는지라 두 번째 판까지 벌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던 인간, 카메라 들이대 관심 끄는 걸로 겨우 진정 시켰지만 경철, 아직도 살째기 쫄아있다 - 나 같음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 싶은데 쫄더라도 기어이 곁에 가는 거 보면 저거 혹시 맞고 즐거워하고 구박 받고 기뻐하는 그런 새디스트 고양이인가  싶기도 했다 ㅎㅎ

박스집을 물어뜯는 얼룩 고양이

제 풀에 끝났어야 하는 전쟁인데 인간이 끼어 인위적으로 휴전을 시켜놓았던 때문일까 분이 덜 풀린 철수 고양이, 박스 집에 들어가 입구 양쪽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걸로 그 날 밤 남은 에너지를 소진했다 - 뭔가를 파괴하는 모습까지 예쁜 동물도 이 지구상에 고양이 밖에 없지 싶으다


그리고 그 밤에 잠시 만난 길고양이 순덕이

아직도 사람이 무서운 다리 다친 길고양이

이제 제법 얼굴을 들어 이 쪽을 쳐다보기도 한다, 여전히 표정은 뚱하지만

다리 다친 길고양이

닮가슴살 풀어주니 외면, "칫, 내가 언제 그거 달랬냐?" 도도하기는, 누가 고양이 아니랄까봐~ 2013.01.12


옛글을 편집하다 해당 날짜의 앨범을 다시 열어보면 미처 포스팅 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줄줄이 등장해 생각지도 않게 떠오르는 추억들이 많아서 있던 포스트에 엮어 새로운 것이 탄생하기도 한다. 보여 줄 사람도 없는데 나 같은 사람이 뭐 하러 블로그질을 하지? 회의도 많지만 그나마 이 기록조차도 없었으면 지난 시간의 무엇을 한 자락이라도 기억해 낼 수 있었을까, 허접한 짓이라도 이건 참 잘 했다는 생각이 요즘은 더 많이 든다. 보여 줄 사람 없어도 내 할 수 있는 날까지는 기록을 해 두는 것이 자신에게 언제라도 돌아볼 것을 남겨주는 좋은 선물이라 여겨진다. 2017. 1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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