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하얗게 지새운 새해의 첫밤

우리의 경철 고양이, 귓속 효모(곰팡이)균의 이상 증식으로 염증으로까지 번졌다가 치료 도중에 이개혈종까지 생겨 수술까지 치르고 귀가 기형인 고양이가 된 과정은 2019년에 쉬지않고 포스팅 했으니 웬만한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실 것이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내 고양이가 갑자기 여왕이 된 사연 - 고양이 귓병 4)

한동안은 "아이고 고양이 귀가 한 쪽만 접혔네요. 귀여워요~"하는 속 모르는 댓글에도 속이 휘딱 뒤집어질 만큼 속이 상하더니 이제는 그러는 사람도 없지만 그것에도 덤덤해질 만큼 세월도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쌤께서 이 효모균의 이상증식이라는 병은 재발이 잘 된다고 하셨던가, 수술을 마치고도 몇 달을 약을 먹였다 끊었다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지내다가  쌤께서 이렇게 지독하게 낫지 않는 건 혹시 식이알러지가 아닌지 의심 된다고 먹는 걸 싹 다 바꿔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2020년 한 해는 철수의 탈모와 함께 아이들 밥 바꾸고 면역력을 올려 체질을 개선하는데 주력을 하며 병원약은 잠시 끊었었다.

그 사이에도 일주일에 2~3번 하라시던 귀청소는 계속 됐고 중간에 두어 번 재발이 의심되는 일이 생겨 이번에는 다른 약을 먹여보자는 생각에 동물약국에서도 약을 지어 2주 정도 먹이기도 하며 가라앉혔지만 다 나았다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던 중 며칠 전 다시 "이건 재발이다" 할 수 밖에 없는 귀지와 가려움증 호소에 다시 병원약을 받아왔다. (생각 해보니 두세 달 간격) 


그리고 약사님은 병원을 바꿔보라고 하셨는데 요즘 시절이 시절인지라 아이 데리고 어딘가로 선뜻 나서기 어려워 전화로만 진료가 가능한 원래 병원에서 약을 타 온 것이다.

귓병약을 먹고 구토를 한 고양이[새로 타 온 귓병약을 먹고 구토를 한 경철 고양이. 이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12얼 28일]

구토가 시작 됐다. 약을 먹인 몇 시간 후에... 첫날에는 단 한 번만 구토를 했고 그 다음 날에는 하지 않았고 또 그 다음 날 한 번 그리고 횟수가 점점 늘더니 5일째 약을 먹였던 1월1일에 낮에 구토를 시작해 2일이 되는 아침까지 10번 가까이 뛰어다니면서 구토를 했다, 뛰었기 때문에 밤 새 따라다니며 집구석 전체를 닦는 짓도 딱 그 만큼 했다. (경철 고양이는 구토를 하면 잘 뛴다. 자신의 몸이 하는 짓에 스스로도 놀라는 것인가 싶다) 초보집사 같았으면 아이 죽는 줄 알고 아이 들쳐업고 응급실로 뛰었을 만한 상황이었다 ㅜ.ㅜ

고양이와 캣닢쿠션

연휴라 병원에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오늘로 이틀째(현재 시점 3일) 약을 먹이지 않고 있는데 그나마 5일 동안 먹인 약은 별로 도움도 되지 않았는지 여전히 간지러워 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고 밥만 디지게 먹어대서 살은 눈에 띄게 점점 찌지만 역시 약이 원인이었던지라 구토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바구니 속에 앉아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뭔지 모르지만 집안 가득 흐르는 긴장감에 철수 고양이도 눈치가 보이는지 쥐 죽은듯 조용히 엎드려 있다가

밥을 먹다가 고명을 얹어달라고 돌아보는 고양이

밥을 먹으면서 뭔가 마음이 편찮은지 자꾸만 흘깃흘깃 돌아본다 - 사실은 밥 위에 고명을 올려달라는 신호이긴 하지만 스트레스 받아 뭔가 쎄에한 분위기를 만드는 집사의 불안한 마음이 미안해 자꾸 아이가 눈치 보는 걸로 보이는 것이다.

침대 아래 상자에서 내다보는 고양이

경철이는 구토를 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영양제까지 모두 끊고 양치질만 하루에 한 번으로 줄여 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지 못했는지 기억 된 약 먹을 시간만 되면 침대 아래 상자로 들어가 눈치를 보고 있다. 경철 고양이는 원래 귓병약에 단 한 번도 구토를 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우리는 새해의 첫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의사 쌤께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 해주실 수 있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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