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면 소 된다, 빌어 처먹는다 등 꽤 심한 나무람을 들을 경우가 많지만 고양이가 이 행동을 하면 100% "아구구~ 울 시키 어쩜 이렇게 예쁜 짓을~~" 하는 감탄을 듣게 되는 행동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뒹굴거리기'이다.
철수나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우리 집 고양이 경철이는 잘 뒹굴거리지(발라당) 않는 편이다. 심한 귓병을 앓고 수술, 치료의 과정과 지금까지도 약을 먹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어느 부분 집사를 상당히 경계하게 된 때문인가 싶다.
하지만 요즘 고양이 형제가 좋아하는 쓰레기 성분의 파우치로 밥을 바꾼 이 후에 두 녀석 모두 삶의 질이 개선(?) 됐다고 여기는지 식후에 자주 만족감을 표현하는데 어느 날의 점심 후, 침대에서 무릎에 딱 들러붙은 철수 고양이와 함께 컴터질을 하다 우연히 바닥을 내려다보니 이 하얀 고양이 경철이가 완전 발라당은 아니지만 뒹굴뒹굴~ 바닥에 누워 이쪽저쪽 몸을 굴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넘나 귀한 장면이라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집사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이 관심을 끌고 싶다는 뜻이긴 한데
집사 쪽을 향해 몸을 더욱 굴리고 더 노골적으로 올려다보면서도 끝내 완전한 발라당은 하지 않는다. 그래... 수술과 치료 등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크면 부리고 싶은 애교까지도 맘껏 못 내놓을까, 딱한 시키... (어릴 때는 시도 때도 없이 발라당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핥으며 집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은 "엄니, 나 예쁘져? 그러니까 나랑 놀아주어~"라고 애교를 부리는 것이다. (고양이가 입술을 핥는 것은 심심하거나 긴장감을 없애려고 하는 행동인데 이 상황은 심심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짜로 몸을 뒤집어 보려는듯 반대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는가 싶었는데 (고양이가 발라당 해서 이쪽저쪽 뒹굴거릴 때는 반드시 얼굴을 먼저 돌리므로) 아까 많이 해서 심히 힘이 들었나 아니면 집사에게서 눈을 떼고 싶지 않았나, 돌다가 말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면서 집사에게는 눈웃음 한 방 발사! 에라이, 이 게으른 녀석. 네가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밥 먹고 누워 소처럼 게으름 피운다고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었을 것이여~
집사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까, "이제 그만 일어날까...?" 하듯 상반신을 슬쩍 들었다가
더시 철푸덕! 바닥에 널브러진다. 이때 콩! 하는 둔탁한 소리도 함께 들린다.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며 바닥에 제 몸을 던질 때 더러 집사를 놀래키는 소리다. 이 일련의 행동이 너무 예쁘고 귀엽고 평화로워 잔뜩 힐링을 선사받은 집사가 내내 킬킬거리며 사진을 찍어대니
내 무릎에 딱 붙어서 푹 자고 있는줄 알았던 철수 고양이가 집사 웃음소리에 잠에서 깼는지 고개를 들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끼이잉~ 소리를 내며 고개를 옆으로 하고 이불에 드러누운 다음
두 손을 깡총 들고 눈웃음을 지으며 몸은 움찔움찔 애교를 발사한다. "엄니, 나도 예쁘져?" 확인을 받고 싶은 것이다.
와중에도 집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다가 눈이 마주치니 또다시 움찔움찔 예쁜 짓을 한다, 귀연 거엇!
그런데 참 희한도 하지, 밥 먹은 직후에 사람이 이런 짓을 하면 등짝 스매싱이 날아오거나 듣기 민망한 욕이 날아오기 일쑤인데 고양이가 하면 왜 모두들 하나같이 거의 '환장'에 가까운 반응들을 하는지~ 이 넘 시키들은 애초에 사람이 하면 안 되는 짓과 외모(짧은 팔다리) 하나로 밥 벌어먹게 태어났는지도 몰러... 이런 걸 보면 모든 반려동물들이 집사들의 연예묘(견)인 것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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