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은 지끈이 모자라 더 이상 바구니 벽을 쌓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 계산을 못하고 기둥을 넉넉하게 잘랐는데 ㅜ.ㅜ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써야재! "갈색"이라고 해 샀더니 "팥죽색"이어서 거의 쓰지 않고 처박아 두었던 소위 갈색 지끈을 어쩔 수 없이 꺼내 섞어 짜며 어느 정도 벽을 올리다가 섞인 색이 도저히 징그러워 못 짜겠어서 길게 만들어 아까운 기둥들은 이중 매듭 연습 겸 그렇게 소모하기로 하고 (매듭은 기둥으로 짓기 때문에 꽤 많은 길이를 먹는다) 이제 마무리만 남은 상태인데 철수 고양이가 홀짝 바구니에 뛰어들어버렸다. 비키라고 할까봐 괜히 엄근진 표정으로 눈길 피하는 저 꼬라지 좀 보소~
저야 어쩌든 집사는 계속 사진을 찍는다. 저 받침대보다 바구니가 더 길어서 까딱 잘못 움직이면 아이가 휘딱 나자빠질 수도 있어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걱정도 함께 되니만큼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저는 집사가 비키라고 그러는 줄 알고 급기야 눈 깜빡이기 애교를 시전하신다. 자빠지지 않고 안전하게만 들어앉아 있으면 내가 뭐라겠니, 순진한 녀석!
집사 생각이 들렸나, 그제서야 눈을 뜨고 "그럼 내가 괜한 애교를 부린 거?" 하는 표정이 된다. 아이가 바구니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집사가 관심 없는 척 자리를 뜨면 99% 먹히는데 그냥 저 꼴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을 뿐 ㅋㅋ. 제 엄마 관심받고 싶어 말썽 부리는 것까지 어쩜 이리 사람 아이와 똑같은지!
바닥을 매듭으로 시작해 이 중 매듭으로 마감한 바구니가 완성됐길래 무엇인가를 담으면 어떤 모양일까, 마침 작은 온냐가 보내준 하루견과? 이런 걸 담아봤더니 한 박스가 딱 맞게 들어간다.
부스럭 부스럭 간식을 담고 사진 찍는 것까지 저 멀리서 보고 있던 철수 고양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던지 가까이 와 바구니 속을 들여다본다. "내 바구니 속에 이게 다 뭐야?"
아마도 견과류 봉지가 제 간식이라 생각하고 입맛을 다시는 것이겠지?
그렇지, 코까지 찡그리고 간식 봉지를 공략하기 시작하신다. 즈들 파우치는 저렇게 씹어놓으면 상하기 때문에 못하게 하지만 사람 것은 상관없다, 인간이 다 먹어치우면 되니까.
그런데 봉지를 물어뜯는 것이 아니라 물어서 밖으로 꺼내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그것 하나 쑥 물어내지 못하고 지치는 녀석을 보고 고양이란 존재가 얼마나 작고 여린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그래도 심기일전, 계속 봉지 끌어내기를 시도한다. 하도 오래 그러길래 이건 간식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제 바구니를 차지한 엉뚱한 물건들에게 "내꺼다, 이리나왓!" 하는 듯한 행동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꽤 오래 실랑이를 하다가 끝내,
다른 설명이 무에 필요하랴 "에이, 띠뽕!" 그 자체의 표정이다. 진짜로 저 물건들을 모조리 치워버릴 작정이었나 @@?
"그 바구니 너나 가져라, 난 숨숨집이 더 좋다!" 정말이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다. 어이그~ 예쁘고 귀엽고 똑똑한 금쪽같은 내 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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