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에게 하악질 하는 패륜 고양이

철수가 하악질 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앨범을 뒤지다 보니 그런 일이 있긴 있었다, 그것도 고양이들끼리가 아니라 집사에게! 다만 경철 고양이나 다른 고양이들처럼 야물딱지고 제대로 된 하악질이 아니라 어설픈 장난감 하나 입에 물고 뺏길 까봐 소리만 후아악!


하악질은 상대보다 자신이 약하다고 느끼는 고양이가 공격성을 가장한 두려움을 내보일 때 쓰는 것으로 집사에게 하악질 하는 것은 자신이 질 것을 뻔히 알고 하는 헛되고도 귀여운 반항 정도지 사실 내게는 버릇 없는 행동으로 보이지 않지만 - 내게 자식이 있었다면 아마도 아주 버릇 나쁜 아이로 길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 대목에서 문득 든다.

집사에게 하악질 하는 패륜 고양이 1

마음에 드는 새 장난감이 오면 그것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철수 차지가 된다.

집사에게 하악질 하는 패륜 고양이 2

"크르릉, 끄릉~ 후아악~" 나이가 들수록 접근하는 자를 협박하는 수위도 높아진다. 괭이가 입에 뭔가를 물고 하악질을 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고양이가 하악질 하는 이유 1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 눈동자가 경철이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니다. 막대기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나를 향해 하악질을 해대는 것이다. 크르릉, 끄릉은 경철에게, 뒤이어 터지는 후아악~은 내게.  경철에게 하악질을 하지 않는 것은 경철 고양이 따위는 상대가 안 된다는 뜻이다. 대신 끄르릉~ 맞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엄중 경고를 날린다.

고양이가 하악질 하는 이유 2

귀 봐라... 저것은 그냥 마징가 귀가 아니다. 누깔까지 치뜨고! 호러 쑈다, 이 눔아.

고양이가 하악질 하는 이유 3

그런데, 욕심부리며 패악 떠는 이 눈동자가 어쩌면 이리 맑고도 예쁜 것이냐? 인간의 눈 같으면 핏기가 마구 돌텐데.

고양이가 하악질 하는 이유 4

"후아악~"이다 또. 이런 패륜괭이 같으니라고. 어쩌다 제 풀에 놓치고는 이리 내놓으라고 지롤발광을 한다. 경철이는 이미 이런 상황에 달관했다는 표정으로 구경만 하는데.

고양이가 하악질 하는 이유 5

누깔 동그랗게 뜨고 휙휙 잡아 당긴다 - "놔라, 놧! 이 할망구야!" 이렇게 하여 나름 한 바탕 전투를 치른 후,

고양이가 하악질 하는 이유  6

터널에 숨기고 설쳐 대는 꼴로 봐서는 적어도 며칠은 경철이 손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더니

고양이가 하악질 하는 이유 7

장난감, 아무리 좋고 비싸고 새로운 거라도 상관 없다, 딱 7분짜리로 이미 경철 고양이에게 장난감 양보하고 하악질에 패악질이 고단했던지 침대 밑에 널부러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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