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진 찍기?

아이들 사진을 찍다 보면 늘 신경이 쓰이는 것이 비교적 어두운 집안에서의 촬영이라 ISO가 마구 치솟아 노이즈 투성이의 흐리멍텅한 사진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과거형이 아니고 이 고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6년 전 고양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림만 알아보게 나오면 사진은 다 똑 같은 사진인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봐도 자꾸 보다보면 무엇인가 인지가 되는 것일까 이런 저런 세부조건 따위까지 말할 것도 없이 화질이 좀만 더 깨끗했으면, 초점이 좀 잘 맞았으면, 좀만 더 밝았으면 이 세 가지 불만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상담과 고민 끝에, 고양이들 찍는 데는 광량만 개선되면 내 똑딱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LED 지속광 라이트란 걸 구했다.

고양이 형제 사진 찍기 1

이건 지속광라이트 미사용, 그러니까 늘 찍던대로 찍은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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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확실히 더 생동감이 있긴 한데 사진에 붉은 색이 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좋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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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철수, 그냥 찍으면 이런 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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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켜고 찍으면 이런 색으로 나온다. 노이즈가 개선 되지도 않았고. 이 중국 물건, 색온도 조절이 안 된다 광량 조절 버튼이 있지만 그것조차도 먹히는 듯한 느낌이 아닌 그냥 형식으로 달아놓은 듯한 느낌. 색 필터 역할을 하는 노란 뚜껑이 있는데 다음에는 그걸 끼우고 해볼까 생각만 한다. 지금 당장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사소한 작업조차 내게는 몹시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고양이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을 찍을 때 이런저런 조건 맞출 시간 없이 마구 셔터 눌러 버릇 한 것이 몸과 맘에 배어 무조건 급하게 눌러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듯 셔터 속도조차 바꿀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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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무리 봐도 생각해도 철수가 이렇게 찍히면 안 될 것 같다. 이마저도 포토샵에서 붉은 기운 많이 걷어낸 것인데... 겨우 몇 만 원짜리 불빛 하나에 너무 큰 걸 기대했나 싶다. 게다가 나는 빛이 뭔지 구도가 뭔지 하나도 이해 못하는 둔탱이 아닌가~ 한 편, 은근히 DSLR을 꿈 꿨는데 경제력도 문제려니와 오늘 이 지속광 라이트를 달아서 써보니 그 크기와 무게가, 게다가 꽤 튼튼한 블라켓을 따로 샀더니 그 사이즈와 무게가 @@;; 이런 이유들로 나는 땅 속에 들어갈 때까지 똑딱이로 살아야 하는 사람 같다는 결론이 나오긴 했는데... 여전히 아쉽지만 사진은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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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먹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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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이렇게 두 녀석을 떨어뜨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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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 고양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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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짓을 하기 때문에 떨어뜨려 놓으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역시나 안 먹힌다. 철수는 어째서 먹는 것만 뺏기는 것일까? 아니면 동생이 원하니 양보하는 것? 경철도 평소에 쌈박질 하며 뛰어다니면 백전백패 하면서 간식 만큼은 늘 모다 제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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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철수는 탈출을 꿈 꾸며 방묘문으로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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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에게는 어떤 문이건 열 줄 아는 기술이 있다는 걸 증명 하듯이 서너 번 저 문을 열고 나가는 사고도 친 전력이 있는 녀석이다. 왼쪽에 보이는 종이에 싼 벽돌의 무게가 다행히 녀석의 탈출을 막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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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 고양이는 놀이 중 레이저 포인터 잡기를 제일 좋아한다. 웃기는 것은 포인터 이 쪽에서 쏘고 있는데 우경철 "꺄갸갹"채터링 한 번 하고는 무턱대고 등을 돌리고 길고 오두운 복도를 뚜벅뚜벅 지나 지 화장실이 있는 방으로 간다. 모르는 사람은 놀고 싶지 않아 그러는 것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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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이렇게 스크래처 집에 들어가 무작정 기다린다. 레이저 포인터에게 따라오라고 괭님께서 명령 하신 게 앞서의 상황이었다. 따라가드려야 한다. 안 가면 이 모습으로 언제까지고 기다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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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은 안전한 곳에 감추고 기습 사냥을 하려는 고양이의 본능을 그대로 보여주시는 것.

 

오늘의 주제? 없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무주제라 한들 아이들 생활을 기록해 두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정리하고 추리고 할 것 없이 내 내면처럼 두서 없이 일단 기록부터 하고 보는 것. 횡설수설이라도 해 둘 걸 그랬다 할 때가 많았으니까.

 

사진은, 그냥 노이즈 끼인 채로, 초점 맞지 않는 채로 찍고 살지 한다. 무엇이든 연습이나 공부 없이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는 법이란 걸 깨달을 나이는 되고도 남았으니까. 발전도 없는 카메라 들고 그나마 온종일 시름하느라 오늘은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다, 철수군이 장난감을 껴안고 던지고 소리지르며 놀아 줄 시간이라고 강력히 어필하더라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 지속광이니 나발이니 다 떼버리고 내일은 놀아주꾸마, 오늘 건너뛴 시간까지 더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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