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유난히 긴 추석연휴가 오니 명절 따위 전혀 상관 없이 사는 나 같은 사람은 괜히 마음만 바빠 끊임없이 고양이들 밥이며 모래를 사들이게 된다.

추석 전에 미리 장을 본다하고 잔뜩 불러들인지 열흘이나 지났을까 며칠 전 또 다시 "추석선물"이라는 제목을 달고 아이들 용품을 불렀다.  - 사실은 따로 기록해 둘 말도 없고 별 다이나믹한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지만 할 말 없고 별 일 없다고 아이들 생활 기록하기를 자꾸 미루다 보면 언젠가는 멈추게 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엔가는 또 후회를 할 날이 있을 것 같아 꾸역꾸역 쓰고 있는 중 -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1

자동 장난감 다시는 안 사겠다고 며칠 전에 다짐다짐 하지 않았던가? 다짐 하던 그날 샀던 조그만 버그 장난감은 너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이불 밑에서 내 발이나 손이 꼼지락거리면 심하게 눈동자를 키우며 리액션하던 모습이 기억 나 응용 버전으로 내 식사용 내프킨을 덮어줬더니 철수군은 드드드~ 하는 진동음도 들리고 작지만 움직임도 보이는지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2

그나마 그 놈 잡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등 반응을 보이는데 경철군은 뒤에서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3

엉아가 다 뒤집어 발굴해 놓은 버그를 들여다 보며 "뭐야, 고작 이것 갖고 그 난리를 쳤어?" 하는 듯 시큰둥 냄새만 슬쩍.

 

내프킨 덮어놓고 아무리 이거 봐, 이거 봐 손가락으로 가리켜 봐도 내 손만 볼 뿐 일 센티 앞 버그의 움직임은 인지를 못한다. 그랴, 들리지도 않는 데다 버그의 움직임이 너무 미세해 그런 게야... 반성을 하고 마지막이다! 또 마지막을 선언하고 또 다른 자동 장난감을!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4

빙빙 돌아가며 레이저를 쏘는 물건이다. 평소에 경철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레이저포인터인데 이 녀석 놀이에 시동 걸릴 때까지.... 어제 9월의 마지막 밤에 여기까지  쓰고늘어져 버렸는데 아침6 시까지 티비 켜놓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7시까지 막판 1 시간을 잤는데 그 사이 꿈에 온통 고양이들, 다친 고양이에 내 집에 찾아온 남에 고양이들에 나는 또 그 아이들 밥을 안 줘 굶겨 죽이고 나가게 하고, 그러다 깼는데 기분이 종일 진짜로 엿엿엿!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5

장난감 이야기로 돌아가서, 어쨌건 이 단순한 작동을 내 손으로 해주기 싫어 그나마 더 편해 보려고 적지 않은 돈 주고 사들이걸 보면 인간의 게으름이란... -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6

어찌 됐든 좀체 레이저에는 반응않던 철수까지 나서서 관심을 보이니 이 번에는 성공인가?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7

경철군이 똥꼬를 보이며 날아다니는 동작을 보인 것은 실로 오랜 만이다. 찌그러진 성냥갑 같은 아파트로 이사 간던 무렵에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시작 됐으니까. 생각해 보면 한꺼번이라는 말도 모순인 것이 작은일로 시작해 (내 옛 블로그) 점점 더 큰 일로 (천장 물 새서 이사) 번지더니 (엄니 사고) 그리고 마침내 끝장을 본 것. 큰 사고가 생기기 전에 9번의 작은 전조들이 예고를 한다고 했던가...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8

수염자리를 잔뜩 부풀리고 진지한 표정을 한 경철 고양이. 그래, 이래야 고양이지

고양이 형제의 추석선물 - 고양이 장난감 9

오늘로 사흘째, 어제부터 슬슬 시들해 하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거들떠도 안 봄. 두어 달 후에 다시 내어 주면 또 한 이틀 가지고 놀겠지... 이제는 그러려니~

추석 선물 장 보기 1

울 큰 시야, 장 보러 가면 밖에 죽어도 나가기 싫은 나를 위해 늘 뭔가를 조달해 주는데 커피, 볶는 것도 분쇄하는 것도 귀찮아 완제품 중 가장 싼 깡통커피로 돌아선지 몇 달, 한 통이면 한 달은 좀 넘어 마시는데,

추석 선물 장 보기 2

크아악~ 이렇게 사 왔다. 물론 언니가 사 주는 것이니 고맙기야 하지만 울 시야들은 왜 자꾸 엄니를 닮아 가는 것일까. 추석선물은 이미 따로 받았는데 말이다.

 

방금 티비에 다친 새끼를 매몰차게 쫓는 어미 사자, 이모 사자의 장면이 나왔다. 저 것 찍은 사람들, 아기 사자가 따돌림 당하고 내쫓겨 죽을 때까지 촬영만 하고 있었겠지...?

저 장면을 보려고 이른 아침에 그런 꿈을 꿨나, 그래진다.  가라앉은 기분이 더더욱 나락으로 떨어진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