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영양떡이 왔다. 사돈 할머니 드시라고 샀는데 내게 깨먹은 머그잔 보충해주는 택배 속에 작은 언니가 넣어 보낸 것이다. 냉동실에 그대로 직행 했다가 설날 아침인가 그 전 날인가, 밥은 하기 싫고 밥솥은 더더욱 씻기 싫고... 요즘 같이 떡국 떡이나 가래떡이 흔한 시즌에 간단히 뚝딱 든든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냉동실에서 딱 한 끼 먹을 만큼만 꺼냈다 (강원도 떡은 대구 것의 반 정도 사이즈다? 지역이 아니라 떡집의 특성이겠지만) 그런데 이걸 그냥 먹으면 내게는 끼니를 때운 느낌이 아니라 간식을 조금 먹은 정도의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이때 생각해낸 것이 일본식 김떡이다 - 김으로 떡 싸 먹는 건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흔히 하는 것으로
네모난 건조 떡인데 이걸 불에 살살 구워 김에 싸서 간장에 찍어먹는 것으로 Wien 시절에 처음 알게 되어 한국 식품을 흔히 구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에는 떡 생각이 날 때마다 아시안 마트에 가서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는 칼로리 높은 음식을 대단히 좋아하는 편이어서 떡 위에 마침 있는 치즈도 뚝뚝 잘라 얹었다 (내 입에는 모든 슬라이스 치즈에서 플라스틱 맛이 나서 싫어하지만)
전자렌지에서 나온 떡 위에 얹어진 치즈, 진짜로 비닐 녹아붙은 것 같자너? ㅋㅋ 아무튼 못 먹을 건 아니니 원래 계획대로 김떡을 해 먹기로 한다.
역시 강원도산 김치와 전자렌지에 녹인 떡 그리고 왼쪽 아랫쪽에 시커먼 머리카락 같은 것이 김이다.
김 한 장을 펼치고 그 위에 떡을 얹고 돌돌 싸서 간장에 찍어 먹으면 일본식이지만
나는 양념 중에 간장을 가장 싫어하므로 대신에 김치를 얹어서 우리나라 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간단하지만 이렇게 제법 든든하고 영양도 골고루? 갖춘 한 끼를 챙겨 먹고
그리고 후식으로 언니가 새로 보내준 커다란 머그잔에 (깨 먹은 것보다는 많이 작고 무겁다) 핫초코 미떼를 4개를 한꺼번에 풀어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마셨다.
그리고 우리집 고양이 형제, 이래도 저래도 달라지지 않는 철수의 탈모와 경철의 귓병... 꽤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그래, 느들이 무슨 재미로 살겠니? 먹고 싶은 거 먹자... (후략) 그래서 완전히 끊은지 2년 가까이 돼가는, 예전에 이 형제가 환장하던 간식, 주식들을 모두 다시 사들였다. 그래서 두 녀석은 설날을 즈음해서 살 판 났다. 그래,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렇게라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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