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 고양이가 어제 제 형이 해먹에서 졸고 있는 걸 모르고 캣폴 기둥을 부여잡고 스크래칭을 시전 했다가 치도곤이를 한 번 당하더니([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늘 하던 스크래칭도 눈치 없이 하면 생기는 일)
오늘은 조심조심 형아 눈치부터 살피는 기색이다. 어제의 일을 교훈 삼아 이제 언제 뭘 할지 눈치를 좀 살피며 살기로 한 모양이다.
"엉아, 자나?"
"안 잔다, 왜?"
"엄니. 나 지금 스크래칭 하면 또 디지겠지여?" 묻는듯한 경철 고양이의 표정에 고개를 들어 철수 고양이를 얼핏 살피니 고양이 아니랄까봐 그 잠깐 사이에 또 눈을 감고 졸고 있다. "응, 안 하는게 좋을거 가터~"
'스크래칭도 맘대로 못하고...' 실망한 경철 고양이 한참을 우두커니 생각에 잠겨있다가
뚜벅뚜벅 건너 오시더니 스크래칭의 대안으로 생각해낸 것을 시전하신다.
노트북 모서리에 가려운 곳 손 안 대고 긁기. 이럴때는 인정사정 없는 힘이어서 내가 노트북을 꽉 잡고 있지 않으면 노트북이 훌렁 나자빠질 정도다.
하다하다이제 눈꼽까지 떼려는 모양이다. 으이그~ 귀여워서 사진도 찍어야 하고 노트북도 보호해야 하고 손은 두 개 밖에 없고... '이제 고만 해~'
[고개를 주욱 빼고 바깥 구경에 심취한 모습이 환장하도록 귀엽다]
이번에는 다른 쪽 캣폴인데 고양이 형제가 저 위의 장면과 거의 비슷한 구도로 앉아 두 녀석 모두 창 밖 구경에 몰두하다가
문득 지루해진 경철 고양이 "엄니 지루한데 스크래칭 좀 해도 되여?" "응, 엉아 안 자니까 해도 돼~"
그런데 이 녀석 스크래칭을 안 하고 갸우뚱? "왜?" 하고 기둥을 쳐다보니, 아아~ 저 쪽 캣폴에는 면줄을 감아주지 않았구나... 어째 요즘 뭔가 할 일을 잊고 있는 게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더니 바로 저것이었던 것이었다. - 저 기둥을 특별히 가늘어서 쓸만하게 감아주려면 엄청 일이 많을 것 같은데 하아~ 말 한 마디 없디 갸우뚱? 하는 고개짓 하나로 집사가 해야 할 일을 콕 찝어 알려주는 똑똑한 고양이. 집사는 또 굵고 저렴한 면줄 찾아 인터넷 삼만리의 대장정을 나서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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