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생일이 되려면 5개월 반이 남았지만 어쨌든 해가 바뀌었으니 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우리나라 식으로 10살이라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무엇 때문인지 엄청나게 뚱뚱하게 찍혀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뚱뚱한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였나, 약간은 충격적이고 내 보살핌이 부족한 탓 같아 부끄럽기까지 하다]
새해 아침에 찍은 첫사진이다. 아침 7시 14분에 찍힌 걸로 기록 됐으니 3, 4시에 잠 드는 집사에게는 꼭두새벽인 셈이었는데 실제로 내가 뭔가 철철 바닥에 끌려다니는 소리에 눈을 뜬 시각은 6시 30분 좀 넘었을 것이다. 철철 끌리는 그 소리는 경철 고양이가 낚시대 장난감을 물고 집구석 여기저기를 하염없이 돌아다니는 소리였고
집사가 잠에서 깼다는 걸 알아차리자 마자 "야이, 야이~" 바락바락 놀아달라고 보채길래 이 녀석으로서는 아주 드물게 하는 행동이라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어 집사는 두 눈 가득 잠주머니를 달고 일어나 비몽사몽 장난감을 흔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집사 사정이야 어쨌건 이 녀석은 오랜만에 신이 났다. 며칠 전부터 귓병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된 것일까, 뒷통수 한 편에 뭔가 찝찝한 무엇이 있음에도 한 편 다행이다 싶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쓰게 될 것이다)
집사가 흔들어 줘야만 저 장난감이 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고 저것이 가짜 사냥감이라는 것을 알 나이가 됐음에도 (알기 때문에 놀이에 더더욱 흥미를 잃은듯 보이지만) 진지하기 짝이 없다.
아기 때 같으면 영락없이 엉덩이를 흔드는 포즈인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이제 엉덩이 흔들지 않아도 정확하게 날아올라 단번에 덮칠 정도의 조준실력은 된다는 뜻일까?
그러다 잠시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이 녀석은 하도 자주 이런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제 그만 놀려고 그러나 집사가 실망감에 빠지기 직전,
세상 진지한 얼굴로 갑자기 휘릭~ 장난감을 덮친다.
그리고는 장난감을 물고 어디서 이 사냥감을 해체할까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듯 왔다갔다 하다 방밖으로 나가 뱉아놓고는 "집사 가서 줏어와!" 하며 돌아오신다.
그리고는 다시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으로 잠복을 한다. 이렇게 서너바퀴 돌았나, 기껏해야 5분도 안 놀았지 싶으다.
그 사이 철수 고양이는 웬만큼 복원 된 바구니 동굴 속에서 제 동생이 노는 걸 부러운듯 지켜보고 있었는데 경철 고양이가 하도 오랜만에 놀이에 흥미를 보이던 중이라 차마 이 녀석에게 같이 놀자고 청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속에 좀만 더 참고 가만히 들어앉아 있구라~"는 생각이 더 들어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고양이 형제의 새해 첫 투샷]
이렇게 새해의 첫 아침밥을 먹고 잠시 왔다갔다 하다
약 먹을 시간이 됐는데 경철 고양이가 사라지고 없길래 찾아보니 언제 놀았냐는듯 또 이러고 있다. 저도 약 먹을 시간이 됐다는 걸 아는 것이다.
철수 고양이는 대장 고양이답게 어차피 맞을 매라면 길게 끌지않고 맞고 잊어버리는 담대함을 보여주는듯 아까 놀지 못했던 아쉬움을 혼자 풀고 있다. 이렇게 새해 벽두를 사냥놀이로 제대로 시작해 "이래야 새해 첫날 맛이 나지~"하며 지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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