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와 가심비, 그것이 문제로다

 

지끈으로 바구니를 만들기 시작한지 어언 십수 년이 넘었다. 그 동안 소비한 지끈만해도 16개들이 한 박스를 한 달 반에 한 번씩 2년 가량 계속 주문했던 기억이다 (그 때는 하 쉬지 않고 많이 만들어 공장직거래, 준도매가로 구입 했었다 - 사업자등록을 했다면 더 저렴히 살 수 있었겠지?)

[습작으로 만들었던 지끈과 왕골(?)로 된 연필꽂이 - 당시에 WIEN에 있었던 작은 언니가 보내준 재료]

위 그림의 바구니를 필두로 서서히 바구니가 물건다운 모양을 갖추며 완성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만들기가 재미 있었던 만큼 징하게도 많고 다양한 바구니들을 만들 줄 알게 되자 여기저기서 바구니에 비누까지 담아 팔라는 주문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고 실로 그것들을 소소하게 팔아 비누, 바구니 만드는 재료들을 거리낌 없이 살 수 있었으니 내 혈육들과 우리 고양이들이 공짜로 쓰는 바구니, 비누들이 장사해서 남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초대형 지끈 바구니 속 어린 고양이 형제]

그러던 중 초대형 바구니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게 된다.  위 사진에 살짝 보이는 저런 것으로 웬만한 삼단 서랍장 사이즈인데 당시에는 바구니 만드는 게 워낙 재미있어 생각없이 OK 했다가 막상 시작하니 너무나 크고 육체적으로도 힘이 들어 손을 달래가며 했어야 한 상황이라 꼬박 두 달을 넘기고 그 동안 수 번의 재촉까지 받아가며 완성해서 건넸는데 돌아온 것은 지금으로 보면 이틀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원가까지 하면 하루치를 찌끔 넘기고 ㅎㅎ~ 물론 지불하는 입장에서 결과물만 놓고보면 비싼 물건이었다는 것이 진짜 문제.

 

이 경험 이 후로 나는 바구니를 팔지는 않겠다고 서서히 마음을 굳히게 되는데 눈치 없고 오만한 그들의 특징대로 또 몇 번을 "얼마(액수 스스로 지정)에 비누 몇 개 바구니에 담아 줄 수 있나?"고 물어왔는데 바구니는 그저 포장용기 정도, 비누값만 좀 후하게 쳐주는 액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무리 피가 찌끔 섞였다 해도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다.

[천연 화장품 재료들과 그것이 신기한 아기 철수]

이 사람들은 당시에는 열심히 만들던 기초 화장품을 하나 주문해도 로션, 샴푸 등 원재료가 전혀 이질적인 것을 찌끔찌끔 주문해, 팔아서 받는 돈보다 이것저것 새로 주문하는 재료값이 더 들게 만드는 식이었는데 본인들은 "내 장사를 도와준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기왕이면 재료가 같은 라인으로 하지, 했다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는 떠올리기도 싫다. 와중에 샴푸는 품질이 맘에 안 든다고 하셔서 두 번이나 재료를 다시 불러 만들어 보냈지만 이건 아니라고 하시더라.

 

대놓고 말 하지는 못하는 사이에 이런저런 일로 서서히 인연을 끊었고 엄니가 돌아가시자 이들과 완전히 결별할 수 있는 찬스가 왔다는 것에 몹시 행복했고 지금도 그 부분은 행복하다.

[작은 지끈 스크래처 위에 앉은 경철 고양이]

그렇게 서서히 비누, 바구니 팔기도 초창기에 잠깐 한 것으로 끝내고 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이것저것 고양이용 스크래처니 바구니 등을 만들어 팔면 어떠냐는 제안들이 있어 마음이 동해 얼마나 만들어 팔 수 있을까, 한 달 동안 체험에 돌입한 것이 지난 12월 초, 그리고 지난 목요일에 지끈이 모두 소진 돼 저절로 한 달 체험이 끝나게 됐는데 결과물을 보니 고만고만한 것들이 딱 10개였다. 전력투구 하여 사흘에 한 개, 그럼 얼마 받을 수 있나?  ㅎㅎ  - 가성비를 따지니 결론은 금새 나온다, 판매불가! 틈틈이 소일거리 삼아 설렁설렁 만들어 물건이 쌓이면 그걸 정리하는 의미로 한 둘씩 판매할 수는 있겠지만.

[집사가 바빠 보이니 멀찌감치 자리잡고 시간을 주는 기특한 철수 고양이]

결국 내 바구니 작업의 가성비는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라 할 수 밖에 없으니 가심비만 놓고 보기로 한다. 제대로 픽!한 상대에게 제대로 된 것을 선물하면 가심비 만%라는 어렵지 않은 결론에 내 아이들 쓸 것 남기고(우리 아이들 걸 제일 많이 챙겼다 ^^) 가심비 높은 두 분에게로 고고!  맞는 상자가 없어 얇은 골판지를 보자기처럼 이용해 포장했더니 저 꼴로 나왔다. 

[경철 고양이 뒤로 놓인 낡은 스크래처 하우스 대용품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숙제가 됐다]

아직 손이 붓고 아파서 이제 바구니는 당분간 그만~ 생각 했는데 아쉽게도 한 가지 끝내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경철 고양이가 철수를 피해서 숨기 좋아하는 스크래처 하우스... 너무 더러워져서 (5년 넘게 썼다) 버려야 하는데 대체품이 없으면 아이가 숨으러 갔다가 배반감을 느낄까봐 저곳에 놓을 하우스형 바구니를 짜기로 마음 먹고 있었던 것을 잊을 뻔한것이다. 엄청난 작업이 되겠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심비 백만%의 이익을 볼 수 있으니 며칠 손 좀 달랜 후 시작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래서 결론 - 내 바구니는 일단 가심비만 따지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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