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의 희한한 소통

한 마리는 청력이 정상이고 한 마리는 들리지 않는 고양이 형제라 그럴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거의 대부분의 소통에서 엇박자가 나는 모습을 보이는데...

평소 올라가면 인간이 싫어하는 악보더미가 쌓인 피아노 위, 먼지 가득한 곳에서 유유히 산책을 하다 딱 걸린 철수 고양이.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1

뻘쭘해진 상태로 그루밍하는 척하다 입맛 쩝쩝 다시며 퇴장 당하자 그 민망함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지 캣 타워에 올라앉아 이쪽을 구경하던 경철 고양이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기로 한 모양인지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2

지상 최고로 아름다운 환상의 복식조!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3

그러나 바닥으로만 내려가면 어김없이 깔려버리는 형 고양이 철수,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4

엎치락뒤치락 끝에 경철 고양이는 이미 치고 거실을 돌아 바구니 위로 빠져 버렸는데 경철이 다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도 제 때 방향전환에의 타이밍을 놓쳐버린 철수군,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5

"요 쮜똥만한 시키 니 오늘 주거 바라!" 그러나 경철군은 이미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문 뒤로 빠져 버리고...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6

쌈박질 하다 막간을 이용해 그루밍하는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사람 기준으로는 저런 모습을 보이면 이미 싸움은 일단락 된 것이라 여겨지는데...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7

그러나 이미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밖을 구경 중인 동생을 보자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8

다시 눈에서 불이 화르륵! "저 시키 도대체 뭐얏!!!" 우연인지 현상이었는지 정말 철수군 두 눈이 완전 불타오르는 것처럼 찍혔다.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10

"네 이 눔! 오늘 끝장을 내고 말리라!" 사냥감을 쫓는 맹수의 눈 빛으로 돌진! 또 당연히 인간은, 엄청난 한 판이 벌어지리라, 조마조마한 동시에 침이 꼴깍 넘어 갈만치 흥미진진! 그러나...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11

이 녀석 조기치매 증세인가 돌진하던 중간에 그 목적을 이미 잊어버린 듯 창 밖으로 보이는 무엇인가에 정신이 팔려버림. 어쩌면 경철이 철수의 돌진소리를 듣지 못해 너무나 평온했던 탓에 새삼 공격 하기가 민망했을 수도? 하지만 이눔아, 니가 그러면 군침까지 삼켜가며 흥분했던 인간은 머가 됨?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12

그러다 갑자기 단기 기억상실에서 회복이 됐는지 아르르~ 캣타워 위로 뛰어 올라 몸전체로 경철 고양이를 덮칠 듯한 자세가 나오니 다시 기대에 부풀어 오르는 인간, "요이씨, 뛰어라 확 덮쳐라! 경철이 시키 뺀질거리더니 니 오늘 주거써!" 드디어 뛰어 내렸... 다...알???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13

"으응, 엉아 어디 갔다 왔어?" 험악한 돌진에 아랑곳 않는 경철군의 여여한 반응에 또 다시 전의가 꺾여버리고 말아쓰~ "으 좀... 동상은 머 보고 있었어?"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14

나란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무엇인가에 열중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모습도 아릅답지만 거하게 한 판 갸갹대며 온 집구석을 헤집고 다녔어야 하는데... 아쉬움을 느끼는 인간.

난청 고양이와 정상 고양이의 특이한 소통 방법  15

철수군, 혼자 뛰고 날고 하는 동안 시종일관 평온함 속에 머물던 경철군, 혼자만의 액션에 파김치가 돼 버린 엉아에게 포근한 등을 내주고... 형제 간의 화끈한 한 판을 기대하며 침 꼴깍거리던 인간은 인격 파탄??? --;;

담장 위의 길고양이

그리고 담장 위에는 잊을 수 없는 내 첫 길고양이 지영이. 2012.07.18

 

이 무렵의 포스트들을 편집하다 보면 에이, 설마 고양이 형제 행동의 흐름이 소소하지만 이런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혹시 이  날 사진 저 날 사진 데려와 짜깁기한 것 아니야? 포스팅한 당사지인  나조차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다시 편집 하면서 원본 사진들을 찾아보니 99%가 사실 그대로의 흐름이다. 1%의 부족함은 순간을 놓쳐 설명하기 위해 비슷한 장면을 데려오거나 했던 것일 뿐. 물론 일방적인 해석일 수도 있지만 이런 세심한 관찰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관심과 애정이었을까 포스팅을 위한 약간의 과장도 섞여 있었던 걸까... 별 걸 다 묻는다, 걍 그랬구나 하면 될 것을! 2017. 10. 13 (13일의 금요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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