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땀, 그리고 눈물 - 시그마 렌즈 30mm f1.4 dc dn 캐논 마운트

렌즈 리뷰를 쓰려는 것이 아니므로 혹 "시그마렌즈 30mm f1.4 dc dn 캐논 마운트"로 본의 아니게 낚시질 당하신 분은 바로 되돌아나가셔도 된다. 그렇다고 해당 렌즈로 찍은 사진, 소감 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므로 (맨 아래 딱 두 장 있다) 딱히 리뷰가 아니라 하기도 애매하지만.

 

사실 내가 내내 눈독 들이던 것은 "캐논 32mm f1.4~~" 이 물건인데 예전 글에 달린 댓글에 시그마를 고려 해보라는 말이 있었지만 사실 시그마고 캐논이고 그걸 구입 할 만한 현실적인 능력이 되지 않았기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캐논의 렌즈를 버킷 리스트에 넣어 놓았던 것이었다.

시그마렌즈 30mm f1.4 dc dn 캐논 마운트

결국, 하지만 "드디어" 손에 넣은 것은 "시그마 30mm f1.4 dc dn 캐논 마운트"다. 버킷리스트에는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왕이면 다홍치마를 넣어놓고 이건 갑자기 왜? 울 아부지 때문이다 - 어느 날 아부지와 통화를 하다가 어떤 얘기 끝에 "내가 니 생년월일까지 또렷하게 기억 하는데..." 하시면서 또박또박 짚어주시더니 생일이 되자(허걱, 방금 티비에서 배우 유준상씨가 나와 같은 날에 태어났다고 한다 ㅋ~) 진짜로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시듯 축하금을 보내오셨다. 울 엄니 돌아가시고 만 5년 반, 그 때부터 혼자 지내오신 분이 한 달 후면 91세가 된다. 혼자 계시게 하는 것만도 마음이 얼마나 아린데...

게다가 여러 번 밝혔듯이 울아부지는 내 친아버지도 아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당신 자식이건 엄니 자식이건 생일을 챙겨 주신 적이 없는 어른인데(나쁜 아버지여서가 아니라 우리 시절의 아부지들은 모두 그렇게 무심하고 근엄했다) 처음으로 마누라의 자식 생일을 챙기신 것이다. 아마도 엄니에 대한 그리움이 내게 대한 사랑보다 더 짙고 깊게 깔려 그리 하셨을 것이다...

22mm 렌즈와 30mm렌즈의 크기 차이

그래서 뭔지 모르지만, 아버지 연세가 있으니 만큼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기념이 될 만한 "오지다"고 할 만한 것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 생각에 동조하듯 언니들도 생일 선물을 금일봉으로 보내와 렌즈값을 확보한 것은 물론 고양이 형제에게 그 동안 경제적인 이유로 못해봤던 캥거루 단일식도 시작할 수 있었고 또 다른 이런저런 잔잔한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었다. 

렌즈 30mm f1.4 dc dn 캐논 마운트는 렌즈후드가 기본으로 달려오는 것

저런 글 제목이 붙은 것은 그런 연유다. 내 아버지와 언니들의 피, 땀 그리고 내 눈물... 선물로 하사 받았던 금일봉을 합치면 '캐논 32mm f1.4'를 후드까지 너끈히 사고도 남았지만 시그마는 렌즈후드가 기본으로 달려오는 것이라 그것까지 계산하니 가격 차이가 15~20까지 났고 시그마가 단지 몇 십 그램 무겁다는 것 이 외에는 다른 혹평을 하는 이가 없어서 쉽게 결정을 했다. 물론 카메라에 렌즈 수차보정 기능은 쓸 수 없겠다는 건 감안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그런 것까지 알아볼 만큼 좋은 눈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카메라를 담을 지끈 바구니

새 렌즈가 도착하기 전에 급히 카메라 전용 바구니를 내 손이 가장 닿기 쉬운 곳에 매달았다. 원래는 그 아래 있는 잡동사니 바구니에 그냥 담아두곤 했었는데 렌즈를 영접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22mm 단렌즈에 비하면 이번 것은 후드까지 있으니 나름 대포카메라가 될 확률이 높다는 느낌에 여러 바구니들을 서로 용도변경 해가며 가장 적당한 것을 골랐다.

카메라 전용 바구니에 넣은 내 카메라

상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겼다. 깊이와 넓이가 너무나 적당해서 넣고 꺼내고 할 때도 편하고 무엇보다 그 아래 바구니에서 잡동사니들과 함께 굴러다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게 되는 일을 막을 수 있어 참 잘한 짓이라고 스스로를 쓰담쓰담~ 

시그마 렌즈로 찍은 첫사진

이것이 시그마 렌즈로 찍은 첫사진이다. 100% 무보정에 주변부만 자르고 블로그에 맞게 리사이징 한 것.

시그마 렌즈로 찍은 태비 고양이

우리 쩔쭈 또한 무보정인데 내 컴터로 봤을 때는 밝기가 적당해 보였지만 전화기로 보니 좀 더 밝게 보정을 하는 것이 좋을까,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렌즈를 리뷰할 생각이 아니었고 아직 사진을 충분히 찍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렌즈에 대해 개인적인 느낌을 풀어놓는 것은 다음으로 미룬다. 이 꼭지에서 쓰고 싶었던 것은 버킷리스트를 채웠다는 기쁨보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렇게 꼭 갖고 싶었던 "기념품"으로 남길 수 있어서 오히려 "안심"이 되는 마음을 담아두고 싶었던 것이니까.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