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래처 잘못 만들어 잔소리 냥소리~ 갑질하는 내 고양이

우리 고양이 형제에게는 캣폴이 두 개 있는데 침대 발치에 있는 것에는 기둥에 스크래치용 면줄을 감아 주고 창 쪽에 있는 것에는 당시에 면줄이 모자라 미처 면줄을 감아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경철 고양이 덕분에([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집사가 잊고 있었던 할 일을 알려주는 똑똑한 고양이?) 잊고 있었던 면줄감기가 생각나 검색질 끝에 스크래처 전용 면줄보다는 마크라메용 면줄이 부드럽고 두꺼워 주문을 했다.

스크래처용 면줄에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 형제

언제나 그렇듯 새 것이 도착하면 철수 고양이는 망설임 없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반면 경철 고양이는 그저 스윽~ 지나가면서 잠시 냄새만 맡고는

이렇게 멀찌감치 물러나 앉았고 철수만 남아 이렇게 샅샅이 검사를 하시더니

"엄니, 이건 오데 쓸 것이에여?" 묻듯 집사를 올려다본다. "저어기, 저 캣폴에 감아서 스크래처 만들려고~" 했더니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 고양이[철수 고양이와는 정말로 대화가 되는듯 느껴질 때가 많다]

"저어기요?"

입술을 핥으며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저 캣폴 기둥은 가늘던데 할라믄 단디이 하이소!"며 다짐을 놓는다 ㅎ~ (멀리 잡힌 경철 고양이의 시선을 보니 이 녀석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제 형이 먼저 차지하고 앉은 탓에 승패가 뻔한 소모전을 피하려고 스스로 물러난듯 보인다) 

면줄 무더기를 깔고 앉은 고양이

면줄을 기둥에 감으려면 일단 볼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녀석, 그 날 저녁 내내 이렇게 면줄 무더기를 깔고 앉아

 새 물건에서 나는 석유계열의 화학약품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은 고양이

살뜰히 냄새까지 음미 해가며  비켜줄 생각을 않는다. 이 녀석은 암만 봐도 새 물건에서 나는 석유계열의 화학약품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캣폴 위에 앉은 하얀 고양이

시난고난 면줄을 기둥에 감았다. 캣폴을 설치하기 전, 기둥이 낱낱이 있을 때 기둥 자체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감았더라면 일이 100배는 넘게 수월 했을텐데 이건 이미 설치 돼 있는 것에 감아야 하니 기둥을 돌릴 수도 없고 축구공 만한 면볼을 돌려가며 감아야 해서 이만저만 힘 든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캣폴 또는 캣타워를 설치할 계획을 갖고 계신 집사라면 꼭! 참고 할만한 점이다)

참으로 시난고난이었던 것이, 면줄을 다 감고나니 온 몸에 칙칙한 땀이 흐르고 면줄에서도 알게모르게 먼지가 났는지 얼굴까지 따가워서 때도 아닌 샤워를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완성한 스크래처인데 다음 날, 캣폴에 올라간 경철 고양이의 표정이 영 마뜩잖아 보인다.

머리를 흔들며 뛰어내리는 고양이

 그리고는 기둥에는 손 한 번 대보지 않고 머리를 타라락~ 흔들며 캣폴을 이탈한다. "왜? 이 엄니가 얼마나 고생해서 감았는데 뭐가 못마땅한 것이여?"

캣폴 기둥을 잡고 선 태비 고양이

그 때 집사의 멍청함을 알려준 똑똑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가 있었으니! "엄니 이보시오, 이건 이렇게 굵어서 스크래칭 하기가 수월한데 저건 아무리 면줄을 감았어도 너무 가늘어서 두 손으로 잡고 스크래칭 하기가 불편하다는 걸 모르시오?"

집사에게 뭔가를 알려주는듯한 고양이

"저어기 저거하고 이거하고 굵기를 함 비교 해보시오!" 한다. 이쪽 저쪽 대충 눈으로만 봐도 굵기가 확연히 다르다. 젠장! 그렇지 싶어서 2배로 더 굵은 면줄을 감았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들이 편히 잡고 스크래칭 하기에는 여전히 가늘은 기둥이었던 것이다. 진짜로 줄자로 재보니 둘레가 8cm 이상 차이가 난다.

캣폴 기둥을 고양이 스크래처로 만들기

저 논리적이기 짝이 없는 잔소리에 못이겨 우선 남아있던 면줄로 자주 쓸듯한 2개의 기둥에 2겹으로 감았다가 좀 남아서 3겹째 감던 중 증명샷 하나 남겼다. 결국 아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2개의 기둥에 3겹으로 감아 침대 발치에 있는 캣폴의 기둥보다 몇 cm 더 두껍게 감아주고도 줄이 아쉽게 좀 남길래

스크래칭을 시작하려는 고양이

통 안 올라가던 칸에 두 겹째 감다가 줄이 모자라 멈추고 추가주문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는사이에 겨울잠 자듯 일 하는 내내 잠만 자고 있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보고 있었던지 우리의 장남 고양이 집사가 일에서 손을 떼자마자 올라와 제대로 됐는지 검열을 시작 하신다.

새 스크래처에 스크래칭하는 고양이

하필이면 왜 하다 멈춘 저 곳에, 그것도 통 잘 올라가지 않던 칸에 올라가 검열을 하시는지!? 아무튼 몇 번 바각바각하다가 냄새 맡고 다시 바각바각을 반복 하시는 걸 보니 꽤 흡족한 모양이다. 이제 면줄만 추가주문해 마저 감아 드리면 완벽하게 만족하시리라 기대한다.

새로 만든 스크래처의 냄새를 맡는 고양이[가장 애용 하시는 칸에 올라가 집사가 꾀 부리지 않고 단디이 일 했나 검열 하시는 중인 대장 고양이]

땀 삐질삐질 해가며 스크래처 만들었다가 성에 안 찬다고 잔소리만 듣고 결국은 두 번 일 하는 인간, 이래서 직업이 냥집사지 인간네 집사였으면 갑질 한다고 오히려 내 쪽에서 잔소리잔소리 했을지도 모를 일이라 "에라이 C, 느들이 고양이니 내가 참지...!" 이것이 냥집사의 팔자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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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20.11.27 11:52 신고

    굵은 기둥이 편하긴 할 것 같아요~ 양손으로 잡아야 하니...
    철수가 또 하나의 가르침을 주는군요~ㅋㅋㅋㅋ

    • 2020.11.27 12:38 신고

      철수는 인간 같을 때가 많아요. 물론 찍을 때 이 대화가 오간 건 아니지만 나중에 사진 확인 하면 아! 하게 만드는 순간들~ 세 겹으로 감아주닌 엄청 잘 써요, 보람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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