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철 고양이는 무슨 일인지 캣폴에 달린 해먹에는 절대로 올라가지 않고 기껏 올라가는 것이 그 바로 아랫칸까지다.
지난 여름에 캣폴을 처음 설치 했을 때는 이쪽저쪽 탐험을 하면서 해먹 안에 들어앉아 "나 이런 고양이얏!" 하듯 소리도 버럭버럭 지르곤 하더니 그게 무서워서 그랬던건가 이 후로는 다시는 올라가지 않게 됐다.
>알게 모르게 가장 높은 곳은 대장 고양이인 철수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꿀렁거리는 불안정함이 싫어서 그러는 것인지는 집사인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날도 경철 고양이에게는 나름 최상층인 캣폴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아래에서 바각바각 하는 진동을 느끼고는 본능적으로 몸을 사리며 아래를 내려다 본다. 집사도 역시 마음 쫄깃했다. 왜냐하면 철수가 저 태도라면 두 발로 서서 한 손은 캣폴 기둥을 잡고 나머지 손으로 위에 있는 넘에게 사정없이 솜방망이를 휘두를 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그 다음 장면이다. 헐~ 실소가 터질 수 밖에 없다 윗칸에서 긴장해고 오그라드는 꼬리가 찍히고 아랫칸에는 "나 잡아봐라~"하듯 느닷없이 뛰어내리는 넘 뒷발만 찍혔다. -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오늘의 베스트 장면이다 ㅎㅋㅋ
대장 고양이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집사도 경철 고양이도 "이건 뭐~?" 잠시 멍해진다.
"휴우~ 십 년 감수 했네..." 소심 대마왕 경철 고양이는 이런 순간이 있으면 미련없이 자리를 털고 다른 곳으로 피해버린다. 사실 집사 해석에는 철수가 바각바각한 것은 경철에게 신호를 준 것이고 경철이 내려다보니 진짜로 "나 잡아봐라~"놀이를 시작한 것이었던 것 같은데...
경철이가 떠난 자리에 철수가 돌아와 앉았다. 뭔가 니 엄니를 나무라는 듯한 눈빛인가... 저 둘이 성격이 저렇게 다른 것도 모다 내 탓인가 싶은 집사도 참 병은 병이다 싶긴 하지만.
슬쩍 외면하는 것이 박자 맞춰 한 바탕 뛰어주는 넘도 없으니 세상 살 맛 1도 안 나는 표정인 것 같다. 고양이들이 가만히 있을 때 흔히 살랑살랑 흔들기 마련인 꼬리조차도 끝만 말린채로 가만히 있는 걸 보니 모든 것이 "정지!", 고개만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그런데 내 새끼, 어쩌면 그 자리에 그렇게나 예쁜 자세로 앉았느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꼬리를 살짝 말아 올린채로 무념무상 온 몸을 발판에 철썩 붙이고 있는 자세가 너무나 그림같아 집사도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 심리는 어떤 건지 더 이상 고민에 빠지지 않고 고양이 아니면 저런 자리에서 절대로 연출 할 수 없는모습(자세)에 빠져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아~ 를 연발하며 절로 힐링 된 하루를 마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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