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그림은 보시는 고양이를 잘 모르는 분은, 혹 잘 아는 분이라 해도 설명을 붙이지 않으면 "그 녀석 성질 한 번 더럽게 생겼네" 또는 "고양이가 왜 저렇게 화가 났어?" 하시지 싶다.
그런데 이 장면은 뜻밖에도 집사 무릎에 껌딱지로 매달려 검실검실 고양이 눈뽀뽀를 하던 중 묘하게 성질 사나워 보이게 찍힌, 사실대로 말하면 잘못 찍힌 장면이다 ㅎㅎ~ 이 잘난, 남성적인 대장 고양이가 왜 갑자기 검실검실 애교를 부리기 시작 했는가 하면,
일은 낮잠을 자려고 두 녀석이 나란히 침대 위에 엎드란 데서부터 시작 됐다. 철수는 에너지가 넘치고 어찌보면 좀 난폭한 면이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넘치는 편이어서 제 동생에게도 가능하면 자주 애정표현을 하고 싶어하는 편이고 특히 그 중에서도 그루밍 해주기를 유난히 즐긴다.
이 날도 어찌하다 보니 서로 엎드린 방향이 철수 고양이가 고개만 살짝 돌리면 경철 고양이의 엉덩이가 있어 거의 자동적으로 그루밍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다른 장면 다 건너뛰고) 그런데 저렇게 엉덩짝이 젖도록 그루밍 서비스를 받은 넘, 웬만하면 저도 고개를 돌려 맞그루밍을 선사해야 고양이계의 예의인데 내내 제 손만 핥아대다가
제 형을 피해 방향을 바꾸더니 부르르~ 마치 온 몸으로 바이브레이션을 하듯 반쯤 일어나 기지개를 킨 후
폭 꼬꾸라져 저 나름으로는 평화롭게 잠에 빠져 버렸다. "아, 이런 얄미운 시키가 있나!?' 철수의 뒷통수가 말하고 있다. 집사도 이하동문!
"아, 네가 그람 나도 다 방법이 있지!" 저 웃는 듯한 개구진 표정이 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평화롭게 잠에 빠지려던 녀석은 순식간에 몰려서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다가
"엄니, 날 좀 안 도와주고 뭘 하고 계셔요?" 집사에게 원망스런 눈길도 한 번 던졌다가
그래도 사내녀석이라고 종내는 "그래, 결심했어. 정면 돌파!" 하듯 결연한 표정을 보였는데
딱 버티고 서서 강렬한 눈빛을 발사하는 제 형과 막상 눈길이 딱 마주치니 "엄마야~" 몸이 저절로 오그라든다.
희한하게 고양이들은 상호그루밍을 하는 평화로운 장면을 연출하다가 갑자기 솜방망이를 휘두르며 싸우는 일이 잦은데 상호 그루밍 후 평화롭게 잠드는 일은 그 중 4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한 녀석이 가려운 데를 속 시원히 긁어주지 않고 저 좋은 곳만 계속 그루밍질을 해 너무 칙칙하고 따가워서 다른 한 쪽이 짜증을 내는데서부터 싸움이 시작 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진짜로 그루밍 중에 갑자기 시작 되는 냥코전쟁의 원인은 학문적으로도 연구가 된 바 없지 싶으다 ^^;;
아무튼 이쯤 오면 집사도 마냥 사진만 찍고 있지는 않는다. 제 형의 애정표현을 매 번 칼 같이 거절하는 경철이 야속하기는 하지만 언제나 혼나는 쪽(혼이라고 해봐야 낮은 목소리로 "철수야아~!?" 하는 것과 동시에 "쯧!" 하는 것이 전부지만 철수는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한 발 물러나고 그 기색을 안 들리는 경철고양이 또한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냐하하!"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니까 저 위의 장면은 그 직 후에 집사에게 달라붙어서 "엄니, 내게 화 내지 마셔용~" 애교를 애교를 부리는 중인 것이다. 그리고 집사가 찐 화를 낸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 한 순간 정말로 아무 일 없었다는듯 휘릭~ 해먹으로 뛰어올라 멀쩡한 표정으로 저 혼자 그루밍을 하다 잠이 들었다.
그러니까 첫 장면의 철수 고양이도 절대로 화 난 거 아님, 그리고 집사도 철수에게 절대로 화 낸 거 아님! 하지만 '임시저장'한 글 다 날려먹고 이 외, 이런저런 에러가 계속 뿜뿜하는 티스토리에는 화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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