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는 냥, 도도한 냥

생긴 것 만큼이나 성격도 판이한 우리집 고양이 형제, 철수는 밤이고 낮이고 집사가 엉덩이만 붙이고 앉으면 무릎에 달라붙어 치대기를 좋아해

부를 때마다 대답하는 고양이

"쩔쭈야~" 하면 사람처럼 "냥~"하고 대답하는 일은 그저 일상이다.

엎드려 있는 하얀 고양이

반면에 소금님 표현에 의하면 "뇌 맑은 고양이" 경철이는 하얀 색깔 만큼이나 도도하기 짝이 없어서

도도하게 옆눈으로 바라보는 하얀 고양이

새 렌즈를 장착하고 시험해 보느라 책상 아래에 숨어 고개 돌린 넘 얼굴에 카메라를 맞추려고 애를 쓰니 "왜, 왜 또?!" 하며 그야말로 눈을 새파랗게 뜬다. ㅎ;;

그루밍 중인 고양이

"하지 마라이~ 내 그루밍 중인 거 안 보이나?" 며 짐짓 그루밍 하는 시늉을 한다. "새 렌즈 성능이 어떤가 좀 볼라 했두만 더러바서..."

집사의 관심을 원하는 고양이

그 와중에 건너 편에 있는 넘은 "엄니, 새 렌즈 날 갖고 시험 해보셔요~" 끊임없이 칭얼댄다. 예쁘기도 하지~ 새 렌즈 좋다!

집사를 기다리는 고양이

위에서 저렇게나 냉정하게 굴던 넘, 혹시 집사가 귀찮게 굴어 이렇게나 머얼~리 피해 달아났나? 아니다. 우리집은 이 고양이가 앉은 사진으로 봤을 때 오른쪽에 세탁실로 나가는 문이 있는데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라 집사가 사라지면 화장실에 갔는지 세탁실에 갔는지 알지를 못해 제 짐작으로 "여기다"싶은 곳에 또아리를 틀고 오매불망 집사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날은 하필 집사가 화장실에 갔던 참이었는데 저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준비하고 되돌아나올 때까지 저러고 앉았는 꼴이 내가 나타난 걸 못 본 것도 아닌데 도도한 냥답게 잘못 짚은 게 자존심이 상했나 어쨌나 "흥, 내가 엄니 기다린다고 여기 있는 건 아녀~" 라는듯 고집을 피우고 앉아있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하얀 고양이

그런 녀석을 가만히 두고 몇 컷을 누르고 있자니 "가만, 내가 여기서 뭐하는 짓이람?"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높은 곳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하얀 고양이

전혀 집사를 기다리지 않았다는듯 (사실은 나를 발견하고 반가워 죽겠어 하는 걸 다 아는디~) 무료함의 표시인 느린 기지개를 키면서 움직이더니 

소리를 지르는 하얀 고양이

바닥에 내려와서는 와다다~ 뛰기 시작해 집사 코 밑에 도착해 "냐이, 냐이~" 소리를 빽빽 지른다. 너 도대체 언제 거기 가 있었어? 정도의 항의일 것이다. 이런 넘의 시키 심리파악까지 할 거 머 있노, 껍데기만 도도한 냥이지 머! 한낱 작은 동물의 사소한 행동이지만 치대는 냥이던 도도한 냥이건 이 힘이 집사에게는 순간순간 고꾸라지는 무엇을 간신히 다시 부여잡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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