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깎기 5개와 깨진 도자기들

성탄절 연휴를 보내면서 손톱깎기를 잃어버리고 도자기 두 개를 깨 먹었다, 헐~

사람처럼 놀라는 고양이 표정

같은 상황에 찍은 건 아니지만 그 때 내 표정을 찍을 수 있었다면 아마도 틀림없이 이랬을 것이다.

깨진 도자기 그릇

내가 쓰는 그릇의 대부분은 언니가 만들어준 도자기이다. 

물 마시는 고양이

이 그릇은 넓고 높아서 고양이 형제 물그릇으로 아주 유용하게 쓰던 것인데 저렇게 박살이 나버렸다. 크리스마스 날, 침대 위에서 아이들 귀청소를 하다가 경철이가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침대에서 쿠션이 떨어지면서 그 아래에 있던 사이드테이블의 인간 물컵을 치고 그 컵이 떨어지면서 다시 이 그릇을 쳐서 깨버린 것이다.

심상치 않음을 간파한 고양이 표정

이건 진짜로 사고 직후의 경철 고양이 표정이다. 들리지는 않지만 뭔가 엄청난 일이 있어났다는 것이 방안에 흥건한 물로 보이기도 하고 분위기도 뭔가 쎄에~ 했던 모양인지 근심에 가득찬 표정이지만 제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기도 한 표정이다.

프랑스 친구가 만들어 준 도자기
[1994년, 프랑스 친구가 만들어준 도자기. 접시까지 세트였는데 접시는 이 전에 깨 먹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릇 중 가장 오래 된 것이다. 저 위에 물그릇을 깨 먹고 밖에 두고 물그릇으로 쓰던 걸 안방으로 옮겨 왔는데 오늘 아침 물을 갈아주려고 들고 나가는 중 그릇에서 뿌지직~ 소리가 들리더니 이렇게 금이 가버렸다. 다행히 안쪽까지는 아직 금이 진행되지 않아 그릇이 박살나고 물바다가 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3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계속 쓰이면서 설거지 하다 여기저기 부딪힌 일도 많으니 그 충격이 누적 돼 있다가 오늘 아침에 드디어 골다공증처럼 무너져내린 모양이다.

600원짜리 손톱깎기

그리고 600원짜리 손톱깎기 5개. 분명히 며칠 전에 손톱을 깎고 있던 자리에 잘 뒀는데 이 또한 20년 넘게 쓰던 물건인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요즘 바구니를 만지면서 손이 부쩍 건조해져 손톱 끝에 가시가 많이 일어나 손톱깎기가 없으니 가시가 그대로 찢어져 피가 나는 일도 다반사. 잃어버려도 예비군을 두면 마음이 좀 편하겠지, 나가기 싫어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5, 6백 원이면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싸구려 손톱깎기

손톱은 잘 깎이는데... 문제는 저 빨간 표시 해놓은 부분이 아래 위로 슬라이딩이 돼 손톱 집어넣는 입구의 크기가 자꾸 변하는 것이 암만 해도 거슬린다. 첫번째 그림처럼 맨 위로 올려 쓰면 안 움직이지만 나는 저렇게 입구가 좁아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투명 테이프를 꺼내 저 뚜껑이 움직이지 않도록 처덕처덕 쳐바르다가 참 별 짓 다한다 싶어서 한 컷 - 이 짓까지 하고나니 진짜로 참 별 짓 다한다, 이 꼭지는 왜 썼을까 싶으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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