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집사는 순도 100%로 사랑받고 있다

고양이와 가족을 이루어 살면서 요것들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가도 꽤 자주 마음이 아픈 이 외에 거꾸로 집사가 사랑 받는다고 느낄 일이 무에 있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자주 이들은 사람이 주는 것보다 더 순수하고 큰 사랑과 애착을 느끼게 하는 사소한 행동들을 해 인간의 고꾸라지려는 자존감을 되살려 주곤한다.

[집사가 만지고 있는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

"음~ 여그서 엄니 냄새가 난드아~" 고양이들은 그것이 무엇이건 크게 괘념치 않고 집사가 당장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에 덩달아 관심을 보인다. 경철 고양이가 저기서 느끼는 것은 틀림없이 집사의 냄새일 것이다. 요 며칠 엉뚱한 약을 먹여 거의 죽도록 구토를 하게 만든 집사임에도 불구하고 원망 한 마디 없이 여전히 제 엄니의 냄새는 저리도 정겨운 것이다.

[집사가 짠 바구니에 제 턱을 문지르는 고양이]

그리고는 곧장 제 턱을 올려 문질문질~ 이걸 지켜보는 집사의 심장은 감전이 된 것마냥 찌르르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 귓병약 때문에 구토를 했다는 것이 이틀간의 휴약으로 확실해지기는 했지만 혹시 그 동안 끊임없이 먹였던 유산균과 영양제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약 먹는 일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무조건적으로 토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 아침에 유산균을 조심스레 먹여 봤다. 결론은 지금까지 토하지 않고 있고 기분도 나쁘지 않다. 

[집사가 짜고 있는 스크래처에 올라앉은 경철 고양이]

그러니까 귓병 약이 문제였던 것이지 약 먹는 일 자체가 구토를 유발할 정도의 스트레스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항생제 대용으로 먹이던 프로폴리스도 다시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욕심이 나지만 며칠 간의 구토로 아이 위장이 갈갈이 찢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미루기로 했다. 사람 아이 같으면 아이 위장이 어찌나 상했을까 먼저 염려가 돼 죽을 먹이네 어쩌네 했어야 마땅한 일인데 단번에 프로폴리스까지 욕심을 내다니 이것을 어미의 마음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양이는 집사가 다른 작업에 몰두하니 그것마저 차지하고 앉아 "나 원래부터 여기 있었어" 하듯 고집스런 표정을 지으며 집사의 관심을 갈구한다. 

[원망이 없는 고양이]

"경철이 비켜~"

"하나도 안 들리긔~ 내 귀는 까막귀라요~"

맞는 말이다, 천지가 개벽해도 들리지 않을 녀석에게(실제로 몇 년 전에 있었던 지진 때, 안절부절 오금을 못 펴고 집사마저 피하면서 겁을 내던 철수와는 달리 너무나 담담하다 못해 하품까지 날렸던 녀석에게 비키라고 말을 건네다니! ㅎ;;)

[제 동생과 임무교대, 집사가 하는 일을 방해 하는 철수 고양이]

이렇게까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를 남들은 어머니라 말 할 것이고 나는 내 고양이 형제라고 말 한다. 혹자에게는 얼핏 고양이들이 지독하게 엉기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집사가 다 잘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오로지 한 사람만 바라보는 것, 다른 말 할 것 없다 "냥집사는 순도 100%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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