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경외심을 불러온 대장 고양이의 진정한 품격

오늘 이야기는 그저께로 거슬러 올라가서 소금님께서 보내신 선물을 언박싱하던 순간, 그러니까 캣닢쿠션 파티를 벌이기 이 전이었다. 그 글에서(올해 12월은 오지게 지내고 있다 feat. 초동엄니에게 또 속았음) 고양이가 형제가 즈들 위해 보낸 선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실속없는 빠닥종이(셀로판 빵봉지)에만 매달린다는 이야기를 썼었다. 빠닥종이야 세상 거의 모든 고양이들이 영혼을 파는 물건이니 나무랄 일도 아니고.

물건들을 풀자마자 득달같이 덤벼든 것은 언제나처럼 철수 고양이

아무튼 이렇게 물건들을 풀자마자 득달같이 덤벼든 것은 언제나처럼 철수 고양이. 사진 왼쪽에 뿌연 안개같은 것은 경철고양이의 몸이 제법 크게 찍혔는데 잘라내도 저렇게 털자락이 뿌옇게 남아있다.

이제나저제나 제 순서를 기다리는 여리디 여린 내 하얀 고양이

그렇게 제 형 주변을 맴돌다 지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빠닥종이에 눈을 꽂고 이제나저제나 제 순서를 기다리는 여리디 여린 내 하얀 고양이...

빵봉지 다툼을 벌이는 고양이 형제

고양이 마음이란 3, 4살 아이와 같아서 저 위에 그림처럼 기다리다 기다리다 얼마 못가 드디어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저도 모르게 다가와 슬쩍 얼굴을 디밀었다가

제 형에게 겁을 먹은 동생 고양이

제 형이 "뭐야?!"하며 손을 들어올리는 기색에 움찔, 저절로 수구리!가 된 경철 고양이.

형의 솜방망이질을 피하려 달아나는 동생 고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인 철수 고양이가 들어올린 손을 내리자 않자 좀 더 버티다가는 완전히 "조사져 버리겠다" 판단했는지 발길을 돌려

금새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이 된 연악하고 소심한 고양이

조금 떨어져 앉아 생각하니 서러움이 방울방울, 사람 아이 같았으면 맞을까봐 소리도 못내고 금새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이 된 연악하고 소심한 고양이와 여전히 빠닥종이 핥기에 빠져있는 대장고양이.

대장 고양이가 번쩍 얼굴을 들고 제 동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말이다. 이 순간에 대장 고양이가 갑자기 번쩍! 얼굴을 들고 제 동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경철 고양이와 집사는 동시에 "옴마야~ 이제 죽었다..." 하는 찰나였는데

대장 고양이가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해준다

이 순간에 생전 듣도보고 못한 대반전이 일어난다 - 그림에 보이는 그대로 대장 고양이가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소심한 하얀 고양이는 아직도 겁에 질려 감히 제 형이 무얼 하는지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길을 허공으로 던지고 있어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찍고 있던 집사는 이미 상황파악을 하고 생전 듣도보도 못했던 장면에 기절 할듯이 놀라고 만다.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하는 형고양이[경철 고양이 뒤로 두 말 없이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하고 바구니에 들어가는 대장 고양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긴 설명 하나도 필요없다, 그러니까 저 위에서 철수가 문득 얼굴을 들고 제 동생을 바라본 것은 "니도 이거 갖고 놀고잡나?" 하는 것이었는데 집사도, 경철 고양이도 평소의 대장 고양이 행동만 생각하고 지레 겁을먹고 쫄았던 것이다.

이것이 통 큰 대장 고양이의 진정한 품격이다

보라, 이것이 통 큰 대장 고양이의 진정한 품격이다! 눈길이 여전히 빠닥종이에 가 있는 것은 자신도 맘껏 다 갖고 놀지는 않았다는 증거인데

빠닥종이를 물어올렸다 핥았다 재미있게 노는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참으로 막내답게 아무 생각없이 해맑기만 하다. 한 편 철수 고양이는 제 동생이 신나서 빠닥종이를 물어올렸다 핥았다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고 있는데

경철 고양이는 뜻밖에 일찍 돌아온 행운을 누리느라 제 정신이 아니다

정작 제 형이 어떤 마음으로 비켰는지 알 리 없는 경철 고양이는 뜻밖에 일찍 돌아온 행운을 누리느라 제 정신이 아니다. "형이 싫다고 비켰으니 내가 갖고 놀 뿐이긔~" 사실 이 녀석은 그런 형의 마음을 헤아릴 만한 그릇도 못 된다 ㅍㅎㅎ~

경철고양이가 뺑뺑이까지 치며 신나게 놀기 시작

철딱서니, 눈치라고는 1도 없는 경철고양이가 뺑뺑이까지 치며 신나게 놀기 시작하자 대장고양이는 기왕지사 양보한 것, 아예 미련을 떨치려고 눈을 내리깔고 외면 해버린다.


울엄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의 맏딸을 지칭해 "맏이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 같다"셨는데 그 말은 곧 이 고양이 형제에게도 해당 돼 "대장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구나" 싶어지는 에피소드였다. 참으로 그런 것이 이것들이 말을 알아 집사가 가르쳤을 리는 절대로 없기 때문에 철수 고양이는 그저 저 혼자 알아서 대장 고양이로서의 품격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제 동생이 밥을 뺏아먹어도 절대로 버티지 않고 물러나는 대장 고양이

평소에 제 동생이 밥을 뺏아먹어도 절대로 버티지 않고 물러나는 것도 그 품격스러움 중의 하나려니 짐작이 돼 대장 고양이가 경외스럽기까지 하다는! 동시에 경철 고양이처럼 성마르고 소심하고 눈치 별로 없는(눈치 안 보는) 내 막내스러운 성정이 돌아봐지더라는... --;;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