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어디로 가게 될까?

1. 글 쓰러 들어오니 구에디터에 "사진"이 없어졌다. 즉, 사진을 올릴 수 없으니 사진 없이 글을 쓰려면 계속 구에디터를 쓰고 아니면 새에디터를 쓰라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용자는 여기서 "폭력성"을 느낀다. 거의 새해 첫날부터 내 일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큰 원인이 된다. 물론 이보다 훨훨 더 중요한, 새해 첫날부터 숨이 막힐듯 스트레스를 받게 한 일이 있었기에 별 것 아니게 느낄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리라.

[구에디터에 사진 선택 탭이 없어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신에디터로 옮겼다.

 

2. 경철의 귓병 재발로 새 약을 타왔고 5일째 먹이던 날, 밤 새 구토를 해 오늘 전화를 해 의논 했더니 소화제를 같이 먹여 보라셨다. 이 전에는 한 번도 구토한 일이 없다, 혹 처방을 이 전 약으로 하셨더라도 조제 과정에서 다른 아이 것이나 다른 약과 헛갈릴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 조심스레 여쭸지만 극구, 절대 아니라고 하신다. 소화제를 더 해 먹이면 괜찮아질거라 하신다.

[고양이용 소화제를 다시 타왔다]

당장 아이를 들춰업고 다른 병원으로 가 근본적인 검사를 할 만한 입장이 못되니 말씀 하시는대로 믿고 따르는 수 밖에... 결론적으로 또 토했다, 약 한 번 먹고 4번 토했다. 소화제도 소용 없고 내가 느끼기에는 예전에 먹던 그 약이 아니다. 약 먹이는 걸 포기하기로 하고 (새로 타 온 소화제를 쌤만 믿고 먼저 받아온 귀약 캡슐에 모두 섞었기 때문에 소화제는 그것만으로서의 기능도 할 수 없게 됐다. 2주일치 89000원을 그냥 구토로 날렸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믿고 다녔던 그 병원도 이제는 그만 Bye...

[다행인 것은 두 고양이 형제가 물이나마 잘 마셔준다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괴로우면 약은 먹지 말자, 하지만 여전히 머리를 털고 다니며 가려움을 호소하니 어쩔 수 없이 며칠 하지 않았던 귀청소를 했다. 당연히 지롤지롤 난리가 났고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내가 무슨 죄를 지어 내 새끼들이 이리 고통을 받을까" 수 천 번째 새기고 또 새기게 된다. 이 나이까지 살며 지은 죄가 한 둘이랴... 내가 지은 죄 때문이라면 피해서 갈 수도 없는 일 같아 받아들이기로 한다.

[두 개의 물그릇이 나란히 놓였다. 고양이 형제가 다른 곳의 물은 안 마시고 이곳에서만 마시기 때문에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 물그릇, 컵, 받침으로 놓인 그릇, 접시 모두 즈들 작은 이모의 도자기 작품이라 이것만 보면 럭셔리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들이다]

3. 지난 해 30일에 집사는 제 손가락을 썰었다.

[베인 것이 아니라 썰었다고 할 만한 수준으로 손가락 끝을 칼로 잘랐다]

담백하게 '썰었다' 로 표현하니 일부러 그랬냐? 하시겠지만 아직 그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고 걍 안 하던 칼질을 하다가 지나치게 깊게 베었는데 피를 진짜로 뚝뚝, 지혈을 해도해도 몇 십분 간 잡히지 않을만큼 심했다. 그림은 살을 도로 눌러붙여서 그나마 아물어가고 있는 3일인가 4일인가의 모습이다.

[고양이 형제의 어질러진 식탁]

하지만 설거지는 꿈도 못 꿀 만치 아파 설거지거리가 잔뜩 쌓인 고양이 형제의 식탁이 몹시 심란했다. 요리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 (나는 부분적 왼손잡이라 대표적으로 설거지 솔질을 왼손으로 한다) 오른손만 갖고 슬슬 했지만 찝찝해 견디기가 어렵다. 고무장갑이 절실 했지만 그것은 내가 비누를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한 이 후로 우리집에 없은지 오래 됐다.

[오랜만에 고무장갑을 샀다]

그렇게 불편한 채로 며칠을 견디다 나이가 들면 상처도 훨씬 더디 아문다는 사실에 백기를 들고 다친 후 5일째인 3일에 드디어 고무장갑을 사왔다. 장갑 끼고 설거지 하니 세상 편한 걸 나가기 싫은 것도 이쯤 되면 중증이다. 덕분에 며칠 찝찝했던 설거지를 모두 해치울 수 있었다. 이제 씻는 것이 관건인데 오늘로 7일째 기본적인 세척 외에는 샤워나 목욕 따위는 하지 못하고 있다. 등 같은 것이 공연히 가려운 것과 못씻어 가려운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걸 어제 저녁부터 실감하고 있어 내일은 고무장갑을 끼고라고 꼭 씻어야겠다 마음을 먹는다.

[나무랄 데 없이 잘 생긴 우리집 장남이자 대장 고양이]

새해부터 이런 일들을 겪으니 우리의 또 한 해는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 저절로 묻게 된다. 새해가 되니 다르네라고 느끼는 것들마다... ㅎ;; 그렇다 해도 내게는 책임질 두 생명이 있으니 갈 데까지는 포기하지 말고 가보자, 다시 한 번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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