썽 말로 하지 말고 웃음 말로 하지~

"썽말로(화난 말) 하지 말고 웃음 말로 하지~" 이 말은 서로에게 대놓고 화부터 내는 우리 본집, 그러니까 내가 자란 집의 형제자매들이 모두 어렸던 시절, 역시 어렸던 내 이부동생이 엄니에게 한 말이다. 그래서 온 식구가 졸지에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내가 썽 말로 안 하고 웃음 말로 해야지~ 하며 시작한다 ^^;;

[깨진 머그잔]

이건 용량이 커서(750ml) 온냐가 만들어 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잔인데 인간의 부주의로 깨 먹었다. 테이블 위에 올린다고 놓았는데 그냥 가장자리에 걸치기만 했던 모양으로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제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만큼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나는 커피를 엄청 대용량으로 마시는 사람이라 자꾸 따르러 다니기 귀찮아 딱 이 잔 하나만 쓰던 참인데 넘나*10000 화가 나고 아쉬웠다.

[깨진 컵과 접시를 살피는 철수 고양이]

그리고 이건 사진으로 보면 철수의 행각인 것 같지만 이건 아침에 증명샷을 찍을 때의 장면이고 사고는 경철이가 쳤다. 철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엇을 깬 일이 없는데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겁이 없다"와 마찬가지로 귀에 들리는게 없으면 겁이 없다는 걸 경철이를 보면서 실감한다. 와장창, 우당탕퉁탕 등이 들리지 않으니 전혀 겁이 없어 경철이 대형 사고를 치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지난 새벽 3시쯤에 생긴 이 일에 정말이지 화가 났는데...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경철 고양이]

인간은 혀를 쯧쯧 차며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데 이 녀석은 맹한 표정으로 현장을 잠시 둘러보더니 이내 흥미를 잃고 즈들 식탁으로 가 쩝쩝 첩첩 사료를 드시더라... 이때 생각했다, 내 화 난 마음에게 "썽 말로 하지 말고 웃음 말로 해라..."

[믹스커피는 축복이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믹스커피를 일부러 마신다. 뭔가 늘 기진맥진 하다는 느낌 때문에 뭘 먹으면 기운이 날까 궁리하다가 미용실, 옷집 등의 가게에 가면 대접한다고 내오는 믹스 커피 생각이 난 것인데 과연 금새 에너지 보충이 되는 효과가 있어 정말이지 이 물건은 축복이다, 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루에 열 봉지도 넘게 마셔대니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짓은 않겠지 싶긴 하다.

[깨진 그릇 사진 찍는 집사 옆에 앉아 혀를 내두르는 철수 고양이]

사고 증명샷을 찍는 동안 철수 고양이는 마치 제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얌전히 두 손 모으고 앉아 집사 곁을 지켰다. 집사 기분이 "떵"이라는 걸 아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소리 없는 생각조차도 "성 말로 하지 말고 웃음 말로 하자..."

[쏟아진 물에 젖은 지끈]

컵이 깨지면서 물이 쏟아지고 제법 거리를 두고 있던 지끈 더미에까지 흘러가 이렇게 아랫부분이 젖어버렸다. 부풀어 오르지 않고 제대로 말리려면 저 모양 그대로 두고 보일러를 돌려야 할 것이다, 안 그러면 당장 곰팡이가 제 것인 양 들러붙을 테니까 말이다 --;;

 

그리하여 오늘 인간이 새기는 성어는 "썽 말로 하지 말고 웃음 말로 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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