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 고양이는 약 스트레스 때문에 침대 아래 박스에 살림을 차린지 오래 돼 아직 새로 생긴 숨숨집에 대한 취향을 파악할 기회가 없었지만 적어도 철수 고양이는 들어갔다 올라갔다 꽤 즐겨 사용을 해줘 보람이 뿜뿜
숨숨집을 완성한 다음날인 일요일인가, 암튼 그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철수가 갑자기 돌아앉아 책장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먼지 더미인 책들 위로 손을 올리고 이것저것 킁킁 냄새를 맡아댄다.
그러다 못해 저 위 그림에 나온 벽에 있는 한 점을 꼼꼼히 냄새 맡기 시작한다. 아아~ 젠장, 저거 틀림없이 곰팡이일 것인데 그 쪽 벽에는 생기지 않길래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철수 고양이에게 딱 걸리고 만 것이다. 다시 대대적인 곰팡이 제거 작업을 해야할 모양이다.
"철수야 거기 지지야~" 해서 나오게는 했지만 철수 표정을 보니 "에이 더러, 청소나 좀 하고 살지!" 그냥 우연히 내두르는 혀가 아니고 집사의 게으름 또는 무심함 또는 이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무능함에 혀를 내두르는 것만 같다. 이렇게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숨숨집 만들어주고 집사는 되려 그것 때문에 고양이에게 책망이나 듣고 죄책감을 느끼게 됐으니 단단히 발등 찍힌 셈이다 ㅜ.ㅜ
이건 다음날인 월요일이다. 저녁에 천연덕스럽게 숨숨집 지붕에 올라가 하체 그루밍을 시전 하시길래 집사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었는데
"아, 뭔데?" - 철수는 자신이 이런 식으로 그루밍을 하면 집사가 뭔가 신경질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집사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한껏 올라갔던 다리가 내려오고 당당하던 눈에서 조금 힘이 빠진다. 그런데 말이다, 집사는 진짜로 아무 말도 안 했고 그 흔한 한숨 한 번 쉬지 않았는데 저 그루밍에 집사가 어찌 날카로워지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사진을 이렇게 열거 해놓으니 마치 집사가 아이를 혼내서 숨어들어 눈치를 살피는 것 같지만 절대로 아님!!!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루밍을 스스로 포기하고 저 속으로 들어간 것은 사실이니 집사가 심적으로 압박을 준 것만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긴한다, 말 하지 않아도 서로 전해지는 이 느낌을 어쩌랴...
아이들의 나이가 들수록 집사는 생각 하나도 조심해야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 하면서(요즘 들어 아이들이 부쩍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우리는 하루 간격으로 숨숨집 환경에서 서로의 발등을 한 번씩 찍었다구리~ 아무튼 애 써서 만들어 준 것 외면하지 않고 잘 써주니 그 고마움과 보람스러움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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